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저녁 미국 캘리포니아 주 오클랜드에서 경찰을 향해 총을 겨누고 다가가던 남성 한 명이 일제히 대응 사격에 나선 경찰이 쏜 총에 맞아 현장에서 사살됐습니다. 이 남성은 경찰에 신고한 뒤 허락을 받고 진행했던 사이드쇼(sideshow, 옮긴이: 함께 모여 일종의 곡예 운전을 하는 행위)에 쓴 차를 경찰이 견인하려 하자 경찰에게 다가갔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구체적인 정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가 들고 있던 총은 모조품이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오클랜드 시 경찰청은 “경찰관을 향해 총을 겨누며 다가오는 사람을 발견했고, 경찰관들이 현장에서 용의자를 사살했다.”고 밝혔습니다. 숨진 사람의 신상은 공개되지 않았고, 경찰 측은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 사이드쇼에는 차량 수백 대가 참여해 토요일 늦은 밤부터 일요일 새벽 사이 고속도로 일부 구간이 통제되기도 했습니다. 최소 한 명이 사전 신고 범위를 벗어났다가 경찰에 체포됐고, 총성이 들리기도 했습니다.
사건의 경위와는 별개로 한 가지 더 이목을 끄는 사실이 있다면, 경찰의 이번 총격으로 올해 미국 경찰과 보안관 등 사법 집행관(law enforcement)의 손에 목숨을 잃은 민간인이 1천 명이 됐다는 점입니다. 더 카운티드(The Counted) 블로그를 통해 상세한 데이터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 가운데는 현장에서 사살된 범죄자도 있고, 용의자나 피의자 단계에서 경찰에 위협을 가하다가 총에 맞은 이도 있으며, 아무런 잘못도 없었고 무기를 갖고 있지도 않았지만 오해를 사 목숨을 잃은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마지막 경우에 해당하는 몇몇 사건은 미국 경찰의 과잉 진압에 대한 논란에 불을 붙이기도 했습니다.
올해 들어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진 사람은 883명입니다. 47명은 테이저 전기 충격을 일으키는 테이저 총에 맞아 숨졌고, 33명은 경찰차에 치여 숨졌으며, 36명은 구금 중에 숨졌습니다. 그리고 경찰관과 몸싸움 중에 머리를 맞아 숨진 사람도 한 명 있습니다. 매일 평균 3.1명이 경찰의 손에 목숨을 잃는 셈입니다.
1천 명 가운데 183명이 캘리포니아에서 숨졌습니다. 캘리포니아 주는 미국 50개 주 가운데 사망자가 가장 많지만, 인구 대비로 따져보면 열 번째입니다. 인구 대비 가장 많은 사람이 경찰의 손에 목숨을 잃은 주는 오클라호마입니다.
경찰의 과잉진압과 정당방위에 대한 지나친 면죄부가 논란이 되면서 경찰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상당히 커졌지만, 아직 미국 정부는 관련 기록과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이 문제를 지적하는 의원들은 우선 정확한 데이터를 모으고 그를 기반으로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1천 명 가운데 약 20%에 해당하는 198명은 경찰에 살해될 당시 아무런 무기를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59명은 무장 여부가 확실하지 않습니다. 아무런 무장을 하지 않고도 경찰의 총격이나 과잉 진압에 목숨을 잃은 이들을 인종별로 나누어보면 차이가 있는데, 흑인은 사망자의 26%가 무장하지 않은 상태였던 데 반해 백인은 18%가 무장하지 않은 상태로 경찰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21세기 경찰 개혁위원회의 위원이자 공권력의 폭력을 줄이고 감시하는 시민운동을 벌이는 단체 캠페인 제로를 시작한 브리타니 팩넷은 1천 명이라는 숫자에 대해 “아주 슬픈 일이긴 하지만, (미국 경찰의 문제를 생각하면) 대단히 놀랄 일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이 나라에서 저 같은 흑인에게는 경찰이 보호자이자 안전 지킴이였던 것만은 아녜요. 때로는 경찰을 만나는 것 자체로 목숨이 위태로운 일도 일어났으니까요. 1천 명이라는 적지 않은 숫자의 의미에 각 희생자들의 사연이 더해진다면, 잘못된 관행이지만 전혀 고쳐질 기미가 보이지 않던 부분에 대해서도 시민들이 뜻을 모으고 시정을 요구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런 무기도 소지하지 않고 있던 18살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을 총으로 쏴 살해한 백인 경관을 법원이 기소하지 않기로 한 뒤 미주리 주 퍼거슨에서는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습니다. 경찰 개혁위원회는 이 사건을 계기로 소집돼 경찰에 의해 목숨을 잃는 민간인 숫자를 집계하고 그 일이 각각 어떤 맥락에서 벌어졌는지를 조사해 정책을 제안할 계획입니다.
미국 법무부도 현재 <가디언>의 “더 카운티드”와 비슷한 프로그램을 시작하고 데이터를 모으고 있습니다. 각 경찰서와 경찰청에 원하는 경우 정당방위가 성립되는 사건을 자체 보고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팩넷은 “취지는 좋은데 여전히 걸음마 단계인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데이터를 모으고 이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제고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덧붙입니다.
“특히 체포나 구금 과정에서의 폭력, 목숨을 빼앗는 일은 아니더라도 대단히 중요하게 다뤄야 할 다른 폭력, 미성년자나 성 소수자 등 공권력 앞에 특히 취약할 수 있는 집단을 상대로 한 폭력 등 공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부분이 대단히 많습니다. 이런 부분에 대한 데이터도 꾸준히 모아야 합니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해결책은 설득력이 높습니다.” (Guard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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