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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주사형과 사형제도의 미래

사형집행을 앞둔 밤, 켈리 기센다너는 사형수가 거치는 과정을 모두 밟았습니다. 변호사에게 감사 인사를 한 후 신체 검사를 받았고, 치즈와퍼 두 개와 아이스크림으로 마지막 식사를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공모하여 죽인 남편과 함께 낳은 세 자녀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남겼죠.

이 모든 일은 기센다너의 두 번째 사형예정일에 일어난 일입니다. 처음 날짜를 받았을 때는 악천후로 사형집행장까지 가는 교통편이 취소되었죠. 올 3월, 두 번째로 받은 날에는 사형집행실에 앉아서 죽음을 기다렸지만, 집행이 취소되고 무기한 연기되었습니다. 사형이 실제로 집행된 것은 지난 9월 29일이었습니다. 그 주에 미국에서는 세 건의 사형집행이 예정되어 있었죠.

그 중 하나였던 리처드 글로십에 대한 사형집행 역시 마지막 순간 극적으로 연기되었습니다. 글로십은 1997년 모텔 주인 살해를 사주한 죄로 사형을 선고받았지만, 판결의 근거가 된 것은 실제로 피해자를 살해한 당사자의 증언이었습니다. 그는 글로십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고 사형을 면했기 때문에, 글로십이 누명을 썼다는 주장이 계속해서 제기되었습니다.

이런 사례들은 미국 사형제도의 약점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기센다너는 1997년 내연남인 그레고리 오웬에게 남편 더글러스 기센다너를 죽여달라고 부탁하고 살해 도구를 제공한 죄로 사형선고를 받았습니다. 오웬은 유죄를 인정하고 켈리 기센다너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대가로 25년 징역을 살면 가석방의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되었죠.

글로십과 기센다너 사건 모두 실제로 살해 현장에 없었던 공모자가 사형을 받고, 손에 직접 피를 묻힌 사람은 더 약한 처벌을 받은 드문 사례입니다. 사형제 반대론자들에게는 사형제도가 얼마나 일관성 없는 제도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꼽히죠. 하지만 기센다너 사례는 약물 주입이라는 사형 방식의 약점을 크게 드러냈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큽니다. 약물 주입은 깔끔하고 확실하다는 인식 때문에 최근 수십 년간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사형 방식입니다. 하지만 기센다너의 두 번째 사형예정일, 집행이 무기한 연기된 이유는 집행에 사용될 약물이 뿌옇게 변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작년에는 약물을 투여받은 사형수가 무려 43분간 고통을 겪은 끝에 숨지는 사고도 있었습니다.

집행 시의 아마추어리즘보다 더 큰 문제는 약물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EU가 사형 집행에 사용되는 약물 수출을 금지하고 제약 회사들도 그러한 움직임에 동참하면서, 사형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 주정부들이 필요한 약물을 제때 확보하기가 어려워진 것입니다. 이달 초에는 버지니아 주 정부가 알프레도 프리에토라는 남성을 사형시키기 위해 텍사스 주에 부탁해 약물을 얻어오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조지아 주는 2013년 사형 집행의 세부 사항을 비공개 정보로 하는 법을 통과시킵니다. 제약회사를 보호한다는 취지였지만, 사형제 반대론자들은 정부가 약물의 출처를 숨기고 제약회사에도 약물 구입 목적을 알리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약물주사형을 둘러싸고 잡음이 생겨나면, 이는 사형제 일반에 대한 여론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약물주사형의 대안은 전기의자, 가스실, 총살 등인데, 사람들은 이렇게 생생하고 “덜 위생적인” 방식을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기센다너의 변호인은 그녀가 사형 날짜를 세 번이나 받으며 괴로움 속에 기다린 것이 미국 헌법이 금지하고 있는 “잔인하고 비정상적인 형벌”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기센다너를 기소했던 검사는 다시 사건을 맡게 되어도 똑같은 결정을 내리겠다고 했지만, 그녀가 체포된 1997년 이후 강산이 두 번은 바뀔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사회 분위기도 많이 달라져서, 끔찍한 범죄에 대해서도 배심원단이 사형 결정을 내리는 일이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센다너는 결국 사형집행실의 침상 위에서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그녀의 자녀들은 물론 함께 생활했던 수감자들, 바티칸까지 나서서 구명 운동을 벌였지만 결정은 뒤집어지지 않았습니다. 기센다너는 남편의 가족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부르며 독극물 주사를 맞았습니다. 집행 자체는 차질없이 진행되었지만, 그녀가 사형수로서 겪었던 모든 일을 돌아볼 때 인간의 목숨을 빼앗는 “깔끔한 방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상기하게 됩니다.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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