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이때, 전 세계는 샤를리 엡도 공격과 뒤따른 추모 열기로 뜨겁게 달아올랐습니다. 오늘날 민주주의 사회에서 전투적 무신론자와 독실한 종교인은 표현의 자유라는 공동의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손을 잡을 수 있을까요?
볼테르의 고향인 프랑스 현지에서조차 분위기는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샤를리 엡도가 1주년을 맞아 “살인자는 붙잡히지 않았다”는 글귀와 함께 “신”을 자동소총을 휘두르는 존재로 그린 만화를 싣자, 무슬림은 물론 크리스천들까지 샤를리 엡도를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한 유명 사제는 최근 파리 테러에서 숨진 희생자 가운데는 독실한 종교인도 있었다며, 이런 식의 표현은 희생자들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하지만 유럽의 다른 지역, 그것도 최근까지 종교 간 갈등으로 얼룩졌던 아일랜드에서는 희망적인 소식도 들려왔습니다. 벨파스트에 사는 목사 제임스 멕코넬(James McConnell)은 인터넷으로 중계된 설교에서 이슬람교를 “지옥에서 태어난 종교”라며 “나는 무슬림들을 믿지 않는다”고 말한 일로 기소되었다가 최근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맥코넬 구명 운동에 나섰던 사람들은 각양각색이었습니다. 가톨릭교 사제부터, 런던에 사는 이맘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맥코넬의 편에 섰던 것입니다. 종교계 뿐이 아닙니다. 영국 세속주의단체의 홍보 책임자는 “우리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맥코넬의 시각에 동의하지 않지만, 표현의 자유라는 근본적인 권리가 보호되었다는 점에서 판결을 환영한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맥코넬의 발언을 문제삼아 기소로 이어지게 했던 라이에드 알-와잔(Raied Al-Wazzan)은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무슬림 전체를 싸잡아 선입견을 부추기는 발언을 접하게 되면 똑같이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판결 이후 맥코넬은 앞으로 같은 내용의 설교를 할 때 “표현을 다르게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한때 IS 옹호 발언을 했다가 이를 철회하는 등 물의를 빚기도 했던 알-와잔은 맥코넬이 “교훈을 얻었을 것”이라며, 앞으로 상호 교감과 신뢰가 바탕이 된다면 맥코넬과 악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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