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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선거는 안전합니까?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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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세풀베다의 고국 콜롬비아에서는 작은 정치적 반란이 일어납니다. 우리베 대통령의 뒤를 이은 후안 마누엘 산토스(Juan Manuel Santos) 대통령이 갑자기 반정부 게릴라 콜롬비아 혁명군(FARC, Fuerzas Armadas Revolucionarias de Colombia)과 지난 50년 내전을 종식하는 평화 협정에 돌입한 겁니다. 아버지를 콜롬비아 혁명군의 손에 잃었던 우리베는 크게 노했습니다. 정당을 새로 만들어 어떠한 평화 협정에도 반대하는 오스카 이반 술루아가(Oscar Iván Zuluaga)를 지지하며 산토스 대통령의 시도를 좌절시키려 했습니다.

렌돈은 산토스 대통령에게 고용된 컨설턴트였습니다. 렌돈은 믿을 만한 심복이기도 한 세풀베다에게 자기 팀에 들어와 함께 일하자고 제안했지만, 세풀베다는 이번에는 렌돈의 제안을 거절합니다. 게릴라와의 평화 협정을 추진하는 정치인을 돕는 일은 자신이 지금껏 지켜 온 원칙에 대한 일종의 배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세풀베다는 또한 렌돈이 원칙보다 돈을 더 우선시하기 시작했다고 여겼습니다. 자신은 도와줄 후보를 고를 때 첫째는 언제나 이념이고 돈은 둘째였습니다. 만약 떼돈을 벌 생각이었으면, 선거판에 뛰어들어 정치권에 머무를 게 아니라 금융 시스템을 해킹했으면 되는 일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세풀베다는 처음으로 렌돈의 뜻을 거스릅니다.

세풀베다는 (평화 협정에 반대하는) 술루아가 후보 측에서 일합니다. 술루아가 선거 캠프 총책임자 루이스 알폰소 오요스(Luis Alfonso Hoyos)에게 직접 보고하는 위치였습니다. 술루아가 후보는 자기 진영에서 누군가를 해킹했다는 데 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고, 오요스는 연락할 방법이 없어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세풀베다는 콜롬비아 혁명군이 앞에서는 평화 협정을 논의하면서도 뒤로는 여전히 마약을 거래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각시켜 산토스 대통령이 내세우는 자신의 공적을 중대한 실수로 바꾸어버리는 게 술루아가 후보 측의 목표였다고 말합니다. 몇 달 안에 세풀베다는 티모첸코라는 별명으로 자주 불리는 콜롬비아 혁명군 지도자 로드리고 론도뇨(Rodrigo Londoño)를 비롯해 게릴라 주요 인사 100여 명의 전화, 이메일을 모두 해킹했습니다. 세풀베다는 게릴라들이 시골에서 농민들의 투표를 가로막은 일의 증거를 포함해 콜롬비아 혁명군의 모든 걸 일일이 모아 오요스와 함께 수도 보고타의 한 TV 뉴스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로 합니다.

어떤 나라에서든 살아있는 권력에 기를 쓰고 공개적으로 맞서는 건 그다지 현명하지 않은 일일 겁니다. 어느 정도 후환을 각오해야 할 일이기도 하죠. 방송에 출연한 지 한 달 뒤 세풀베다는 보고타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우던 중 경찰이 탄 승합차량이 건물 앞에 멈춰서는 걸 봤습니다. 중무장한 특공대원 40여 명이 세풀베다를 체포하러 온 겁니다. 세풀베다는 TV 출연이 어리석은 짓이었다는 걸 뒤늦게 깨닫습니다. 아마 방송국 쪽의 누군가가 세풀베다를 고발한 것이 분명했습니다. 법정에서 그는 방탄복을 입고 폭탄막이 경호원까지 대동한 채 앉아있어야 했습니다. 법정 바깥에는 세풀베다를 비난하는 이들로 가득했습니다. 누군가는 세풀베다의 가족 사진을 들고 이들을 해코지하겠다는 몸짓을 취했고, 누군가는 그저 손으로 입을 막고 있었습니다. 그와 함께했던 동지들로부터도 버림받은 세풀베다는 감청, 해킹 등 스파이 행위를 비롯한 자신의 죄를 시인하고 10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보고타에 있는 라피코타(La Picota) 감옥에 온 지 사흘 뒤 감옥 안에서 치과 치료를 받으러 갔다가 칼과 면도칼을 든 남자들로부터 습격을 받았지만, 교도관의 제지로 목숨을 건졌습니다. 일주일 뒤 어느 날 새벽에는 교도관이 다급히 세풀베다를 깨우더니, 누군가 세풀베다가 자는 사이 무소음 권총으로 그를 쏴 죽이려는 첩보가 입수됐다며 당장 방을 떠날 채비를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후에도 콜롬비아 경찰은 휴대전화를 감청해 세풀베다 암살 계획을 한 번 더 밝혀냈고, 결국에는 그를 보고타 모처의 폐허 지역에 있는 독방에 가둬두고 보안을 철저히 하고 있습니다. 그의 감방은 폭탄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 곳이고, 늘 방탄 담요와 방탄복을 입고 잠을 잡니다. 매시간 교도관이 그의 상태를 점검합니다. 형을 덜 받는 대가로 세풀베다는 술루아가 후보와 그의 참모였던 오요스를 기소하는 데 필요한 정부측 증인이 됐습니다. 오요스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됐지만, 콜롬비아 언론은 그가 이미 마이애미로 도주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세풀베다에 대한 수사는 보고타 검찰청사 내 벙커에서 이뤄지는데, 그가 수감된 곳에서 청사까지 그를 수송하는 작전은 영화를 방불케 합니다. 완전 무장한 경찰들과 세풀베다가 탄 차량을 오토바이 여섯 대가 엄호하며 보고타 시내를 시속 100km로 쏜살같이 질주합니다. 또한, 이동하는 내내 일대 휴대전화 전파를 교란하며 갑니다. 누군가 이들의 동선을 파악해 원격조종으로 폭탄을 터뜨리는 걸 막기 위해서입니다.

지난해 7월, 벙커 뒷편 좁은 마당에 앉은 세풀베다는 보온병에서 커피를 한 잔 따르고 말보로 담배 한 갑을 꺼내어 물더니 말했습니다.

“저는 대통령, 고위 공직자들과 일해 왔습니다. 모두 다 라틴 아메리카에서 독재 정권, 좌파 정부를 물리치겠다는 흔들림 없는 목표 아래 했던 일이에요. 제가 지금껏 한 일에 조금도 후회는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떳떳해요.”

그는 현대 사회의 선거를 얼마든지 쥐락펴락할 수 있는 해커들을 어떻게 해야 막을 수 있을지도 일반 대중들은 전혀 모르기 때문에 그 점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두 가지 다른 차원의 정치가 있어요. 사람들 눈에 보이는 정치와 그리고 실제로 그 모든 걸 가능하게 하는 물밑에서 일어나는 정치가 있습니다. 저는 지금껏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겁니다.”

세풀베다는 자신이 개발한 소프트웨어 “소셜미디어 정복자(Social Media Predator)”를 이용해 마약 조직을 추적하고 이들의 범죄를 예방하는 일을 돕는다는 조건으로 검찰로부터 컴퓨터와 인터넷 접속을 허락받았다고 말했습니다. 검찰 측은 이에 관한 질문에 답하지 않았습니다. 이제 그는 상대편 후보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해킹하고 마비시키는 데 요긴하게 쓰던 그의 주특기를 역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즉, 온라인상에서 활발히 대원을 모집하고 있는 테러조직 IS의 트윗 70만 건을 분석한 겁니다. 이제 세풀베다가 만든 프로그램은 IS 모집요원이 새로운 트위터 계정을 만들어 무언가 글을 올리기 시작하면 몇 분 안에 그 계정을 잡아냅니다. 이를 미국을 비롯해 IS와 싸우는 나라들의 대테러 업무에 활용하는 게 세풀베다의 목표입니다. 세풀베다가 짠 코드는 제3 기관에 의뢰해 분석하 결과 실제로 누군가 만들어 낸 고유한 코드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미국 애틀란타에서 보안 검증 업체를 운영하는 데이비드 메이너(David Maynor)는 라틴아메리카뿐 아니라 전 세계 어디에서도 해커가 활개를 치고 있다는 세풀베다의 주장이 일리가 있다고 말합니다. 메이너가 운영하는 업체에 들어오는 의뢰 가운데는 선거와 관련된 일도 더러 있습니다. 한번은 후보들의 컴퓨터와 휴대전화에서 이메일을 비롯해 몇몇 문서를 빼내달라는 요청을 받은 적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 일을 주문한 최종 실세가 누군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그 정도 일은 늘상 있는 일이에요. 미국에서는 정말 흔한 일이죠.”

또 한번은 시험 삼아 데이터를 중간에서 가로채보라는 요청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의뢰인은 구체적으로 어느쪽 데이터를 빼오려는 건지는 끝까지 밝히지 않았습니다. 견적을 문의해 온 어떤 이는 후보의 휴대전화를 버그를 심어둔 아이폰으로 교체했을 때 후보의 동선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물론 그런 주문은 저희도 받지 못하죠.” 메이너는 의뢰인이 누구였는지는 밝힐 수 없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세풀베다가 체포되기 3주 전에 렌돈도 산토스 대통령 선거 캠프에서 사임했습니다. 언론에 그가 마약 조직으로부터 1천2백만 달러를 몰래 받아 그 가운데 일부를 선거 캠프에 전달했다는 의혹이 잇따라 보도된 뒤였습니다. 렌돈은 그런 적이 없다고 부인했습니다.

콜롬비아 정부는 미국 마이애미로 돌아간 렌돈을 찾아가 조사를 벌였습니다. 세풀베다와 어떤 관계였는지를 물은 질문에 렌돈은 세풀베다가 그저 웹개발을 맡은 말단 직원이었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세풀베다가 저랑 스무 군데에서 같이 일을 했다고 말했더라고요. 터무니없는 소리입니다. 제가 직접 안드레스 세풀베다에게 지급한 돈이라고는 10원 한 푼도 없어요.”

렌돈은 일관되게 세풀베다와는 중요한 일 자체를 한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콜롬비아 언론은 익명의 제보를 토대로 렌돈이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캠프에서 일한다고 보도했습니다. 렌돈은 이 보도를 부인했습니다. 트럼프 쪽에서 접근해온 적은 있지만 자신은 트럼프를 싫어하기 때문에 이 제안을 거절했다는 겁니다.

트럼프 후보 측의 호프 힉스(Hope Hicks) 대변인도 렌돈이란 인물 자체를 잘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글쎄요, 제가 아는 한 낯익은 이름이 아닌데요, 렌돈이란 사람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어요. 저 정치 컨설팅 회사의 임원이라는 사람들 가운데서도 아는 사람이 없네요.”

하지만 렌돈은 그가 트럼프 말고 다른 유력 후보 측과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 후보가 누군지는 말히지 않았지만, 경선이 끝나고 민주당과 공화당 후보 간의 본선 무대가 막을 모르면 렌돈도 그 후보를 도와 일을 하게 될 거라고 덧붙였습니다.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 세풀베다는 누구를 위해 일했나?: 세풀베다의 진술을 토대로 세풀베다가 개입한 선거와 그 선거에서 당선된 (세풀베다를 고용했던) 정치인.

콜롬비아: 2006년 대선(알바로 우리베 대통령, 사진), 2006년 총선, 2014년 대선(오스카 이반 술루아가 후보 도왔다가 실패)

온두라스: 2009년 대선(포르피리오 로보 소사 대통령, 사진)

멕시코: 2012년 대선(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 사진). 대선 3년 전부터 전방위 지원.

베네수엘라: 2012년 반(反) 차베스, 2013년 반(反) 마두로 운동

코스타리카: 2014년 대선(중도좌파 민족자유당의 조니 아라야 후보 도왔지만 선거 패배)

파나마: 2014년 대선(중도 좌파 민주혁명당 소속의 후안 카를로스 나바로 대통령,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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