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이들”을 걱정하는 일은 어느 시대에나 있었다지만, 80년대 초에서 90년대 말 사이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에 가해지는 손가락질은 만만치 않습니다. 진 트웬지와 데이비드 브룩스 같은 작가들은 저서에서 요즘 미국 젊은이들이 “착각에 빠진 나르시시스트”라고 비판하기도 했죠.
이 세대는 동시에 물질만능주의적이기도 하고, 목적을 위해서 수단을 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미국 대학생의 65%가 장차 백만장자가 되고 싶다고 답했고, 고등학생의 95%가 시험에서 컨닝을 해본 적이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으니까요. 인생에 대한 기대치가 현실과 너무나도 동떨어져있기 때문에 “그 어떤 세대보다도 자신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삶을 살 것”이라는 예측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미국만의 예외적인 현상이 아닙니다. 중국에서도 게으르고 문란하며 제멋대로인 “소황제”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베이징의 옷가게 탈의실에서 촬영된 섹스 동영상이 인터넷에 퍼지자 중국 정부는 “반사회주의적 행위”라며 단속하겠다고 나섰지만, 베이징의 젊은이들은 코웃음을 치면서 “성지”를 방문해 셀카를 찍어댔습니다.
부정적인 이야기만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젊은이들이 실제로는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나름대로 잘 적응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죠. 젊은이들이 자주 이직을 하는 이유는 이들이 변덕스러워서가 아니라 고용안정성이라는 것이 이미 과거의 유물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탄력근무제와 일/가정의 양립을 원하는 이유는 게을러서가 아니라 사무실에 앉아있는다고 해서 생산성이높아지지 않는다는 걸 알기 때문이죠. 하루에 여섯시간 씩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도 새로운 세상의 업무 방식일 뿐입니다.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갈망과 가벼운 주머니는 우버, 왓츠앱 등 돈을 아낄 수 있는 혁신으로 이어졌습니다. 정착해서 아이 낳기를 거부한다고요? 대신 부모 세대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생산 활동을 하겠죠.
실제로 이들이 세상을 이끌어가게 된다면, 세상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신세대의 냉소적인 태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당장 중국만 보아도 공산당에 가입하겠다는 학생이 80%지만, 그 이유가 체제에 대한 확신 때문이라고 대답한 사람은 4% 뿐이라는 통계가 있으니까요. 반면, 부정부패가 줄어들고, 환경친화적인 세상이 될 거라는 희망적인 기대도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밀레니얼이 사회를 이끌어가게 되면, 세상이 분명 사회적으로 보다 진보적인 곳이 될 거라는 점입니다. 세계 대부분 나라에서 젊은이들은 동성애에 대해 부모 세대 보다 훨씬 열린 시각을 갖고 있습니다. 이는 젊은 세대가 덜 종교적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커밍아웃한 동성애자를 실생활에서 더 자주 접하며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선진국에서 동성애에 대한 논란은 끝난지 오래고, 개발도상국에서조차 무게추는 기울어가는 추세입니다. 한 세대 전만해도 동성결혼이라는 용어 자체가 생소했던 브라질과 중국에서도 대부분의 밀레니얼들이 동성결혼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은 나이든 사람들에 비해 인종차별적인 성향도 덜합니다. 특히 “우리 세대가 부모 세대에 비해 타인종에게 열린 태도를 갖고 있다”는 자의식은 여러 설문조사에서 드러난 바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인종 문제에 사람들이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탓에 때로는 무고한 사람이 인종차별주의자로 낙인찍히는 경우도 생기지만, 그래도 인종차별이 만연하던 시절보다는 과도하게 예민한 편이 낫다는 인식이 지배적입니다.
밀레니얼들이 나이를 먹으면 보수화될까요? 승진을 하고 돈을 더 많이 벌게 되면서 경제 정책 면에서 보수성을 띠게 될 수는 있지만, 사회적 진보성이 사라질 가능성은 낮습니다. 교외로 이사가서 큰 집과 차를 사고 아이를 갖게 되더라도, 갑자기 피부색이나 성적지향이 다른 친구를 배척하게 될리는 없죠.
대부분의 국가에서 젊은 세대는 나이든 사람들보다 군사력 사용에 비판적입니다. 자신들이 징집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중국 공산당이 민족주의를 고양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중국의 젊은 세대가 영토 분쟁 지역 군대 파견에 찬성할 가능성은 전 세대에 비해 낮아졌습니다. 나이든 미국인들이 중국이나 이슬람 근본주의를 미국에 대한 큰 위협으로 여기는 반면, 젊은 미국인들은 기후 변화를 더 큰 문제로 생각합니다.
어떤 시대에나 개혁을 요구하며 길거리로 나서는 것은 젊은이들입니다. 이들의 요구가 언제나 수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위정자들은 그와 같은 움직임을 두려워하죠. 천안문 광장의 시위를 탱크로 진압했던 중국 정부가 오늘날 소셜미디어를 통제하는 것은 이때문입니다. 하지만 젊은 아프리카인들에게 로버트 무가베나 폴 비야와 같은 늙은 독재자들은 더 이상 먹히지 않을 겁니다.
민주주의 국가의 젊은이들은 언젠가 온라인 청원에 서명하는 것이 투표를 대신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겁니다. 그들의 부모가 어느 정도 나이를 먹고 나서야 투표장에 가기 시작했던 것 처럼요. 그리고 밀레니얼들이 투표장에 나타나기 시작하면 정부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자신의 의견이 반영되기 시작하면 밀레니얼들은 더욱 오랫동안 투표의 권리를 행사하게 될 겁니다. 발전한 의료 기술 덕분에 밀레니얼은 그 어떤 세대보다 건강하게 장수를 누리게 되었으니까요.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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