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서 선거란 짧고 간단하게 치러지는 일이었습니다. 9일 간의 유세 기간이 끝나면 투표가 이루어지는데, 헤비급 인민행동당(PAP)이 야당을 한 방에 때려눕히는 권투 시합과도 같았습니다. 그러나 리콴유 사망 이후 처음으로 치러질 오는 9월 11일의 선거는 지금까지와는 여러 가지 면에서 다릅니다.
첫째는 공공연한 선거 운동이 이미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번 선거 날짜가 정해진 것은 지난 8월 25일 의회가 해산되었을 때였습니다. 이후 인민행동당은 일찌감치 후보군을 공개해 왔습니다. 언제나처럼 현역 의원에 공무원, 군인 출신의 신인 몇 명과 민간 부문에서 스카웃해온 후보들로 싱가포르 의회 89석에 도전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야당들도 후보군을 추리고 길거리에서 유권자들을 만나며 전단지를 돌리고 있습니다. 대규모 유세가 없었을 뿐이지, 9월 1일에 시작되는 공식 유세 기간이 무색할 정도입니다.
둘째, 이번 선거에서는 최초로 모든 의석에 대한 경쟁이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지난 2011년의 선거의 경우, 리콴유의 지역구에서는 야당 후보들이 사소한 절차상의 문제로 모두 실격되면서 인민행동당이 싱거운 승리를 거두었죠.
셋째, 이번 선거는 나라 안팎에서 대대적인 추모 열기를 일으켰던 리콴유의 사망 이후 치러지는 첫 선거이자, 리콴유 없이 치러지는 첫 선거입니다. 현재 총리이자 인민행동당을 이끌고 있는 리콴유의 아들은 주변의 권유와 달리 선거를 조기에 치르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민행동당의 이번 목표는 사상 최악이었던 2011년 선거를 극복하는 것입니다. 당시에도 인민행동당은 의석의 93%를 장악했지만, 선거 제도 자체가 여당에 너무나도 유리하게 되어있기 때문에 60%의 득표율은 패배처럼 보일 지경이었죠. 이후, 정부는 민심을 얻기 위해 여러가지 정책을 펼쳤습니다. 이민자 유입을 줄이고, 공공주택과 대중교통을 확충했으며, 노년층 중심으로 복지 제도도 개선했습니다. 특히 국민을 일방적으로 가르치기보다는 국민의 의견을 듣는, 조금은 유화적인 면모를 드러내기도 했죠. 리콴유의 사망과 건국 50주년도 거대 여당인 인민행동당에는 유리한 변수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두 가지 사안을 통해 싱가포르가 얼마나 놀라운 경제 성장을 이루었는지 다시금 크게 부각되었기 때문이죠. 한 정당이 오랫동안 절대적인 지위를 누려온 사회에서는 애국심에 대한 호소가 곧 여당 홍보나 다름없으니까요.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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