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은 전 세계에서 와인에 관한 한 가장 흥미로운 나라 중 하나입니다. 스페인에서 와인을 만든 지는 수백 년이 넘었지만, 스페인이 스페인산 와인의 질, 창의성, 그리고 부활을 막고 있었던 정치적 그리고 경제적 잔재들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한 것은 고작 50년 전부터입니다. 셰리주를 빼고 20세기 내내 국제적 명성을 얻은 스페인 와인 생산 지역은 딱 한 군데, 바로 리오하(Riojas) 지역입니다.
하지만 국제적 명성을 얻어온 리오하 지역도 최근 들어 새삼 다시 조명되고 있습니다. 스페인 와인이 전반적으로 최근 국제적 명성을 얻기 시작하면서 누리게 된 어부지리 효과라고도 할 수 있겠죠. 스타일, 포도 재배 문화, 와인 저장 기술, 라벨 지정 방식에 관한 토론은 리오하를 생기와 활력이 넘치는 지역으로 만들었습니다. 현재는 스페인의 고유 포도 품종인 템프라니요(tempranillo), 가르나차(garnacha), 마수엘로(mazuelo) 그리고 그라시아노(graciano)를 섞어서 만든 가장 전통적인 방식의 리오하 와인부터 더 현대적 감각으로 빚은 리오하 와인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리오하 와인의 진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매우 전통적인 리오하 와인부터 시작해야겠죠? 그래서 우리는 병에 담기 전 배럴에서 1년간 숙성을 포함해 적어도 3년 이상 숙성되어야 시장에 나올 수 있는 등급인 리오하 레세르바(Rioja Reservas)에 속하는 와인들을 시음하고 그 경험을 나눌 예정입니다. 이는 우리에게 숙성 과정이 와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볼 귀한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제가 고른 세 가지 와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라 리오하 알타 비냐 아르단자 레세르바 2005, $33
2. 에레 로페즈 데 에레디아 리오하 비냐 보스코니아 레세르바 (R. Lopez de Heredia Rioja Vina Bosconia Reserva) 2003, $35.
3. 무가 리오하 레세르바 (Muga Rioja Reserva) 2009, $25.
여러분이 리오하에서 생산된 다른 와인들을 만날 기회는 많을 것입니다. 어떤 리오하 와인은 “크리안차(crianaza)”라고 표시되어 있을 수 있는데 이는 1년의 배럴 숙성을 포함, 총 2년 동안 숙성된 와인을 뜻합니다. 다른 와인들은 “그란 레세르바(gran reserva)”라는 이름을 달고 있을 수도 있는데, 이는 2년간 배럴 숙성을 포함해 5년 이상 숙성된 와인을 지칭합니다. 잘 숙성된 그란 레세르바 계열의 와인은 숭고함을 느끼게 해줄 것입니다. 다른 리오하 와인들은 빈티지를 제외하고 숙성 기간에 대한 정보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와인들은 대체로 숙성 기간 이외에 와인의 다른 특성을 강조하고 싶어 하는 실험적 성향이 강한 생산자들이 만든 와인일 가능성이 큽니다. 리오하 레세르바의 가장 전통적인 예는 리오하 와인과 잘 어울리는 미국산 오크통에서 숙성된 와인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와인에서 오크통의 향이 너무 강하게 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리오하 와인은 예외입니다. 숙성된 와인과 부드럽게 포도를 부서뜨리는 오크통 효과의 그윽한 조화는 아름답습니다.
[시음 후기]
인간이 혜성에 우주선을 보내고 오래전에 사라진 동물의 게놈을 재구성하는 이 시대에 한 잔의 와인에 당혹스러운 감정을 느낀다는 것이 터무니없게 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짧은 순간의 당황스러움은 최고급 와인에 필요한 요소이기도 합니다. 와인이 가진 미스터리 중 한 가지는 바로 어떻게 와인이 숙성되고 왜 숙성이 필요하냐는 질문입니다. 숙성이라는 단어를 쓸 때는 단지 어린 과일과 향을 간직한 채 단순히 몇 년의 세월을 견뎠다는 것 이상을 의미합니다. 제가 말하는 숙성은 진화, 즉 신선함과 거친 생동감이 우아함과 복합성, 그리고 뉘앙스가 감질나게 나타나고 마음을 사로잡는 중간 단계를 거쳐 특유의 미묘함과 매력을 발산한 뒤 차츰 불투명한 상태로 변하는 과정을 지칭합니다.
그렇다면 왜 어떤 와인은 숙성되고 다른 와인은 그렇지 않나요? 어떤 조건이 숙성을 촉진할까요? 와인이 숙성되면 어떤 변화가 나타나죠? 우리는 와인이 시원하고 햇빛이 들지 않고 습하고 별 변화가 없는 환경에서 잘 숙성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와인 숙성과 관련해서 우리가 모르는 것도 많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과학이 이와 관련된 해답을 찾는 데 별 관심을 두지 않아서일 수 있습니다. 아니면 우리가 사실이라고 믿고 있는 것들이 그렇지 않을 수도 있죠. 많은 와인 전문가들은 예를 들어 보졸레나 피노 셰리(fino sherry)는 숙성에 적합한 와인이 아니라 숙성이 안 된 신선한 상태에서 마시는 것이 좋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계속해서 듣는 이 낡은 이야기를 뒤집어 생각해보면, 대량 생산되는 보졸레나 피노 셰리는 숙성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보졸레나 피노 셰리도 제대로 만들어서 제대로 관리하면 숙성시키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우리가 리오하 와인을 선택할 때 숙성은 가장 핵심적인 단어였습니다. 왜냐면 리오하 와인은 숙성에 아주 적합한 와인이기 때문입니다. 리오하 와인을 가장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드는 와인 생산자들은 시장에 와인을 내놓기 전에 미리 숙성 과정에 책임을 집니다. 이는 소비자들이 숙성된 와인을 즐기는 데 걸리적거리는 방해물을 손쉽게 해결해줍니다. 리오하 와인의 라벨은 와인이 어떻게 숙성되었는지에 따라 나눠집니다. 숙성 과정 없이 바로 소비되는 와인은 호벤(joven – 젊다는 뜻)이라고 불립니다. 리오하 와인으로 불리기 위해서 거쳐야 하는 최소 숙성 기간 2년 기준을 통과한 오인은 크리안차(crianaza)라고 불립니다. 레세르바로 분류되기 위해서는 최소 3년의 숙성 과정이 필요합니다. 더 현대적인 스타일의 리오하 와인을 만들고 싶어 하는 생산자들은 이런 지명법을 버렸지만, 가장 전통적인 방식으로 와인을 생산하는 사람들은 필요한 조건보다 더 오랜 기간 와인을 숙성시킵니다.
좋은 리오하 레세르바 와인은 숭고함(sublime)을 느끼게 해줄 수 있지만 찾기 어렵고 뉴욕 타임스 와인 스쿨에서 소개하는 다른 와인들보다 비싼 편입니다. 우리가 추천한 세 가지 와인은 중간 정도 그룹에 속합니다. 이 세 가지 와인들을 마셔보면 숙성된 정도가 확연히 차이가 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5년간 숙성된 무가(Muga)는 3개의 와인 중에서 어린 와인입니다. 와인에서 느껴지는 산딸기류 과일의 맛은 여전히 야단스러운 느낌이 있으며 그 맛이 들쭉날쭉합니다. 양고기와 아주 잘 어울리지만, 숙성 기간이 짧은 리오하 와인이 주는 향이 강한 붉은 과일 맛이 전반적으로 맛을 지배합니다. 그런데도 이 와인은 앞으로 더 진화할 가능성을 충분히 가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5년을 더 기다린 뒤 10년 숙성된 무가를 한번 시음해 보세요.
무가 와인의 생산자는 전통적인 스타일의 와인을 생산하지만 다른 생산자들과 달리 출시 전에 와인을 오랜 기간 숙성시키지는 않습니다. 이는 저희가 소개한 다른 두 종류의 와인과 큰 차이점입니다. 무가는 2010년 리세르바를 지난해 시장에 선보였는데, 아르단자(Ardanza)의 경우는 2005년 와인이, 보스코니아(Bosconia)의 경우는 2003년이 시장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최근 와인입니다.
9년간 숙성된 아르단자는 확실히 숙성된 와인이 주는 풍미가 있습니다. 충분히 익은 산딸기류 과일 맛과 동시에 미국산 오크통에서 나는 부드러운 바닐라 향도 느낄 수 있습니다. 숙성 과정은 와인의 다양한 성분을 부드럽게 섞은 듯하지만, 여전히 강렬한 과일과 신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는 이 와인이 앞으로 몇 년간 더 숙성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마지막 와인인 2003년산 보스코니아는 우아하고 세련되며 절묘한 풍미를 보여줍니다. 아르단자 와인과 비교해 보면 2년간의 숙성 기간보다 더 큰 차이가 느껴집니다. 이는 2003년 빈티지의 특징 때문이기도 합니다.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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