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주 산 버나디노에서 일어난 끔찍한 총격 사고의 범행 동기와 자세한 내막에 대한 수사가 계속되는 가운데, 지금 시점에서 한 가지 단언할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특히 이번 사건이 미국에서 가장 소비가 활발한 연말 연휴 기간에 일어났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총격의 가장 큰 수혜자는 다름 아닌 총기 제조업체와 총기 업계라는 점입니다.
너무나 끔찍해서 인정하기 쉽지 않은 분명한 사실은 이번 사건처럼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은 총기 난사 사건이 전국적인 규모의 아주 효과적인 총기 광고가 된다는 점입니다. 아마 총기 업체에서 일하는 마케팅 담당 직원들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을지도 모릅니다. 주요 총기 사고 이후 총기 판매는 어김없이 급증했습니다. 아마 총기 판매상들은 캘리포니아에서 사건이 일어났다는 뉴스를 접하자마자 주문량을 늘려서 재고를 더 확보하느라 정신이 없었을 겁니다.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이 팔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을 겁니다.
왜 이런 모순이 일어나는 걸까요? 먼저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나면 사람들은 위협을 느끼고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총을 구매하는 게 자신을 보호하는 데 얼마나 효과적인지에 대한 논의는 차치하고) 사람들은 그래서 총을 사고 나서 스스로 조금 더 안전해졌다고 느낀다는 겁니다. 또한, 총기 난사 사건이 있을 때마다 총기에 미쳐있는 사람들은 이번에야말로 총기 규제를 거듭 주장해 온 오바마 대통령이 시민들이 가진 총기를 대대적으로 회수해갈 거라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오히려 총을 더 산다는 설명도 있습니다.
“오바마가 우리가 합법적으로 구매한 총을 빼앗아가지 못하도록 우리의 단결된 힘을 보여줍시다! 두 정 살 계획이었다고요? 두 정 더 구매하는 건 어때요? 우리가 모두 단호한 메시지를 보여주면 오바마도 엄두를 못 낼 겁니다!”
이런 식의 논리가 먹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겁니다.
두 가지 모두 일리 있는 설명이지만, 더욱 넌더리 나는 불편한 진실 하나가 빠졌습니다.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난 뒤 총기 판매가 늘어나는 건 맞는데, 한층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든 총기 판매가 늘어나는 건 아닙니다. 대신 이번 사건에서 쓰인 바로 그 총기의 판매가 유독 급증하곤 한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됩니다. 코네티컷 주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일어났던 총기 사건 이후 범인 아담 랜자가 7~8살 어린이들을 살육하는 데 쓰인 바로 그 총기 AR-15의 판매가 크게 늘었습니다. 한꺼번에 많은 총알을 장전할 수 있는 탄창의 판매도 크게 늘었습니다. 탄창을 바꾸어 끼는 데 드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 어필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이 섬뜩한 사실이 가리키는 바는 분명합니다.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일어난 끔찍한 사건이 그 사건에 쓰인 범행 도구를 도리어 대대적으로 홍보했다는 점입니다. 범인은 자신이 인간의 탈을 쓴 악마나 다름없다는 걸 보여준 동시에 AR-15의 뛰어난 성능을 만천하에 광고한 것입니다. 몇 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내에 수십 명을 죽일 수 있었으니까요. 아, 탄창을 갈아 낄 필요도 없었습니다.
만약 당신이 손에 총을 쥐고 있을 때 무슨 대단한 힘을 얻은 것 같다는 착각에 빠지는 사람이라면, 샌디훅에서 일어난 사건을 보고 ‘저 총 갖고 싶다’는 결론에 이르렀을 확률이 꽤 높습니다. 실제로 총기 업체들이 주요 타깃으로 삼는 고객층이 바로 그런 사람들입니다. 자신을 보호하는 데는 총이 별 소용이 없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수십 명을 순식간에 다 죽여버릴 수 있는 엄청난 힘을 손에 넣고 싶은 이들에게 그 순간 AR-15 만큼 매력적인 물건은 없었을 겁니다. 바로 눈앞에서 그 성능을 시연한 셈이나 다름없으니까요.
총기 난사 사건 이후, 방탄복 판매도 크게 늘었습니다. 이는 총기 난사 사건이 단지 성능 좋은 총기류를 간접적으로 홍보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군대나 전쟁, 전투, 살육에 대한 환상을 심어준다는 증거일지도 모릅니다. 많은 총기 난사범이 그런 환상에 사로잡혀있기도 합니다. 물론 이번에 현장에서 경찰에 사살된 범인 두 명 모두 방탄복을 입고 있었습니다. 방탄복을 입는다고 불사의 몸이 되는 건 아닙니다. 당연한 일이죠. 하지만 근본 없는 반정부주의 사상에 물든 이들은 방탄복을 입으면 경찰 한 중대의 집중 사격도 견뎌낼 수 있을 것만 같은 착각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실제로 총기 회사들이 판매하는 건 그러한 환상인지도 모릅니다.
총기 난사 사건 이후 양대 총기 제조업체인 스미스 앤드 웨슨(Smith & Wesson), 루거(Ruger)의 주가가 급등했습니다. 시장은 이번 사건의 귀추를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겁니다. 물론 <워싱턴포스트>가 지적했듯 뚜렷한 인과 관계를 밝혀내기는 어렵습니다. 단순한 상관관계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어쨌든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총기 관련주의 주가가 크게 올랐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윤리적인 투자 같은 공자님 말씀은 전혀 개의치 않는 냉혈한의 투자자에게는 시세 차익이 거의 확실히 보장된 투자 기회일 겁니다.
12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소비자들의 소비가 가장 활발한 시기라는 점도 캘리포니아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나기 전부터 이미 총기 재고를 잔뜩 쌓아놨을 총기 업체들에는 또 다른 호재입니다. 사랑하는 가족에게 이번 크리스마스 선물로 무얼 사줄지 고민하던 이들은 아마 뉴스를 보고, ‘맞다, 우리 오빠/남편/누나/아내가 총 애호가였지? 어디 보자, 저 총 정말 성능 좋아 보이네. 세일 많이 해서 값도 괜찮아 보이는데, 저걸로 사줘야겠다.’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현실감 떨어지게 좀비나 죽여대는 비디오게임은 너무 시시합니다. 실제 총이 가져다주는 스릴에 비할 바가 못 되죠. 에이, 우리 오빠/남편/누나/아내가 얼마나 착한 사람인데 저 총으로 사람을 쏠 일이 있으려고요? 살인은 죄고 사람이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상식 위에 쓰인 법이 있잖아요. 괜찮을 겁니다. 지금 TV에 나오는 저 범인들은 죄다 정신 나간 사람들이죠. 아니면 반대로 정말 어쩔 수 없이 총을 꺼내 들어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요? 우리 집에 강도가 들면 어떡해요! 오바마가 진짜 집집이 문을 두드리고 다니면서 총을 내놓으라고 으름장을 놓으면 어떡하죠? 잠깐, 진짜 좀비들이 창궐하면요? 알아요, 그럴 일은 다 영화나 드라마 속 일이라는 거요. 하지만 뭐 연휴 때 선물 주고받으면서나 이런 꿈 같은 얘기 해보지, 안 그래요? 다 웃자고 하는 얘기죠.
저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실제로 얼마나 있겠느냐고요? 불과 7년 전에 미국의 부통령 후보였던 사람이 책에 써놓은 한 구절을 살펴보죠. 사라 페일린이 2013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펴낸 <Good Tidings and Great Joy>라는 책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습니다.
지난해(2012년) 난 남편에게 뭔가 특별하고 멋진 선물을 해주고 싶었다. 워싱턴 정가에서 늘 이야기되는 총기 반대 움직임도 짜증이 나던 차라, 나는 아주 멋있고 요긴한 권총 한 자루를 골랐다. 그리고 답례로는 내 사륜 오토바이에 달아둘 금속 총집을 사달라고 부탁했다. 이런 소소한 시민 불복종은 남편과의 연휴에 즐거움을 더했을 뿐 아니라, 나의 애창곡 가운데 나오는 가사 한 구절을 그대로 실천에 옮기기도 한 것이다. “그는 권총을 갖고 있어요, 나는 총 거치대를 장만했죠. (He’s got the rifle, I got the rack.)”
페일린 다운 농담이군요! 크리스마스트리 아래서 선물을 열었을 때 나쁜 놈들을 총으로 쏴 죽이는 상상을 하면서 호쾌하게 웃었을까요? 샌디훅에서 일어난 끔찍한 일로 가족을 잃은 스물 여섯 가족의 크리스마스는 어땠을까요? 가족의 빈자리가 더없이 커 보였을, 사랑하는 이들 없이 맞는 첫 번째 크리스마스가 어땠을까요? 특히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어린 자식을 잃은 부모들의 마음은, 아이들을 위해 정성껏 준비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열고 좋아할 아이가 정작 없는 게 또 한 번 사무쳤을 부모들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총기 판매를 규제하고 총을 사려는 사람의 신원조회를 강화하는 등의 총기 규제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이와 관련한 토론이 벌어지는 것 자체는 어쨌든 바람직한 일입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좀 더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고, 더욱 날카롭게 간 비판의 칼끝을 책임을 져야 할 집단에 들이밀어야 합니다. 크리스마스 파티 현장에, 초등학교에 다니는 어린 학생들에게 총을 난사하는 미친 악마가 등장할 때마다 가장 큰 혜택을 보는 건 누구인가? 누가 애도를 표하면서도 실은 표정 관리가 어려울 만큼 가슴속에서 우러나오는 미소를 짓고 있을까?
미국에서 총기는 결국 소비재입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는 완전 정신 나간 헛소리처럼 들리는 광고가 전혀 합리적이지 않은 분노, 피해망상에 사로잡힌 페일린 같은 사람들한테는 통합니다. 그리고 그런 광고가 버젓이 허용되고 있는 게 지금 미국의 현실입니다. 정신 나간 사람들이 그 환상의 껍질을 깨고 실제 현실을 활보하면, 끔찍한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나는 겁니다. 그리고 그런 사건은 비슷한 환상에 사로잡힌 수많은 이들의 손에 총기를 쥐여주는 악순환을 재촉합니다.
이미 미국인들이 소유한 총기는 3억 정에 이릅니다. 효과적인 총기 규제는 이미 불가능해졌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총기 규제에 앞서 총기가 다른 소비재처럼 여기는 이 문화부터 바꿔보는 건 좀 더 가능성이 있는 싸움 아닐까요? 우선 모든 종류의 총기 광고를 금지하는 겁니다. 총기 사고가 났을 때 해당 총기 제조업체에 책임을 묻지 않는 현행법을 철폐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합니다. 총기 산업도 엄연한 산업입니다. 광고에 제약을 받을 수 있고 특정 소비자는 구매에 제한을 둘 수 있어야 합니다.
너무 과격한 이야기를 하는 것 아니냐고요? 아니면 실현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고요? 담배를 규제해 온 지난 역사를 한번 생각해봅시다. 분명 흡연율이 대단히 높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무엇보다 담배를 피우는 것이 쿨하다고 여겨졌습니다. 담배가 건강에 나쁘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금연 캠페인만 펼쳤다면 흡연율을 지금처럼 낮추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대신 활동가들은 담배 피우는 모습이 멋있다는 인식을 집중적으로 공략했습니다. 그 결과 담배를 피우는 건 더는 멋진 행위가 아니라 그저 많은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냄새나는 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아직도 담배 피우는 게 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없지는 않겠지만요. 어쩌면 총기에 대한 규제를 계획할 때도 잘못된 환상에서 빚어진 비뚤어진 문화, 인식부터 공략하는 전략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Sal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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