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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을 피해 캘리포니아를 떠나는 양봉업자들

몇 년째 계속되고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극심한 가뭄으로 농작물에 필요한 물을 충분히 주지 못해 수확량이 계속 줄었습니다. 농작물 수확량이 준다는 건 꽃가루를 옮기며 꿀을 모아야 할 꿀벌들의 식량이 줄어든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캘리포니아 주 일대의 곡창지대를 따라 번성해 온 양봉업은 실제로 전에 없던 위기를 맞았습니다.

캘리포니아 중부 로스바노스(Los Banos) 외곽에서 40년째 양봉업을 해오고 있는 진 브랜디(Gene Brandi) 씨는 약 2천여 개의 벌집에서 꿀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예년 같으면 이 일대에서 피어나는 식물, 농작물의 꽃들을 분주히 오가며 꿀벌들이 열심히 꿀을 모았을 텐데, 가뭄 때문에 몇년째 꿀벌들이 오고 갈 꽃이 피지 않고 있습니다. 브랜디 씨는 이 지역 양봉업자 대부분이 손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요즘처럼 매년 가물어선 꿀벌들이 꿀을 모을 수가 없죠. 그나마 여기는 주변 농장이 어떻게든 물을 대서 작물을 생산하고 있으니 우리 꿀벌들도 할 일이 있는 셈이지만, 가뭄 때문에 놀리는 땅도 많고 야생의 꽃, 나무도 죄다 시들었어요.”

브랜디 씨는 자신을 비롯한 많은 양봉업자들이 자연상태에 부족한 꿀벌들의 먹을거리를 대신 만들어 먹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꽃가루와 기름을 적당히 섞어 가루받이를 하며 얻는 실제 꽃가루 대신 먹이고, 꿀 대신엔 설탕 시럽으로 만든 대용물을 먹이기도 합니다.

“먹을 것이 없으면 굶어죽는 건 사람이나 벌이나 마찬가지란 말이에요. 자연 상태에 꽃가루와 꿀이 부족하니 어떻게든 먹을 걸 줘야죠. 안 그러면 꿀벌들이 다 죽을 테니까요.”

하지만 자연 식품보다 가공 식품은 늘 영양소도 부족한 법. 게다가 값도 만만치 않아 양봉업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손해를 감수하며 꿀벌들을 먹이고 있는 겁니다. 미국 양봉협회의 팀 터커(Tim Tucker) 회장은 꿀벌을 살려내는 비용이 너무 비싸 양봉업자들이 캘리포니아 주를 등지고 떠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꿀벌이 없으면 농작물의 가루받이를 해줄 매개체가 없어 안 그래도 안 좋은 작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중부 지역의 90만 에이커가 넘는 넓은 지역에서는 400여 가지가 넘는 농작물이 생산되는데 꽃이 피는 봄에 꿀벌이 모자라면 생산량이 크게 줄어들지도 모릅니다. 이 지역 농부들은 어떻게든 꿀벌을 붙잡아두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습니다. 가뭄에 잘 견디는 식물을 심거나 꿀벌들의 먹이가 풍부한 초원을 보존해 양봉업자들이 떠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죠.

사실 과학자, 농부, 양봉업자들은 이미 지난 10년간 꿀벌들이 집단 폐사하거나 사라지는 벌집군집붕괴현상(CCD, Colony Collapse Disorder)의 원인을 밝혀내고 이를 막고자 사투를 벌여 왔습니다. 매년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겨우내 많게는 꿀벌의 40%가 사라지는 해도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들이닥친 전례 없는 가뭄은 말그대로 설상가상인 셈입니다.

양봉업자들이 가뭄을 피해 캘리포니아를 떠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벌집을 옮기는 과정에서 벌들이 죽어버리기도 합니다. 브랜디 씨를 비롯한 양봉업자들이 어떻게든 캘리포니아에 남아 벌집을 살려내려 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벌들도 다른 가축과 똑같아요. 무슨 말이냐면 목초지는 한정돼 있는데 가축이 너무 많으면 풀이 금방 동이 나는 것처럼 꿀벌이 갑자기 많이 모이면 그것도 또 안 좋다는 거죠. 지금 이 지역이 가뭄 때문에 꽃, 식물들이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어쨌든 꿀벌들이 먹을거리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니까 여기서 버티다 보면 또 무슨 수가 생기겠죠.”

그러면서 브랜디 씨는 마른 하늘을 쳐다보며 너무나 당연한 말을 넉두리처럼 이었습니다.

“결국에는 비가 와야죠. 아니면 겨울에는 눈이라도. 그렇지 않고서는 방법이 없어요.” (N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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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gppoo

뉴스페퍼민트에서 주로 세계, 스포츠 관련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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