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에 대한 논쟁은 성매매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것이지만, 대표적인 인권 단체인 앰네스티 인터내셔널(Amnesty International, 국제 사면위원회)이 성매매를 합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면서 이 주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 올랐습니다.
이번 주,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80여 개국 지부의 대표 500여 명이 모여 성 구매와 판매를 모두 합법화하는 문제를 두고 단체의 공식 입장을 정하기 위한 투표를 할 예정입니다. 근거는 “성인의 성매매에 대한 처벌이 성 노동자의 인권 침해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이에 여러 여성 단체와 메릴 스트립, 케이트 윈슬렛, 글로리아 스타이넘 등 유명 인사들이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죠.
일리노이대학의 국제법 교수이자 미국 앰네스티 이사회의 일원이었던 프랜시스 보일은 앰네스티의 이번 입장 표명이 “언제나 개별 국가의 문제로 여겨졌던 성매매가 국제 인권의 영역으로 나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는 앰네스티의 선언이 지나치게 광범위하다며 보호받아야 하는 것은 여성과 소녀라는 인간과 이들의 권리이지, 성 노동이 아니라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현재 프랑스와 북아일랜드, 캐나다, 영국 등 여러 나라에서는 성 구매자를 처벌하는 내용의 입법이 진행 또는 논의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책이 소위 “북유럽식”이라 불리는 것은 스웨덴이 16년 전에 이와 같은 정책을 도입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스웨덴의 주요 도시에서 길거리 성매매는 1995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죠. 스웨덴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성을 구매한다는 남성의 수도 같은 기간 40% 이상 떨어졌습니다.
반면, 유출된 앰네스티 내부 보고서는 문제를 아주 다른 각도에서 보고 있습니다. 이 보고서는 성욕이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이며 성 구매자를 처벌하는 것이 프라이버시와 건강권, 표현의 자유를 저해할 소지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신체적, 정신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이 성 구매를 통해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안전하게 표현할 수 있으며, 성 노동자와의 관계를 통해 자기 정체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도 언급하고 있죠. 보고서는 최근 프랑스의 성 노동자들이 주장한 대로 성 구매자 처벌은 성매매 산업을 더욱 음지로 밀어 넣어 성 노동자들의 안전을 더욱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도 담고 있습니다.
이번 일로 전 세계 200만 앰네스티 후원 회원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 보고서가 영국에 있는 본부에서 나왔고, 각 지부의 생각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불만도 터져 나옵니다. 앰네스티에서는 지난 2년간 이 문제를 두고 여러 회의가 열렸고, 성 판매자 처벌 금지에 대해서는 내부의 합의가 어느 정도 형성된 상태입니다. 앰네스티는 유출된 보고서 이후에도 논의에 따른 개정이 있었고 여러 모델의 장단점을 종합적으로 따지고 있다고 밝혔지만, 내부 문건을 공개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번 주 앰네스티 회의에서 투표 결과가 나온다고 해도, 이는 국제 비정부기구의 공식 입장일 뿐 즉각적인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 단체들은 앰네스티라는 이름이 갖는 영향력 때문에 특히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돈을 내고 다른 인간의 성을 구매하는 사람들의 권리까지 보호받아야 하는 권리에 포함시키면, 인권이라는 개념 자체가 크게 손상될 것입니다.”
앰네스티의 전 회원이자 국제 여권 신장 단체인 이퀄리티나우의 창립자 제시카 뉴월스의 말입니다. 결국은 성매매 산업이 합법화되고, 가난한 나라의 여성들이 이 산업에 종사하게 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입니다.
성매매 산업 종사자인 회원이 앰네스티 내부에서 성매매 합법화 논의를 일으키고 보고 작성에 기여했다는 의혹도 있었지만, 앰네스티는 이를 부인했습니다. 그러나 논란의 중심에 섰던 회원은 인터뷰에서 자신을 “남성 에스코트”라 밝히고 단체 내부에서 합법화 찬성 로비를 펼쳐왔지만, 자신을 앰네스티 회원으로 홍보하지 말라는 앰네스티 측의 편지를 받고 단체를 그만뒀다고 말했습니다. 영국의 성 노동자 단체도 합법화를 찬성하는 편에 서서 앰네스티에 자문 역할을 했음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과거 성매매 산업에 종사했던 여성들 가운데는 성 노동자 단체가 이런 입장을 취하는 것에 대해 배신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독일과 호주, 네덜란드 등의 경험에서 드러나듯 성매매 산업이 전면으로 합법화되면 이는 필연적으로 성매매 산업의 성장으로 이어지고, 산업의 규모가 커지면 그 산업에 의해 학대받는 사람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이들은 주장했습니다.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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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는 합법화하되, 성매매에 따른 불이익이 분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돈을 많이 내게끔 하고 그 돈을 징수하는 것은 세금처럼 돈이 많을수록 그에 비례해서 늘어나도록 말입니다. 그리고 성 상품화가 되지 않도록 국가에서 성의 공공성을 보장하구요. 성은 원래 사생활이지만, 이를 공공성측면에서 보고자 하는 게 지금의 논의이니, 시간을 두고 정책적인 논의를 끌고가야 한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