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긴이: 오바마 대통령이 어떤 성향의 후보를 임명하느냐에 따라 예상되는 파장을 정리한 <뉴욕타임스> 기사를 소개하기에 앞서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해에 대법관 후보를 임명한 것은 전례가 없다”는 공화당 일부 대선 후보의 주장은 역사적으로 근거가 없다는 점을 먼저 짚고 넘어가려 합니다. <뉴욕타임스>가 인포그래픽으로 정리한 내용을 보면, 미국 상원은 1900년 이후 지금까지 총 여덟 차례 대선이 있는 해에 대법관 후보의 임명 동의안을 표결에 부쳐 여섯 차례 통과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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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닌 스칼리아 대법관의 사망은 이내 정치적 논쟁을 촉발했습니다. 민주, 공화당 모두 이념적으로 양극화된 미국 정치 지형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후임 대법관 후보 임명이 대선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비롯한 정치적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대법관 임명을 둘러싼 고도의 정치 과정을 각 당의 핵심 지지계층을 결집하는 데 활용하려 할 겁니다. 최근 들어 미국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정당 소속감이 더욱 뚜렷해지고 각 당에 대한 호오가 분명해졌습니다. 달리 말하면 부동층 유권자가 줄어들었다는 뜻이고, 이제는 점점 더 자신의 지지기반을 얼마나 잘 결속하느냐가 중요해졌다는 뜻입니다. 정치인들도 점점 중도 성향의 유권자보다 소위 ‘집토끼’에 더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공화당 선거 참모 글렌 보글러는 이렇게 말합니다.
“예전에는 중간 지대에 있는 부동층 유권자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공략하느냐가 선거의 승패를 가르는 관건이었죠. 이제는 우리편으로부터 얼마나 효과적으로 표를 받느냐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우리에게 표를 던질 유권자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투표소로 오도록 하느냐가 핵심이 된 거죠. 상대편도 자기 지지층을 끌어내려고 힘을 쏟을 테니까요.”
공화당 주류는 오바마 대통령을 싫어합니다. 공화당 정치인 가운데 오는 11월 선거를 앞둔 이들은 오바마라면 무조건 싫어하는 공화당 유권자들의 눈치를 더 볼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상대적으로 중도 성향, 혹은 진보적인 주에서 당선된 공화당 상원의원들 가운데 올해 선거를 치러야 하는 이들이 스칼리아 대법관의 후임을 임명하려는 오바마 대통령의 그 어떤 시도도 반드시 막아내겠다며 목소리를 높이는 것 또한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민주당 정치인 가운데는 오바마 대통령이 민주당원과 진보적인 유권자를 결집할 수 있는 상징적인 인물을 과감하게 임명해주기를 바라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겁니다.
스칼리아 대법관의 후임이 누가 되느냐는 아주 오랫동안 미국 정치와 사회 전반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사안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어쩌면 자신의 가장 중요한 정치적 유산을 놓고 어떤 결정을 내릴지, 물망에 오르는 후보자들의 면면과 파장을 정리했습니다.
전반적으로 민주당 지지자들에게는 최선, 공화당 지지자들에게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꼽히는 상황으로 민주당뿐 아니라 공화당 일부로부터도 지지를 받는, 혹은 반대하기 까다로운 인물을 임명하는 겁니다. 민주당 지지자를 폭넓게 결속하며 공화당 지지층을 분열시킬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죠. 로레타 린치(Loretta Lynch) 법무부 장관이 그런 경우에 해당합니다. 린치 장관이 대법관이 되면, 흑인 여성 최초의 대법관이라는 상징성이 있습니다.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한 검사 출신의 린치 장관이 장관으로 임명될 때 공화당 상원의원 가운데 10명이 찬성표를 던진 바 있습니다.
여성이자 흑인이라는 점, 이전에 공직에 임명될 때 공화당으로부터도 일부지만 지지를 받았다는 점은 공화당에 적잖은 부담이 될 것입니다. 공화당이 린치 장관 임명을 가로막고 나섰다고 칩시다. 당장 민주당은 특히 치열한 접전이 펼쳐지는 지역의 흑인 유권자들에게 이 점을 집중적으로 내세울 겁니다. 당선을 위해서는 흑인 표를 무시할 수 없는 공화당 후보들에게는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마크 커크(Mark Kirk, 일리노이), 롭 포트만(Rob Portman, 오하이오), 패트릭 투미(Patrick Toomey, 펜실베니아) 등이 난처할 수 있는 공화당 현역 의원입니다.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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