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도시가 트위터의 임시 CEO로 돌아온 걸 보면 스티브 잡스를 비난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앞서 잡스가 했던 전철을 잭 도시가 밟고 있는 것처럼 보이니까요. 존 스컬리와 충돌 끝에 애플 이사진은 결국 잡스를 쫓아냈었죠. 그러나 1983년에서 1993년 스컬리, 1996년에서 1997년 질 아멜리오가 처참하게 실패한 후 스티브 잡스가 돌아왔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돌아왔을 때 애플은 한창 암흑시대를 지나고 있었습니다. 라이벌이었던 마이크로소프트에 도움을 받고 심지어 1억 5천만 달러를 투자할 때는 주식을 내놓으라는 압박을 받기도 했죠. 이사진은 회사를 구하기 위해 잡스를 불러들였습니다. 그는 회사를 구했을 뿐 아니라, 새천년의 도래와 함께 애플에 전례 없는 성공을 안겼습니다. 스티브 잡스의 신화는 아직도 실리콘밸리에 드리워져 있습니다. 창업자들이 돌아와 회사를 “구원하기”를 부추기죠.
지난주 트위터를 보면 잡스를 떠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기존의 CEO이던 딕 코스톨로는 올해 말 사임 예정이었으나 7월 1일 깜짝 사임을 발표했습니다. 성장 정체를 둘러싸고 투자자들의 비난을 사고 있던 것을 생각하면 매우 놀랄 일은 아니죠. 대신 공동창업자였던 38세의 잭 도시가 CEO로 돌아옵니다. 그는 모바일 결제 회사인 스퀘어의 성공으로 명망을 얻고 있습니다.
도시는 아직은 임시 CEO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잡스가 돌아왔을 때의 직함도 임시 CEO 였고, 3년 후에서야 정식 CEO로 임명받았죠. 도시가 스퀘어와 트위터 두 회사의 CEO로 동시에 복무한다는 데 대한 우려도 있습니다. 회사 하나를 운영하기도 힘든데, 어떻게 두 개나 하냐는 것이죠. 그러나 잭 도시는 두 회사 운영에 오랫동안 관여해 왔으며, 앞으로도 양쪽 모두와 긴밀하게 일할 것이라 발표했습니다. 이 대목에서 다시, 픽사와 애플을 9년 동안이나 운영해왔던 잡스가 떠오릅니다.
그러나 도시가 잡스의 성공을 재현할 수 있을 것인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잭 도시는 공동창업자이자 현 트위터 이사진인 에반 윌리엄스의 다툼 끝에 트위터에서 쫓겨났습니다. 트위터의 초기 창업자 간 분쟁은 실리콘밸리 발 “왕좌의 게임”을 연상케 할 정도로 치열하고 난장판이었죠. 잭 도시는 윌리엄스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 못했고, 기술적인 부분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했다고 호된 비판을 받았습니다. 서버가 거의 매일 무너졌죠. 도시 자신도 당시에는 좋은 운영자가 아니었다고 인정한 적도 있습니다. 이렇게 안 좋게 회사를 떠난 도시로서는 회사에 돌아온 것만으로도 성공일지 모릅니다.
창업자의 귀환은 좋은 일일지도 모릅니다. 새로운 CEO를 찾기 위해 몇 달을 헤매는 것보다 회사와 그 사업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돌아오는 데는 분명한 이점이 있습니다. 기업의 장기적인 성공을 위해 기반을 다질 수도 있죠. 창업자는 기업의 “영혼”이고, “비전”을 책임지고 운영할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잭 도시만이 스티브 잡스의 사례를 따른 건 아닙니다. 먼저 2008년에 야후로 돌아온 제리 양이 있었죠. CEO로 돌아온 구글의 래리 페이지도 있습니다. 징가의 창업자인 마크 핀쿠스도 돌아왔지요. 그러나 이들 누구도 돌아온 후에 눈에 띄게 좋은 실적을 보여주지는 못했습니다.
제리 양은 야후로 돌아와 새로운 사업모델을 찾는 데 실패하고, 마이크로 소프트의 440억 달러 인수 딜을 무산시켰다고 크게 비난받았죠. 그 후로 다시 회사를 떠났으나 당시 아무것도 아니었던 알리바바에 투자한 것은 현재 큰 업적으로 뽑히고 있습니다. 당시 투자 금액은 미미했으나 그 가치는 올해 395억 달러에 이르렀죠.
래리 페이지는 회사가 어렵기 때문에 돌아온 건 아닙니다. 그가 다시 CEO 역할을 맡고 싶어 했고, 전 CEO였던 에릭 슈미트는 아직도 구글 산업에 깊이 관여하고 있습니다. 그가 돌아온 후 구글은 네스트 인수 등 몇 건의 큰 투자를 했고, 아직 안정적인 주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핀쿠스의 경우는 새로운 대작 게임을 만드는 데 실패하고 회사를 떠났죠. 그러나 주식 보유량이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주요 결정에 큰 영향을 끼쳤죠. 2년 동안 새로운 벤처를 탐색하다 다시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그가 새로운 대작 게임을 만들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입니다.
창업자에게 딱히 기업을 회생시킬 능력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넷츠케이프의 창업자이자 성공적인 VC인 마크 안드레센이 돌아왔으면 넷츠케이프를 되살릴 수 있었을까요? 창업자는 대부분 아이디어와 직원 몇 명만으로 사업을 시작합니다. 수천 명을 거느린 대기업을 운영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능력이죠.
잭 도시는 이제 예전보다 나이도 있고 현명해졌습니다. 디즈니 이사진으로 근무하고 스퀘어의 성장을 도왔습니다. 트위터는 여전히 소셜 미디어 허브이자 많은 잠재력을 갖추고 있죠. 그러나 이를 이끄는 게 쉽지는 않을 겁니다.
잭 도시가 계속해서 두 개 회사의 CEO로 근무하면 투자자들의 반발이 예상됩니다. 그러나 트위터의 5%를 보유한 알위트 빈 타랄은 잭 도시가 스퀘어 CEO를 오래 하지 않을 것이라 기대한다는 발언을 한 적도 있었죠. 잭 도시가 돌아온 게 스티브 잡스의 신화를 재현하리라는 환상이 아니라, 진짜 실력을 인정받아 돌아온 것이기를 바랄 뿐입니다.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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