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극우 정당이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2013년 2월 창설된 반(反)난민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지난 13일 지방선거 1차 투표에서 세 개 주에서 12~24%의 득표율을 기록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은 우파 대중주의에는 면역되어 있는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지난 1월 쾰른에서 일어난 집단 성폭행 사건의 범인이 시리아 난민들로 밝혀지고 유럽에서 난민 문제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이른바 ‘독일 예외주의’도 종말을 맞이했습니다. 스위스 프리부르크대학 유럽학 교수인 질베르 카사쉬스(Gilbert Casasus)는 반난민 정당이 10%가 넘는 득표율을 기록한 것을 두고 독일에서 불안의 감정, 제도의 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작센안할트에서 AfD는 24%를 득표하며 정당 순위 2위를 기록했습니다. 이 수치는 독일 극우정당의 역사에서 유례없는 일이지요?
1949년, 혹은 전쟁 이후 독일에서 치러진 선거에서 극우정당이 다른 정당과의 연합 없이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이는 역사적인 사건입니다. 몇 차례 유사한 현상이 있기는 했지만, 지방선거에서 이러한 일은 처음입니다.
1950년대, 일부 나치 잔당을 재규합한 이들이 헤세, 프랑크푸르트 지역에서 30% 정도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선전한 일이 있었습니다. 이와 유사하게 2001년 함부르크 시의회에서는 쉴 정당(Schill-Partei)이 19%를 득표한 일이 있었습니다. 1998년에는 거의 나치와 다름없는 독일민중연합(DVU)이 작센안할트 지방 선거에서 13%를 득표하기도 했죠. 서쪽에서는 민족주의자들이 10% 정도의 득표율로 베를린과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의회에 입성한 적도 있습니다.
1969년에는 나치가 창설한 국가민주당(NPD)이 독일 민주주의를 뒤흔들기도 했습니다. 만일 NPD가 전체 의석의 5%를 획득했다면, 의석 조정 체계에 의해서 빌리 브란트가 총리가 되지 못하고 동방정책이 시도조차 되기 전에 좌초했을 수도 있었습니다(NPD는 선거에서 4.3%를 득표하는 데 그쳤습니다).
“그렇다면 문제는 극우정당인 AfD가 독일 의회에 진입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만일 AfD 때문에 의석 재조정 체계에 혼란이 생긴다면 현재 사회민주당과 기독민주연합의 대연정에 중요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현재 독일의 분위기에서 AfD의 선전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요?
지난여름, 독일에서는 난민에 대단히 관용적인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당시 한 프랑스 외교관은 독일 국민이 전쟁 동안 악역이었다는 점이 콤플렉스가 되어 스스로 도덕적인 모습을 유지하려고 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독일인들을 보면 그 당시 도덕적인 모습을 지키려 한 그들 자신의 의지로 인해 스스로 함정에 빠졌다는 인식이 드러납니다. 이러한 분위기는 CSU 바바리아와 AfD에 의해 신속히 표면으로 드러났는데, 그들은 전 세계의 모든 불행을 독일인들이 떠안을 필요가 없다고 공개적으로 말합니다.
이러한 분위기는 주마다 차이가 있지만, 특히 독일 동부에서 외부인에 대한 혐오와 반민주적 정서가 팽배하고 있습니다.
“장벽이 무너지고 27년이 지나도록 공산주의 정권이 지배하던 지역에 아직도 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리지 못한 건 어떻게 된 일일까요?”
AfD의 득표율은 루터교도, 농업, 상업, 소부르주아, 그리고 나치가 득세하는 지역에서 높은 양상을 보였습니다. 극우파에게 매우 유리한 토양이라 할 수 있습니다.
AfD는 2013년, 유럽 통합에 반대하는 움직임 속에서 창설되어 난민들에 대해 강한 반대를 표현하는 데 이릅니다. 그러나 이 정당이 전통적인 극우파의 이념과 전략을 받아들였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들은 자신을 “우파의 보수파”라고 정의하고 있는데, 정치적인 스펙트럼에서 이들을 어느 지점에 위치시키는 게 좋을까요?
극우파에 관해 이야기해야 하겠습니다. AfD는 1990년대 독일 마르크화를 지켜내려는 움직임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이 Grexit를 만들었던 경제학 교수에 의해 AfD가 되었습니다. 새로 당수가 된 프라우케 페트리(Frauke Petry)는 지난 1월, 피해가 발생하면 난민들에게 실탄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AfD는 독일 민족주의를 무대의 전면에 내세우며 민주주의의 기본적인 요소들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특히 외국인이 적은 지역에서 외부인에 대한 혐오가 나타나는 양상과 함께 나타납니다. 작센안할트의 경우 외국인의 비율이 3% 미만입니다.
유권자들은 어떠한 동기로 AFD에 투표하게 된 것일까요?
독일 동부에서는 좌파에 대한 실망이 예전부터 있었습니다. 오래전부터 독일 신공산주의자들이 민주주의를 위협하였으며, 그들은 통일 과정에서의 패배자들을 대상으로 몇 가지 불만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2년 전 좌파연합의 후보자가 튀링겐 주지사로 당선되었음에도 불만은 계속해서 분출됐습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이들에게는 안전의 위협과 공포가 지속되었습니다. 안전하지 못하다는 느낌은 유럽 곳곳에 존재하지만, 그러나 이는 대체로 유럽을 이끌어가는 독일의 의지와 연결됩니다. 그리스의 경우에도 메르켈은 유럽의 이해뿐 아니라 국가적 이해관계도 지키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이는 독일인들의 강한 지지를 얻었습니다.
“많은 이들은 난민 문제와 관련해서 메르켈이 독일의 이해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에 놀랐습니다. 저는 그런 평가에 동의하지 않지만요. 메르켈은 대대적인 난민의 이주가 독일의 인구학적 문제를 해결할 좋은 기회라는 점을 알아차렸습니다. 그러나 독일인들은 이 견해를 받아들이지 않았지요.”
독일인들은 그들의 인구 문제를 논하는 데 거부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1980년대 어차피 핵폭탄으로 죽어갈 아이들을 왜 세상에 내놓아야 하느냐는 쾌락주의적인 물결에도 불구하고 독일은 여전히 출산율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여전히 인구의 부족보다는 민주주의의 부족을 더 많이 이야기합니다.
쾰른에서의 사태 역시 이번 선거에서 역할을 했을까요?
분명히 그렇습니다. 특히 사후 처리 방식이 문제를 키웠습니다. 과거사와 독일인의 도덕성 때문에 어떠한 선을 명백히 넘어서지는 않았지만, 사태의 분석과 관련해 금기시되는 불편한 무엇인가가 있었습니다.
무엇이 극우세력에 대한 독일 예외주의를 깨뜨렸을까요?
첫째, 우리는 더 이상 같은 독일에 있지 않습니다. 독일은 사실상 유럽을 이끌고 있습니다. 분명 약간은 헤게모니를 드러내는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독일은 파트너들의 처지를 생각하지 않고 유럽의 주요 의제를 결정하며, 특히 그리스 사태나 중국과의 관계에서 그러했습니다.
둘째, 현세대의 역사의식도 미묘하게나마 분명 달라졌습니다. 오늘날의 독일인은 지난날의 전쟁을 직접 겪은 세대가 아닙니다. 전쟁의 문제는 성격이 바뀌었거나, 이미 사라졌습니다. 젊은이들에게 독일의 통일은 별 감흥이 없는 과거의 일입니다. 젊은이들은 장벽이 무너지는 순간을 살지 않았거든요.
앞으로 있을 선거에서 AfD 득표율이 더 오를까요?
꼭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독일 유권자들은 그들의 표가 무엇을 의미하고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대체로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번 AfD에 대한 투표는 항의의 요소가 강했으며 어느 정도일지는 알 수 없지만, 많은 유권자는 다시 원래 그들이 지지하는 정당에 표를 줄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독일 정치 체제가 특정한 논리에 따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독일에도 프랑스 좌우 동거 시기와 유사한 제도적인 위기가 있습니다. 메르켈도 2013년 이후부터 자유주의자들과 연정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정치 체제가 유연한 것입니다. 정당은 모두 연정을 구성할 수 있습니다. 가장 회의적인 이들은 정당의 맞교환을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이번 선거는 세 정당의 연합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본 건 메르켈이 아니라 슈뢰더 전 총리의 사회민주당(SPD)입니다. SPD는 눈에 띄게 약화되었습니다. 작센안할트에서 SPD의 득표율은 반토막 났으며, 바덴뷔르템베르크에서도 많은 표를 잃었습니다. 독일의 제 2당이 두 번이나 4위에 머무른 것입니다. 그러므로 프랑스 사회당도 독일에서 벌어지는 일을 관심을 두고 지켜보았을 겁니다.
(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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