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테니스 스타 마리아 샤라포바가 미국 LA에서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앞서 중대 발표를 예고한 샤라포바가 은퇴를 선언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샤라포바는 자신이 올 1월 호주오픈 이후 진행한 도핑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며 전말을 담담히 설명했습니다.
샤라포바는 주치의로부터 2006년 처음 처방을 받고 꾸준히 복용해 온 심장약 밀드로로네이트(mildronate) 성분이 올해 초 국제테니스연맹(ITF)이 규정한 금지약물 목록에 새로 이름을 올린 멜도니움(meldonuum)과 같은 성분이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규정을 어긴 사실을 시인하고 큰 실수를 저질렀다며 팬들과 테니스계를 실망시킨 데 대해 사과했습니다.
먼저 기자회견 내용을 발췌해 옮깁니다.
며칠 전 국제 테니스연맹으로부터 제가 호주오픈 이후 진행한 도핑 테스트 결과 양성 반응이 나타났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먼저 제가 도핑에 적발됐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며 제가 복용한 약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질 것임을 밝히겠습니다.
지난 10년간 저는 주치의로부터 밀드로네이트라는 성분이 든 약을 처방받아 복용해 왔습니다. 테니스연맹으로부터 통보를 받은 지 얼마 지나 밀드로네이트의 다른 이름이 멜도니움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여러분이 꼭 알아주셨으면 하는 점이 있다면, 지난 10년간 이 약은 금지약물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제 건강상의 이유로 합법적으로 처방을 받아 떳떳하게 이 약을 복용해 왔습니다. 그리고 올해 1월 1일 규정이 바뀌어 멜도니움은 금지약물이 되었는데, 저는 이 점을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2006년 당시 저는 감기에도 너무 자주 걸리고 몸이 약해졌습니다. 심박수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검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고, 가족력이 있는 당뇨의 위험도 제기됐습니다. (그때부터 이 약을 복용했던 겁니다.)
저는 제 테니스 선수 생활 내내 많은 것을 떳떳하게 밝혀왔고 공개해 왔습니다. 이번에도 여러분 앞에 나서서 전말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해 오늘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저는 늘 프로 선수로서의 책임감을 갖고 생활해 왔습니다. 제가 정말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는 걸 잘 압니다. 제가 4살 때부터 사랑했던, 저의 모든 것이나 다름없는 테니스계 전체를, 많은 팬들을 실망시켰습니다. 이 일로 인한 어떤 벌이든 받아들이겠습니다.
테니스 선수 경력을 이런 식으로 끝마치고 싶지는 않습니다. 부디 제게 다시 한 번 코트 위에 설 기회가 주어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많은 분들이 제가 오늘 이 자리에서 은퇴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하셨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 제가 은퇴하는 날이 온다면, 아마도 그 기자회견은 LA 시내에 있는 어떤 의미에선 이렇게 우중충한 색의 카펫이 깔린 곳에서 열리지는 않을 것 같네요.
샤라포바는 테니스 실력은 물론 모델 같은 외모 덕분에 엄청난 광고 수입을 올려 왔습니다. 에비앙(Evian), 헤드(Head), 나이키(Nike), 포르쉐(Porsche), 태그 오이어(Tag Heuer) 등의 전속 모델이기도 한 샤라포바의 한 해 수입은 2,200만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대부분 테니스 선수들이 비교적 유복한 가정에서 자라나 어려서부터 체계적인 훈련을 받고 자랐지만, 샤라포바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한 어린이 테니스 대회에서 경기하는 6살 샤라포바를 콕 찍어 미국으로 건너오라고 권유하며 유명한 닉 볼레티에리 코치로부터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주선해준 테니스의 전설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가 없었다면 오늘날의 샤라포바도 없었을 겁니다.
아버지와 함께 미국 플로리다로 건너 온 샤라포바는 그때부터 볼레티에리 코치의 지도 아래 테니스에만 집중하며 실력을 쌓습니다. 16살의 어린 나이에 윔블던 4라운드에 진출하며 자신을 알린 샤라포바는 이듬해 17살이 되던 해에 윔블던을 제패하는 등 네 개의 트로피를 쓸어담으며 일약 스타덤에 오릅니다. 2006년에는 US오픈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지만, 샤라포바의 선수 생활은 부상과 수술, 재활, 부상 재발의 연속이었습니다. 잠시 올랐던 세계랭킹 1위 자리도 이내 내줘야 했습니다.
샤라포바가 다시 제 실력을 발휘하며 각종 대회에 모습을 드러낸 건 2011년의 일입니다. 2011년과 2012년 여덟 번의 그랜드슬램에서 여섯 차례나 최소 준결승까지 진출하면서 완벽한 복귀를 알렸죠. 처음 프렌치 오픈을 제패한 것도 이때의 일입니다. 2013년 들어 쇄골을 다쳤지만 다시 복귀에 성공해 2014년 프렌치 오픈 우승, 2015년 호주 오픈 준우승을 차지했고, 세계 랭킹도 2위까지 올랐습니다. 최근에는 다시 팔과 다리에 각각 부상을 입고 거의 대회에 나서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끈질기게 따라다닌 부상 악몽과 세레나 윌리암스라는 아마도 역사상 가장 넘기 힘든 라이벌과 동시대를 산 탓에 샤라포바를 역대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위대한 여자 테니스 선수로 꼽기에는 경력이 좀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샤라포바는 역대 20위 안에 들기에는 부족함이 없을 만큼 훌륭한 선수 경력을 이어 왔습니다. (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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