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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설득의 열쇠

사업을 할 때 사람들이 당신과 계약을 맺도록 하고 싶다면, 당신보다는 그들이 가치 있게 여기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자동차를 판매할 때는 합리적 가격과 신뢰성 등 구매자에게 호소할 만한 특징을 강조해야 합니다.

<성격과 사회심리학(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에 최근 발표한 논문에 게시한 일련의 실험에서 보듯이, 이 판매술(salesmanship)의 법칙은 정치적 토론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즉, 당신이 설득하고자 하는 이의 가치관에 맞추어 주장의 틀을 짜야 합니다. 그러나 정치의 영역에서 이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우리는 사람들이 자신이 택한 정치적 견해의 근거를 밝히는 데 어려워하며 다른 가치관을 가진 이들이 같은 견해를 어떻게 지지할 수 있는지 고려하는 데 실패함을 발견했습니다.

한 연구에서 우리는 진보적, 보수적인 사람들에게 동성 결혼(same-sex marriage)에 대해 두 가지 메시지를 보여주었습니다. 한 메시지는 동성 커플도 동등한 권리를 누려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진보적인 사람들이 흔히 동성 결혼을 지지할 때 쓰는 공정성(fairness)에 기반을 둔 메시지입니다. 보수적인 사람들보다 진보적인 사람들에게 더 큰 울림을 주는 평등의 가치에 근거합니다. 다른 메시지는 보수적인 사람들에게 더 큰 울림을 갖는 애국심과 집단 충성심에 호소하도록 작성했습니다. (“동성 커플들은 자랑스럽고 애국하는 미국인이며, 미국 경제와 사회에 기여합니다.”)

진보적인 사람들은 메시지 종류와 관계없이 동성 결혼을 지지했습니다. 그러나 보수적인 사람들은 공정성에 기반을 둔 메시지보다 애국심에 호소하는 메시지를 읽었을 때 동성 결혼을 훨씬 더 지지했습니다.

비슷한 실험에서, 이번에는 진보적인 사람들을 설득하는 데 초점을 맞춰봤습니다. 군비 지출 증대를 지지하는 두 가지 메시지를 진보적, 보수적인 사람들에게 보여주었습니다. 한 메시지는 본토와 해외에서 미국인을 하나로 만드는 군에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는 내용이었고, 다른 메시지는 빈곤과 불우한 환경에 놓인 이들이 군대를 통해 확실한 월급을 받고 빈곤과 불평등에서 벗어나는 데 필요한 공정한 기회를 얻을 수 있어 군비 지출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보수적인 이들에게 메시지 종류는 상관없었습니다. 그러나 진보적인 이들은 애국심에 호소하는 것보다 공정성에 호소하는 메시지를 읽었을 때 군비 지출을 늘리는 데 훨씬 더 우호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만약 위와 같은 메시지들이 진보든 보수든 자연스럽게 펼칠 주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그렇습니다. 또 다른 연구에서 우리는 진보적인 사람들에게 동성 결혼에 관해 보수적인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도록 글을 쓰게 했고, 가장 설득력 있는 메시지를 쓰는 이에게 상금을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이런 물질적 유인에도 불구하고, 보수적인 가치관에 호소하는 주장을 펼친 이는 9%에 불과했습니다. 69%는 진보적인 가치관에 호소했습니다.

보수적인 사람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똑같은 상금을 제시하고 영어를 미국의 공용어로 만들자는 주장을 진보적인 사람들에게 호소해보라고 했을 때, 진보적인 가치관에 호소하는 논리를 전개한 사람은 8%밖에 안 됐습니다. 59%는 보수적인 가치관에 호소했습니다.

가치관 재설정(moral reframing)은 왜 이토록 어려울까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당신이 믿지 않는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 불쾌할 수 있습니다. 듣는 이의 가치관과 당신의 정치적 입장 사이의 연결고리를 보지 못할 수 있습니다. 듣는 이가 당신과 다른 어떤 가치관을 따르고 있는지조차 모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간극의 원인이 무엇이든, 노력과 숙고로 이를 메꿀 수 있습니다.

듣는 이의 가치관에 따라 정치적 주장을 재설정하는 것을 전략적인 설득이라기보다는 실질적이고 실체적인 관점 선택으로 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설득하고자 하는 이들의 머리에 들어가 그들이 무엇을 중요시하는지 파악하고 그들의 원칙을 끌어안는 주장을 펼쳐야 합니다. 그럴 수 있다면, 당신이 당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을 적이 아니라 숙고할 만한 가치관을 가진 이들로 여기고 있음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당신이 하게 될 주장이 당신에겐 가장 호소력 있지 않더라도, 정치적 라이벌의 가치관을 당신의 관심으로 존중하게 될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가 동료 시민들에게 빚진 최소한의 의무입니다.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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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on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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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spousing liberal (or conservative) values is never about persuading others on a single issue, but it rather aims at the propagation of that value itself. The article generally seems to assume an level playing field of ideas where each side's values hold similar legitimacy, but it overlooks the fact that self-identified liberals or conservatives retain solid hierarchy of values in their mind. What good does persuasion of a position in a single issue do to the liberal/conservative, if that pathway to persuasion only bolsters values the liberal/conservative renounces? This article's only focus is on case-by-case, issue-by-issue persuasion; it does not properly take into account that politics is in fact a clash between values in its most fundamental level, and that giving into another's value, even if it helps persuasion on a micro-issue, is inevitably a "loss" in the struggle for value hegem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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