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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정부의 스마트 도시 계획, 사회적 갈등을 부추길지도 모릅니다

일명 “기프트 시티(GIFT City)”라는 이름이 붙은 인도 서부의 구자라트 국제 금융테크 도시(Gujarat International Financial Tec-City)는 아직 건축 도면 상에만 존재하고 있지만 대단한 위용을 자랑합니다. 베이징 CCTV 본부 건물을 연상케하는 랜드마크 마천루를 중심으로, 2021년까지 지역 냉방 시스템과 교통 관제 시스템, 자동 쓰레기 처리 시설 등 첨단 인프라를 갖춘 “스마트 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게 인도 정부의 계획입니다. 3억 명 이상의 사람들이 여전히 전기나 수세식 변기 없이 살아가는 나라에서 마치 구름 위에 성을 짓겠다는 말처럼 들리지만, 인도 정부의 계획은 꽤 구체적입니다. 최근 의회는 인도 전역에 스마트 도시 100개를 건설하는 데 들어갈 100억 파운드(우리돈 약 18조 원) 규모의 예산을 통과시켰으니까요.

도시 계획 전문가들은 이러한 “스마트 도시 계획”이 사회적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우선, 스마트 도시가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사람들을 철저히 배제하는 공간, 시장 논리가 법 위에 군림하는 일종의 치외 법권 지역이 될 거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경제학자이자 컨설턴트인 라비시 반다리는 정부의 계획에 대해 “가난한 사람들까지 도시 인프라의 혜택을 누리게 하려면 도시가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이 도시들은 소수에게만 허락된 닫힌 공간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해, 소셜미디어 상에서 엄청난 토론을 촉발시켰습니다. 반다리는 이 도시들이 결국 세금과 의무, 엄격한 노동법으로부터 자유로운 신자유주의적 특별경제구역(SEZ)이 될 거라고 주장합니다. 많은 도시학자들이 이런 공간을 지방 정부의 거버넌스가 무력화되고 사유화된 공간으로 보고 있죠. 반다리는 인도의 스마트 도시가 중국의 특별경제구역처럼 되지 않으려면, 민주주의와 법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실제로 인도 정부가 이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입법안 중에는 강제로 토지를 빼앗길 사람들에 대한 동의 절차와 사회적 안전망을 약화시키는 조치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스마트 도시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일지, 또 누구를 위한 것인지는 명확치 않습니다. 장관의 설명에 따르면 “깨끗한 물이 있고, 전기 공급이 안정적이며, 교통이 효율적이고, 길이 막히거나 오염되지 않은” 도시라고 하고, 정부 자료에는 “거주민들에게 일자리와 함께 유럽 선진 도시에 필적하는 높은 삶의 질을 제공할 것”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좋은 말이 잔뜩 들어간 이 설명에서 우리는 이 도시가 누구를 위해 만들어지는지를 추측해볼 수 있습니다. 계획 중인 도시 가운데 하나인 팔라바시티의 홍보 영상을 보면, 이 곳에는 인도 최초의 “골프장이 갖춰진 주택 단지”가 들어설 것이며 무단 침입을 막기 위해 주민들에게 스마트 ID 카드를 지급하고 스마트 감시 카메라 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학자이자 작가인 프라모드 나야르는 이 스마트 도시가 결국 특정 계급에게만 허락된 요새가 될 거라고 말합니다.

델리 소재 한 연구소의 도시학자 가우탐 반은 유럽 선진국의 도시들을 모델로 삼은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유럽의 중소도시들은 이미 보유하고 있는 인프라를 개선하기 위해 스마트 개념을 도입한 것인데, 아예 인프라 자체가 없는 인도의 도시에서 스마트 도시의 개념을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죠. “있지도 않은 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는 기술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럿거스대학의 도시학자 사이 발라크리슈난은 “빈곤의 바다 위에 스마트 도시들이 점점이 떠 있는 구조는 정치적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빈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오히려 불평등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공간 계획을 추진했다가는 사회적 불신이 깊어지고 폭력 사태까지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미 인도는 2011년, 고속도로와 F1 경기장, 스포츠 특화 도시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지역 농민들과 경찰이 충돌해 사망자를 냈던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꼭 폭력 사태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인도의 빈부 격차와 그로 인한 사회적 갈등은 심각한 수위에 달해 있습니다. 부자들이 모여사는 동네에 거주하는 한 친구가 겪은 일화가 인도의 현 상황을 잘 보여줍니다. 어느날 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집 앞 데크에서 자신의 냉장고에 들어있던 맥주를 꺼내 마시고 있는 한 젊은이를 발견합니다. 그녀가 전화기를 꺼내 경찰을 부르려 하자, 그는 칼을 휘두르며 전화기를 내려 놓으라고 위협했습니다. 그녀가 순순히 지시에 따르자 청년은 맥주를 다 마신 후 공손하게 인사를 하고 유유히 사라졌습니다. 오늘날 인도에는 이처럼 누구를 해할 마음까지는 없지만 현 상황에 큰 박탈감과 부당함을 느끼며 어떤 식으로든 이를 표출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인도 정부의 야심이 담긴 최첨단 스마트 도시들이 분노로 가득찬 그림자 도시들을 낳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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