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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이 인턴들에게 보수를 지불하지 않는 이유

UN의 무급 인턴이 제네바에서 텐트를 치고 살고 있다는 이야기는 확실히 안좋게 들립니다. 뉴질랜드에서 온 22살의 데이비드 하이드(David Hyde)는 UN에서 무급인턴으로 일하는 동안 스위스의 살인적인 물가와 월세를 감당할 수 없어 제네바 호수에 텐트를 쳤습니다. 이 뉴스는 대중 뿐 아니라 동료들의 분노를 샀습니다. 8월 14일 UN의 인턴들은 그를 지지하기 위해 한시 파업을 벌입니다. 같은 날 ‘인턴의 인권’을 보호하는 각종 단체가 반기문 UN 사무총장에게 메일을 보냈습니다. 동료들 뿐 아니라 대중의 분노를 샀습니다. UN의 세계 인권 선언문 23조 “일하는 자는 누구를 막론하고 그 자신과 가족을 위하여 인간의 존엄성에 상응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공정한 보수를 받으며 필요한 경우에 다른 사회보장 제도의 도움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에 어긋난다는 것이죠.

UN은 인턴에게 보수를 지불하고 싶지만, 1997년 비정규 직원에게 돈을 지불하지 않기로 한 결정에 발목이 붙잡혀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나 무급 인턴십의 역사는 오래되었습니다. 현재 UN에 근무하는 고위 이사진조차도 1970년 뉴욕에서 무급 인턴을 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1997년 결의안은 그 당시 상황을 문서화한 정도였지요. 그러나 1996년 131명이던 인턴 수는 2014년 4,018명까지 불어났습니다. UN이 더 이상 새로운 직원을 채용할 예산이 없자 2달에서 6달까지 인턴십이라는 이름으로 무급 근무를 할 의향이 있는 대학 졸업생에 눈을 돌린 겁니다. 인턴들이 데모를 한다고는 해도, 이 인턴십이 가져올 인맥, 경험, 그럴싸해 보이는 이력서 경력이 가져오는 가치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인턴에게 보수를 지불해야 한다면 UN은 예산상 어려움을 겪게 될 겁니다. 인턴 4천 명에게 돈을 주려면 1년에 150억 원 이상이 들 텐데, UN은 예산 삭감으로 기존 직원마저 해고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미국이 1조 3천억 원을 지불하지 않고 있다는 게 사실 예산 문제가 되었죠. 유급 인턴 제도는 뒷문으로 직원을 뽑아 기존 채용 과정의 경쟁 수준을 높아질 거라고 우려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게다가 유급 인턴은 학연, 지연에 취약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인턴 채용은 정직원 채용 만큼이나 투명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또 하나, UN 직원의 출신 지역 구성도 달라질 겁니다. UN의 회원국은 자국 출신 직원 수를 높여 UN에 영향력을 높이고 싶어합니다. 그러나 인턴 채용에는 출신 지역 제한이 없기 때문에 선진국 출신이 훨씬 많습니다. (2007년 UN 인턴 중 67% 가 선진국 출신으로, 전세계 인구의 15% 를 대표하기엔 많습니다) 인턴에도 출신 제한을 둘 수 있지만, 그럼 선진국 측에서 반대할 겁니다.

물론 UN이 거둘 것도 있습니다. UN에서는 똑똑한 후보가 뉴욕이나 제네바의 물가를 감당할 수 없어 UN을 버리고 다른 조직원 인턴십을 택하는 경우도 왕왕 일어납니다.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은 큰 도시에서 온 부유하게 자란 사람으로, UN이 보장하고자 하는 다양성을 얻기가 힘들지요. 제네바에서 하이드 씨는 텐트가 세상의 주목을 끌기 위해서였다는 걸 인정하며 텐트를 접었습니다. UN의 인턴 인권가들은 세계노동조합에서도 몇십 년 전 무급인턴이 사무실 빌딩 지하에 숨어 살고 있었다는 걸 깨닫고 유급 인턴으로 시스템을 바꾸었다는 걸 기억해야 합니다. 제대로 된 유급인턴십을 제공하는 곳도 많거든요. (이코노미스트도 그 중 하나입니다.)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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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esangju

샌프란시스코에서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하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과 열린 인터넷이 인류의 진보를 도우리라 믿는 전형적인 실리콘밸리 테크 낙천주의자 너드입니다. 주로 테크/미디어/경영/경제 글을 올립니다만 제3세계, 문화생활, 식음료 관련 글을 쓸 때 더 신나하곤 합니다. 트위터 @heesangju에서 쓸데없는 잡담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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