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내부에서 처음으로 중고등학교의 등교시간을 늦추자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학생들이 충분한 수면을 취하여 신체 및 학업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입니다. 적어도 8시간 반~ 9시간 반은 잠을 잘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입니다. 수면 부족은 높은 확률로 비만과 우울증을 불러올 위험이 있으며,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만큼이나 오토바이 사고가 일어날 확률도 높입니다.
CDC의 조사에 따르면, 40개 이상의 주에서 최소 75%의 공립학교의 등교시간이 오전 8시 반보다 이릅니다. 물론 등교시간을 늦추는 것만이 해답은 아니지만, 학교가 학생들의 하루 일과에 중요한 역할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합니다. 미네소타 대학의 응용연구 및 교육증진센터의 연구에 따르면 미네소타, 콜로라도, 와이오밍 일대의 학생 9,000명을 대상으로 늦춰진 등교 시간의 효과를 조사한 결과 출석률과 시험점수 뿐 아니라 수학, 영어, 과학, 사회과학 분야의 성적이 올랐습니다. 약물 남용이나 우울증 증상은 줄어들었으며 교통사고가 일어나는 비율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습니다.
청소년의 “내부시계”, 즉 활동일 주기는 다른 연령대와는 다릅니다. 청소년의 경우 다른 인구 집단에 비해 일찍 잠들기가 어려운데, 등교시간은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넘어가면서 도리어 앞당겨집니다. 1998년 브라운 대학의 메리 카스카돈의 연구에 따르면 10학년의 등교시간은 7시 20분으로 9학년에 비해 한 시간이나 앞당겨졌는데도, 정작 학생들이 잠자리에 드는 시간은 10시 40분으로 변화가 없었습니다. 당겨진 등교시간 때문에 학생들의 수면시간은 평균 일곱 시간 정도로 심각하게 줄어들었는데, 이는 이미 권장수면시간을 밑도는 수치입니다.
과학적으로 이토록 강력한 증거가 있는데, 정책을 바꾸지 못할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실 어떤 지역에선 등교시간에 교통회사의 입김이 크게 작용합니다. 한편 부모들의 경우, 학생들의 등교가 늦어지면 그만큼 하교가 늦어져 어린 동생들을 돌보지 못하거나 과외활동에 참여하지 못할 것을 걱정합니다. 그러나 이 모든 이유를 차치하고라도, “졸지 않는다면 더 잘 배울 수 있습니다.”
등교시간을 늦추는 일은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도 충분히 가능해 보이지만, 영향을 받는 모든 개인 및 단체가 한 자리에 모여 가장 좋은 대안을 찾아내는 일은 시간이 걸릴 뿐더러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의학 기자이자 세 아이의 엄마이며 <학교 늦게 시작하기> 조직의 공동설립자인 스나이더는 말합니다.
“사회규범이 문제의 핵심이죠. 많은 사람들의 경우 학생들이 잠을 뺏기는 상황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뿐더러 보건 문제로 여기지도 않아요. 이런 인식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지지자들에게 실제로 등교시간을 늦출 권한이 없다는 것입니다. 부모들은 가족의 스케줄에 영향을 줄 때만 등교시간 문제에 관심을 갖습니다. 그러나 부모들의 이런저런 걱정은 기우로 밝혀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진짜 문제는 등교시간이 늦춰졌을 때 얻을 수 있는 혜택이 무언지 제대로 상상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스나이더는 말합니다. 그는 CDC 측의 이번 발표가 정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애틀란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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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누구에게나 그러하지만 특히 어린이, 청소년에게는 수면 시간도 질도 모두 중요한것같습니다. 주변에 부쩍 잘크는 아이는 유전적 영향도 있지만 잘 자는 아이들이 많더군요. 당연히 충분한 수면이 학습에도 도움이 될테구요.
헌데 등교시간 7시20분으로 앞당겨진 이유는 아무래도 등교시키고 출근하는 부모님 영향이 컸을것같습니다. 뭐가 먼저라 말하기 힘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