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 창업주 마이크 애슐리(Mike Ashley)가 운영하는 영국 최대의 스포츠의류 업체 스포츠 다이렉트(Sports Direct)에서 일하는 임시직 직원은 법정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가디언>의 탐사보도 결과 드러났습니다.
영국에서 22번째로 부자인 마이크 애슐리의 스포츠 다이렉트 물류창고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매일 그날 업무를 마치고 집에 가기 전에 온몸 수색을 통과해야 퇴근할 수 있습니다. 수색하는 동안의 시간은 업무시간 외로 분류돼 급여를 받지 못합니다. 또한, 출근이 1분이라도 늦으면 가차없이 급여가 삭감됐습니다.
근무 시간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시간 동안 받아야 할 임금에 부당하게 부과되는 벌금을 더하면 스포츠 다이렉트 물류창고에서 일하는 계약직 노동자들은 시급으로 현재 영국의 법정 최저임금인 6.70파운드(약 12,000원)에 못 미치는 6.5파운드 정도를 받습니다. 개개인이 받지 못하는 돈을 모두 더하면 영국 100대 기업인 스포츠 다이렉트는 영국에서 가장 빈곤한 노동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임금을 아껴 매년 수십만 파운드를 챙기고 있는 셈입니다.
이미 몇몇 물류창고의 열악한 근무 환경이 도마 위에 올라있기도 합니다. 샤이어브룩, 더비샤이어의 물류창고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약 80%는 일한 시간에 따라 임금을 지불하면서 일감이 없어 아무 일도 못하면 임금을 한푼도 지급하지 않는 시간제 계약(zero-hours contract)을 맺고 있습니다. 범법 소지가 있는 근무 환경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근무 환경 탓에 스포츠 다이렉트 물류창고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자녀들은 아파도 집보다 학교에 나오곤 한다고 이 지역 초등학교 교사들은 말했습니다. 아이가 아파도 부모가 해고될까 두려워 휴가를 신청할 엄두를 못 내기 때문입니다. 이런 환경에서 낮은 임금이나 열악한 환경에 문제를 제기하는 노동자도 드뭅니다. 해고를 무릅쓰고 목소리를 높일 개인은 흔치 않습니다.
스포츠 다이렉트는 이미 여러 가지로 비판을 받아 왔습니다. 가격 책정 원칙이 도마 위에 오른 적도 있고, 많은 연기금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는데 여전히 마이크 애슐리의 경영권과 회사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너무 큰 것도 문제로 지적돼 왔습니다. 하지만 이런 비판과는 관계 없이 스포츠 다이렉트의 매출은 성장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개인 재산이 35억 파운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마이크 애슐리의 사업 수완도 칭송의 대상이 되곤 합니다.
<가디언> 소속 기자 두 명은 스포츠 다이렉트 물류창고에 취업해 11월 한 달 동안 물류창고 계약직 노동자로 일하며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근무가 끝난 노동자들은 퇴근시간을 시스템에 입력한 뒤에 바로 집에 가지 못하고 (창고에서 아무 물건도 훔치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는) 수색을 거쳐야 합니다. 15분 정도 걸리는 수색 시간은 근무 시간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가디언>은 전문가들에게 이런 관행이 유럽연합의 노동법에 저촉되는지 여부를 물었습니다. 변호사들은 아직 이와 관련된 판례가 있는 건 아니지만, 장비 설치기사가 고객의 집이나 가게에 장비를 설치하러 가는 시간을 근무 시간으로 간주해야 하느냐는 문제에 관해 최근 유럽연합 사법재판소가 내린 판결이 참고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법원은 “설치기사가 임의로 고객에게 가는 시간을 줄이거나 업무 외 개인 목적의 일을 온전히 하는 데 쓸 수 없기 때문에 이 시간은 사용자의 처분에 따라 쓰게 되는 근무 시간으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게다가 물류창고 노동자들의 급여는 정시에 출근했더라도 시스템상에 출근 도장 찍는 게 1분이라도 늦으면 자동으로 최소 15분 어치가 삭감됐습니다. 반대로 일을 하다가 퇴근이 늦어지는 경우라도 추가 수당은 지급되지 않았습니다. 기자 두 명은 스포츠 다이렉트에 계약직 인력을 충원하는 하청회사 트랜스라인 그룹(Transline Group)과 더 베스트 콘넥션(The Best Connection)을 통해 일자리를 구했는데, 더 베스트 콘넥션에서 건네준 근무 지침 가운데는 “출근 보고가 늦으면 자동으로 지각 처리되고 최소 15분 어치 급여가 삭감된다.”는 규정이 명시돼 있었습니다.
변호사 조 라가덱(Zoe Lagadec)은 이런 규정은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도 있는 사안이라고 해석했습니다. 런던의 한 정부 변호사도 비슷한 견해를 밝혔습니다.
기자들이 물류창고에서 만난 다른 노동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런 관행은 꽤 오래 된 것이었습니다. 스포츠 다이렉트의 다른 물류창고의 사정도 이와 비슷하다고 가정하면, 사측은 물류창고 노동자들에게 드는 비용만 수백만 파운드를 아끼는 셈입니다. (정당하게 지급해야 할 노동자의 급여를 줄이는 것을 비용 절감으로 부를 수 있다면 말입니다)
하청업체인 트랜스라인의 대변인은 말했습니다.
“우리는 최저임금법을 어기지 않았습니다. 영국 내 다른 도소매업체의 물류창고에서 이런 종류의 수색은 일상적으로 있는 일입니다. 일선 노동자들은 물론이고 간부, 부서장, 방문객도 통과해야 하는 수준의 검색입니다. 다른 정책들이 그렇듯, 이 정책도 완벽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계속해서 보완될 예정입니다. 하지만 수색은 고용 계약에 명시된 대로, 가능한 한 간단하게 진행된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대변인은 또한 1분 늦었다고 15분 어치 급여가 삭감되는 건 예외적인 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스포츠 다이렉트 측은 <가디언>의 취재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을 뿐 더 이상의 언급은 피했습니다. 더 베스트 콘넥션은 취재 요청을 거부했습니다.
노동조합 유나이트(Unite)의 지역 임원인 루크 프리마롤로(Luke Primarolo)는 말했습니다.
“국세청이 당장 조사에 착수해서 최저임금을 부당하게 지급하지 않고 있는 사용자를 조사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물류창고에서 일하는 노동자 대부분은 대단히 불안정한 하청 계약 노동자예요. 고용 계약 가운데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항의하고, 열악한 근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의견을 모으고 회사와 협상을 하는 건 법으로 보장된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해고가 두려워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어요. 이런 후진적인 문화는 영국 100대 기업이 아니라 어디 동네 가내수공업 작업장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청 노동자들이 스포츠 다이렉트에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되고 임금도 올라야 합니다.”
앞서 스포츠 다이렉트는 자사 브랜드 USC의 노동자들을 부당 정리해고한 혐의로 법정 다툼을 벌여 왔습니다. 지난 10월 스포츠 다이렉트의 최고 경영자는 30일 전에 해고 사실을 통보하지 않고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한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이 사건의 다음번 심리는 오는 봄에 있을 예정입니다.
산별노조 연합 TUC의 프란세스 오그레이디(Frances O’Grady) 사무총장은 말했습니다.
“스포츠 다이렉트가 또 다시 안 좋은 일로 신문 일면을 장식할지 모르겠습니다. 모든 노동자들은 일을 하러 회사에 가 있는 시간은 일을 한 것으로 간주되어 법이 정한 최저임금을 받아야 합니다. 스포츠 다이렉트의 임금 미지급 혐의가 사실로 밝혀진다면, 정부는 반드시 사측이 탈취한 것이나 다름없는 임금이 노동자들에게 제대로 지급되도록 끝까지 감시해야 할 것입니다.” (Guard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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