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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권 조작 스캔들도 막지 못한 미국 파워볼 열풍

미국 대부분 주에서 살 수 있는 전국적인 규모의 복권 파워볼이 지난주 토요일에도 1등 당첨자를 내지 못하면서 현재 1등 당첨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습니다. (글을 올리는 현재 14억 달러, 약 1조 7천억 원)

이번 열풍이 불기 전에 사실 미국에서는 복권 사는 것 자체를 꺼림칙하게 만들 만한 스캔들이 일어났습니다. 복권의 보안 담당자가 당첨 번호를 추첨 전에 미리 알아내 빼돌린 뒤 그 번호로 복권을 사 당첨금을 타갔다는 혐의에 대한 수사가 한 주에서 최소 다섯 주로 확대됐습니다. 파워볼 등 여러 주에 걸쳐 전국적으로 시행되는 복권 협회(Multi-State Lottery Association)의 보안 담당자는 사기 혐의로 기소돼 10년 징역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파워볼 열풍에 묻힌 스캔들을 다시 한 번 짚어보겠습니다.

2010년 12월, 아이오와 주 드모인 북쪽에 있는 한 편의점에서 한 남성이 파워볼 복권을 구매합니다. 해당 복권의 1등 당첨금 1,650만 달러의 주인은 추첨 후 거의 1년 가까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2011년 11월에서야 캐나다 국적의 한 남자가 자신이 당첨됐다고 찾아왔는데, 한 달 뒤 이 남자는 사실 자신은 당첨자가 아니라 익명의 당첨자를 대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달 벨리즈의 한 신탁 회사에서 일하는 뉴욕 출신의 변호사가 또 자신이 당첨자라고 주장했지만, 누구도 아이오와 주에서 판매한 그 복권을 갖고 있지 않았고 결국 당첨금은 지급되지 않았습니다.

수사 당국은 3년 동안 이 문제를 파헤쳤고, 문제의 당첨 티켓을 사간 남성이 찍힌 편의점 cctv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화면 속 남성은 모습을 가리려 했지만, 복권협회의 전임 보안 담당자 에드워트 팁턴이었습니다.

팁턴은 지난해 1월 사기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그는 복권을 추첨하는 컴퓨터 기계에 추첨 전에 번호를 빼낼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몰래 설치해 미리 당첨 번호를 알아냈고, 텍사스에 있는 친구에게 부탁해 그 번호로 복권을 샀다고 수사 당국은 설명했습니다. 결국 두 건의 사기 혐의에 대해 지난해 9월 1심은 팁턴에게 징역 10년 형을 선고했습니다.

수사는 계속됐고 추가 혐의가 드러났습니다. 지난해 10월, 수사 당국은 팁턴이 2005년 콜로라도에서 480만 달러 당첨금을, 2007년 위스콘신에서 200만 달러 당첨금을 각각 타간 혐의를 제기했습니다. 캔자스와 오클라호마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파워볼이 처음 도입됐을 때도 재임 중이었던 복권 협회의 찰스 스트루트 협회장은 수사가 전국적으로 확대되자 아무도 몰래 장기 휴가를 떠났습니다. 팁턴은 이달 열린 2심 공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복권 협회 측은 현재 판매되는 복권은 절대로 안전하고 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펜실베니아 주 복권협회 대변인은 “우리 주는 미국 내 다른 주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모범으로 삼을 만한 추첨 절차를 진행하고 있고, 보안 문제에 늘 만전을 기하기 때문에 복권을 사는 소비자들은 공정성에 대해서는 안심하셔도 좋다”고 말했습니다.

파워볼은 실제 숫자가 적힌 공을 추첨하는 장면을 TV로 생중계하기 때문에 팁턴이 불법 소프트웨어를 몰래 심어 번호를 추첨 전에 미리 알아내는 건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미국 복권협회의 이사장인 제프 앤더슨은 최근 “복권이 진행되는 모든 절차가 철저히 수사를 받았지만, 그 결과 복권이 안전하고 공정하다는 것이 다시 한 번 밝혀졌다.”고 말했습니다.

다음 번 추첨은 현지 시각으로 오는 13일 수요일 밤입니다. (워싱턴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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