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긴이: 지난 16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자민당 정권이 하원 격인 중의원 의회에서 안보 관련 법안을 강행 처리하며 이른바 “보통 국가”에 한 발 더 다가선 뒤, 국내 언론은 관련 소식을 잇달아 보도했습니다. 오늘 뉴스페퍼민트는 이 문제를 보도한 뉴욕타임스의 지난 16일 기사를 번역해 소개합니다. 새로운 사실이나 국내 언론을 통해 접할 수 없던 관점을 담고 있는 기사는 아니지만, 뉴스페퍼민트는 이 기사를 올린 뉴욕타임스 공식 페이스북 계정의 포스팅을 보고 이 글을 소개하기로 했습니다. 영어뿐 아니라 한국어, 일본어로도 사안을 간략히 요약해 소개하며, 뉴욕타임스는 두 나라 독자들의 의견을 기다린다고 썼습니다. 의견 가운데 일부는 “추후 다른 독자들과 공유할 수도 있다”고도 쓰여 있습니다. 이 기사에 대한 의견과 댓글은 아래 링크한 페이지에서 남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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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는 이번 법안이 아시아의 평화에 중대한 위협이라며, 일본에서 전쟁과 침략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강도 높은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중국 정부는 일본이 역사로부터 배운 교훈을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평화적인 경제 발전을 이어가고, 아시아 이웃 나라들의 안보 우려를 존중해야 합니다. 또한,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면서 중국의 주권과 안전상의 이익을 위태롭게 하는 일을 벌이지 않기를 엄중히 촉구합니다.”
야당 의원들이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가운데, 중의원에서는 자민당과 연립 여당인 공명당의 표만으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었습니다. 법안이 최종 통과되려면 참의원 표결을 거쳐야 하는데, 참의원도 자민당이 장악하고 있어 법안 통과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설사 참의원에서 법안이 통과되지 않더라도 중의원에서 다시 2/3 이상의 찬성을 받으면 법은 그대로 발효됩니다. 현재 자민당과 공명당의 중의원 의석수를 합치면 전체 의석의 2/3가 넘습니다.
중의원에서 통과한 법안은 60일 동안 논의를 거친 뒤 참의원에서 표결에 부쳐집니다. 앞으로 두 달 동안 치열한 토론이 벌어질 것이고,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질수록 반대 시위도 격렬해질 수도 있습니다. 미국 외교협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의 선임연구원 셸리아 스미스(Shelia A. Smith)는 “(두 달은) 야당과 (아베에 반대하는) 시민 사회가 세를 결집하고 반대 운동을 전개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아베 총리는 지난 4월 미국 의회 연설을 통해 미일 동맹을 한층 강화하는 차원에서 반드시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약속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첨예하게 갈라선 일본 여론은 미일동맹에 되려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미국에도 달갑지 않은 일”이라는 게 스미스 연구원의 분석입니다.
이번 법안이 통과되면, 스스로를 지키는 데만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의 일본 자위대가 국제 분쟁 지역에서 미군을 더욱 긴밀히 도와가며 작전을 수행할 수 있게 됩니다. 물자 수송과 병참 등 후방 지원 역할이 강화되고, 때에 따라 무력을 사용할 수 있는 조건도 한층 유연해졌습니다. 지난 4월 미국과 일본 정부는 양측의 군사 협력을 한층 강화하기로 합의했는데, 이번 법안은 그 실천 방안의 일환으로 세부 사항을 정비하는 차원에서 추진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아베 총리는 자위대의 활동 반경을 무리하게 넓혔다가 일본이 원치 않는 국제 분쟁에 휘말릴지 모른다는 일본 국민의 우려를 잠재우는 데 실패했습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대표적입니다. 비평가들은 이번 법안이 예전에 통과됐더라면, 일본이 이라크의 수렁에 빠졌을지 모른다고 비판합니다. 이에 반해 아베 총리는 법안 곳곳에 안전장치를 마련해두었기 때문에 이 법이 있었더라도 일본군이 의지와 무관하게 분쟁에 발을 들이는 일은 없었을 거라고 주장합니다. 법안은 일본군이 “동맹국을 돕지 않으면 일본인의 생명이나 일본의 안보에 위협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동맹국을 도와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야당과 시민사회의 우려는 한마디로 “규정이 모호하다”는 겁니다. 해석의 여지가 다분해 마음만 먹으면 전쟁을 정당화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겁니다.
법안이 의회 표결을 모두 통과하더라도 법원에서 이 법안의 위헌 여부를 판결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습니다. 즉, 2차대전 직후 미 군정의 감독하에 제정된 일본 헌법은 “일본 국민은 전쟁 및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의 행사를 국제 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써 영원히 포기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헌법학자들의 90% 이상은 평화헌법이라고 불리는 이 9조 1항에 명시된 내용을 (아베 정권의) 안보 법안이 위배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일본 법원은 여태껏 특히 안보와 관련된 사안에서는 정부, 집권 여당의 방침을 거스른 적이 거의 없습니다.
“전후 70년 동안 지난 정부가 확립해 온 헌법에 대한 해석이 분명히 있습니다. 국민의 의견을 묻지도 않고 중요한 토론 절차마저 생략한 채 (아베 정권이) 이 해석을 뒤집으려는 건 크나큰 실수입니다.”
제1야당인 민주당의 오카다 가쓰야 당수가 표결에 불참을 선언하며 회의장을 빠져나오기 전에 한 말입니다.
아베 총리는 오랫동안 헌법의 전쟁 포기 조항을 삭제하고 싶어 했습니다. 하지만 개헌은 국민 투표를 통해 충분한 찬성표를 받아야만 가능한데, 이것이 좀처럼 가능하지 않자 논란을 무릅쓰고 헌법의 자위권을 재해석한 뒤 관련 안보 법안을 새로 만들어 밀어붙이기에 이른 겁니다.
본회의 표결 하루 전인 15일, 법안 소위에 해당하는 중의원 특별위원회에서 이 법안이 마찬가지로 강행 처리되자 야당 의원들은 “아베의 정치에 반대한다”는 표어가 적힌 팻말을 들고 완강히 저항했습니다. 의회 밖에는 수많은 시민이 모여 반대 집회를 열었습니다.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주최측 추산 10만 명에 달했는데, 이는 지난 2012년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원자력 발전소를 다시 가동하려 했을 때 여기에 반대하는 집회 이후 최대 규모였습니다. 본회의에서 법안이 통과된 16일, 비가 내리는 가운데도 자리를 지키며 구호를 외치는 시민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습니다. 이들은 쉴 새 없이 외치고 있었습니다.
“아베 정권은 부끄러운 줄 알아라. 젊은이들을 전쟁터로 내몰지 말아라.”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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