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문화

[뉴욕타임스] 산만함에 중독되다

지난여름 어느 저녁, 나는 책의 한 문단을 거듭해서 읽고 있었습니다. 그 문단을 대여섯 번 읽고 나서야 나는 내가 도저히 이 책을 더 읽어나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책을 읽을 만큼의 집중력을 유지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 일은 내게 큰 충격이 되었습니다. 내 삶에서 독서는 언제나 큰 즐거움을 주는 배움과 위로의 방편이었습니다. 그러나 요즘 내가 정기적으로 사들이는 책들은 책상 옆에 그 어느 때보다 높게 쌓여 내게 조용히 따가운 눈길을 보내고 있을 뿐입니다.

나는 책이 아니라 인터넷에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우리 회사 웹사이트의 트래픽을 확인했고, 길트(Gilt)와 루라라(Rue La La)에서 화려한 양말들을 주문했습니다. 이미 내게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이 가지고 있는데도 말이죠. 심지어 “아역 배우일 땐 못생겼는데 몰라보게 멋지게 자란 배우들”처럼, 도저히 저항할 수 없는 제목의 기사와 사진을 죄책감과 함께 클릭하고 있었습니다.

근무시간 동안 나는 내가 의식하는 것보다 더 많은 시간 동안 이메일을 확인하고 있었고, 대통령 선거가 1년도 넘게 남았음에도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뉴스들을 찾아다니는 데 과도한 시간을 쓰고 있었습니다.

니콜라스 카는 자신의 책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The Shallows: What the Internet Is Doing to Our Brains.)>에서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은 그 자체로 주의를 분산시키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우리는 유혹적인, 또는 적어도 충분히 다양한 정보를 획득하는 것의 대가로 쉽게 집중력의 손실과 주의의 분산, 생각의 파편화를 받아들입니다.”

중독이란 어떤 물질이나 활동에 끊임없이 이끌려 결국 일상이 방해를 받게 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 정의에 따르면 내가 아는 거의 모든 사람은 적어도 어느 정도는 인터넷에 중독되어 있습니다. 인터넷은 사회적으로 허용된 중독으로 실로 우리의 업무를 대신하고 있다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최근 한 조사는 평균적인 사무실 근무자가 이메일에 사용하는 시간이 하루 6시간에 이른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이는 온라인 쇼핑과 소셜 미디어 사용시간을 제외한 수치입니다.

새로움과 끊임없는 자극 및 순간적인 만족을 바라는 뇌는 “충동 회로(compulsion loop)”를 만듭니다. 우리는 실험실의 쥐나 약물 중독자처럼 같은 효과를 얻기 위해 더 많은 것을 필요로 합니다.

새로운 정보를 끊임없이 받아들이는 일은 우리의 작업기억에도 영향을 끼칩니다. 이러한 인지적 한계상황에서 우리는 학습한 내용을 장기기억으로 잘 옮기지 못하게 됩니다. 이는 마치 우리 뇌가 물로 가득 찬 컵과 같이 되어 그 위에 따르는 것은 무엇이건 그대로 바닥으로 흘러넘치게 되는 것과 같습니다.

나는 오래전부터 이 사실을 알았습니다. 내가 이런 내용을 처음 글로 쓴 지 20년이 지났습니다. 고객들에게도 매일 이 사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단지 내가 그런 상태일 수 있다는 사실을 한 번도 진정으로 믿지 못했을 따름입니다.

부정은 모든 중독자의 첫 번째 방어적 반응입니다. 자신의 충동적 행동을 이성적으로 해결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만큼 치료에 방해가 되는 것은 없습니다. 수년 동안 나는 나 자신을 충분히 잘 관리해왔고, 그런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나는 지난겨울 성장 중인 한 컨설팅 사업을 관리하면서 동시에 긴 시간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초여름이 되자, 나는 내가 스스로 전혀 제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나는 인터넷에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이 때문에 집중력이 떨어지고 주의가 산만했으며, 게다가 제대로 된 음식을 먹지 못했습니다. 너무 많은 다이어트 소다를 마시고 있었습니다. 밤에 두 번째 칵테일을 마시는 일도 너무 자주 있었습니다. 거의 평생 매일 운동을 해왔음에도 이 시기에는 더 이상 운동을 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이를 깨달은 나는 비정상적으로 야심 찬 계획을 세웠습니다. 다음 30일 동안 위의 행동과 다른 여러 나쁜 습관들을 한 번에 고치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실로 웅대한 계획이었지요. 나는 내 고객들에게는 이와 정확히 반대로 행동하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나는 그 어떤 이보다도 내가 나 자신을 더 잘 교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 행동들은 모두 연관된 것입니다. 나는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문제는 인간의 의지력과 억제력은 실로 제한적이라는 것입니다. 인간은 한 번에 한 가지 행동을, 이왕이면 매일 같은 시간에 바꿈으로써 이를 습관으로 만들 수 있고, 이를 통해 그 일을 지속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점점 더 줄여가야만 겨우 변화에 성공할 수 있습니다.

나는 그 30일 동안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커다란 유혹을 느끼긴 했지만, 다이어트 소다와 술을 더 이상 마시지 않았습니다. (석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다이어트 소다는 마시고 있지 않습니다) 나는 설탕과 감자칩, 파스타 같은 탄수화물 역시 끊었습니다. 매일 정기적으로 운동을 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한 가지 목표만은 전혀 이루지 못했습니다. 바로 인터넷 시간을 줄이겠다는 목표였습니다.

내 처음 계획은 인터넷 사용을 하루 세 번의 이메일 확인만으로 제한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점심시간, 그리고 일과를 마치고 퇴근하기 전의 세 번이었습니다. 첫날 오전까지는 이 계획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곧 원래의 계획과는 멀어지고 말았습니다. 나는 마치 빵집에서 일하면서 컵케익을 먹지 않겠다고 결심한 설탕 중독자와 같았습니다.

그날 아침, 내가 계획을 깰 수밖에 없었던 것은 누군가에게 매우 긴급한 내용의 이메일을 꼭 보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그 이메일을 쓰고 “발송(Send)” 버튼을 누르기만 할 계획이었고, 그건 인터넷을 하는 게 아니라고 스스로 타일렀습니다.

문제는 그 이메일을 쓰기 위해 메일함을 열었을 때 오전 동안 새로 도착한 이메일들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 가운데 즉시 답을 해야 하는 메일은 없었지만, 그럴듯한 제목의 이메일이 자신을 열어보라는 유혹에 저항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이메일들을 읽어나갔습니다.

인터넷에 다시 빠지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였습니다. 다음날, 나는 인터넷 중독에서 벗어나겠다는 계획은 포기했습니다. 다이어트 소다와 술을 마시지 않는 것, 그리고 당분을 피하는 쉬운 일에 집중하기로 했지요.

그렇지만 나는 인터넷 독립을 꼭 다시 시도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위의 30일간의 훈련을 끝내고 몇 주 뒤, 나는 한 달간 휴가를 떠났습니다. 이제 내 제한된 의지력을 단 하나의 목표에 쏟을 기회가 온 것입니다. 나는 내 영혼을 인터넷으로부터 자유롭게 만들리라, 그리고 내 주의력을 조절하는 자유를 되찾으리라 결심했습니다.

나는 이를 위한 첫 단계를 이미 성공적으로 밟은 상태였습니다. 곧, 나 혼자 의지만으로는 인터넷을 끊을 수 없다는 뼈아픈 사실을 인정했던 것이지요. 이제 해독제를 사용할 차례였습니다. 나는 전통적인 두 번째 단계, 곧 절대자가 나를 정상적으로 돌려주리라는 믿음을 가지는 것을 보다 세속적인 방법으로 바꾸었습니다. 절대자 대신 나의 서른 살 난 딸에게 내 핸드폰과 노트북에서 이메일과 인터넷을 하지 못하게 차단해 달라고 부탁했지요. 다행히도 나는 이들을 다시 연결하는 법을 몰랐습니다.

나는 휴대폰 문자만은 남겨두었습니다. 돌아보면, 디지털 삶의 세계로 가는 뗏목만은 남겨둔 셈이지요. 나와 문자로 연락하는 사람은 몇 명 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나는 휴가 중이었고, 대부분 내게 문자를 보낸 이들은 나의 가족들이었습니다. 주로 어디에서 만날지를 정하는 내용의 문자들이었지요.

처음 며칠 동안 나는 박탈의 고통을 겪었습니다. 대부분은 머릿속에 떠오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구글에 검색해보고 싶은 욕구였지요. 그러나 하루하루를 인터넷 없이 지내면서 나는 더 편안해졌고, 덜 불안해졌으며, 더 집중할 수 있었고, 그리고 짧고 즉각적인 자극에 덜 매달리게 되었습니다. 내 머릿속에서 일어난 일은 정확히 내가 바라던 일이었습니다. 머릿속은 차츰 차분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다양한 난이도와 분량의 책을 열 권 이상 가져갔습니다. 짧은 논픽션부터 읽기 시작한 나는 점점 더 안정을 찾고 집중력이 강해지면서 더 긴 논픽션으로 옮겨 갔습니다. 나는 마침내 내 책꽂이에 거의 5년 동안 꽂혀있었던, 싯다르타 무케지의 놀라운, 그러나 다소 복잡하고 어려운 암에 대한 전기인 <만병의 황제(The Emperor of All Maladies)>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몇 주가 지나면서 나는 즐거움의 원천으로써, 더 많은 사실을 알고자 했던 욕구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 대신 나는 소설에 빠졌습니다. 나는 휴가 막바지에 이르러 조나단 프랜즌의 500페이지가 넘는 <순수(Purity)>를 몇 시간이고 몰입해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제 나는 일터로 돌아왔고, 당연히 인터넷을 사용합니다. 인터넷은 앞으로도 내 집중력의 상당 부분을 요구할 것입니다. 지금 나의 목표는 인터넷을 사용하는 시간과 하지 않는 시간 사이의 최상의 균형을 찾는 것입니다.

나는 이전보다 더 나 자신을 제어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나는 내 주의를 사용하는 데 있어 덜 충동적이며 더 계획적으로 행동합니다. 인터넷을 할 때 나는 나 자신이 무작정 방황하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합니다. 가능한 한 자주 나는 스스로 묻습니다. “이게 지금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일까?” 만약 그 답이 부정적이라면, 이렇게 질문합니다. “내가 스스로 더 생산적이고, 더 만족할 수 있으며, 더 편안해질 수 있는 행동은 어떤 것일까?”

나는 또한 내 사업을 내 일상의 활동과 완전히 결합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나는 계속 책을 읽고 있습니다. 단지 책을 좋아하기 때문만이 아니라, 이를 통해 내 주의력을 기르는 훈련으로 삼고 있습니다.

나는 다음 날 아침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을 그 전날 밤에 결정하는 오랜 습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루의 시작은 대부분 약 60분에서 90분 정도의, 다른 방해가 없는 시간 동안 전날 정한 그 일을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10분에서 15분 정도 휴식을 통해 안정을 취하고 에너지를 다시 재충전합니다.

집중력을 요구하는 다른 일이 있을 때는 나는 원하는 시간만큼 인터넷을 차단하고 아침의 의식을 반복합니다. 저녁에는 아래층에 모든 전자기기를 두고 침실로 올라갑니다.

나는 적어도 1년에 한 번은 전자기기를 쓰지 않는 휴가를 보내겠다는 결심을 하고 있습니다. 나는 한 번에 몇 주 동안 휴가를 보낼 수 있는 드문 자유를 누리고 있지만, 그저 일주일만이라도 인터넷을 끊어본다면 그것이 누구에게나 커다란 회복의 시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나는 때로 내가 휴가 마지막 날 보았던 슬픈 장면을 다시 떠올립니다. 나는 가족들과 식당에 앉아있었고, 40대 초반의 한 남자가 네다섯 살쯤 된 귀여운 딸과 들어와 앉았습니다.

남자는 앉자마자 자신의 핸드폰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는 넘치는 에너지로 자리에서 일어나 테이블 위를 걸어 다니며, 손을 움직이고 얼굴을 가져다 대며 아빠의 시선을 받아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아주 짧은 순간을 제외하곤 아이는 아빠의 관심을 끌지 못했고 잠시 후 지쳐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무거운 침묵만이 남아있었습니다.

(뉴욕타임스)

원문 보기

veritaholic

View Comments

  • 요새 내가 가진 고민을 그대로 적은 듯한 글. 공감.
    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지금은 1995년이다.' (인터넷도 없고, 개인적으로 한창 공부하던 시절)라고 되뇌이는 방법도 사용했습니다. (효과가 크지 않지만요????)

  • 니콜라스 카의 책은 국내에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판되었습니다. :)

Recent Posts

‘예스맨의 절대 충성’ 원하는 트럼프…단 하나의 해답 “귀를 열어라”

트럼프 2기 행정부 인사가 속속 발표되고 있습니다. 대부분 트럼프에게 절대적인 충성을 보여준 이들로, 기존 공화당원들…

10 시간 ago

[뉴페@스프] “삶이 송두리째 흔들릴 것” 미국 대선판에 등장한 문건… 정작 묻히고 있는 건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2 일 ago

“뻔한 정답 놓고 고집 부린 결과”… 선거 진 민주당 앞의 갈림길

선거가 끝난 지 일주일이 다 돼 가고 있습니다. 역사적인 승리를 거둔 트럼프는 2기 행정부 출범을…

3 일 ago

[뉴페@스프] 독서의 대가로 돈을 준다고? 중요했던 건 이것과 ‘거리 두기’였다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6 일 ago

“진짜 승자는 트럼프 아닌 이 사람?… 트럼프 2기를 예측해봤습니다”

미국 대선이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로 마무리됐습니다. 트럼프의 승리 요인, 해리스의 패배 요인을 분석하는 기사와 칼럼이…

1 주 ago

[뉴페@스프] 공격의 고삐 쥔 트럼프, TV 토론으로 승리 방정식 재현할까?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2 주 a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