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의 대선주자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이 “멕시코의 쓰레기장”이 되어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지난주 샌프란시스코에서 32세 백인 여성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불법 이민자 후안 프란치스코 로페스 산체스의 예를 들었습니다. 산체스가 불법 이민자건, 합법 이민자건 이민자 전체를 대표하는 인물이 아니라는 점은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트럼프의 발언이 미국 사회에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어느 정도 성공한 만큼, 그의 주장이 얼마나 근거 없는 주장인지 구체적으로 따져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 30년간, 대도시를 포함한 미국 전역의 범죄율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같은 기간 미국인 가운데 이민자 출신이 차지하는 비율, 심지어는 불법 이민자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졌음에도 말이죠. 물론 이를 두고 이민자가 많아진 것이 범죄율 감소에 기여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노스웨스턴대학의 경제학자 조르그 스펜쿡이 말했듯이 이민자와 폭력 범죄 사이에는 어떠한 상관관계도 없습니다. 하버드대학의 사회학자 로버트 샘슨은 한 걸음 더 아나가 1990년대 이민의 증가와 언어 다양성의 증대로 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중반에 이르는 기간 동안 살인 범죄의 감소가 예견되었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시카고에서 8년간 범죄를 연구한 결과, 멕시코계 이민자들이 같은 사회경제적 지위에 있는 같은 또래의 미국 출생 백인 및 흑인보다 덜 폭력적이었다는 사실을 밝혔냈습니다. 실제로 멕시코 접경 지역 엘 파소는 인구 50만 이상의 미국 도시 가운데서 살인 범죄율이 가장 낮습니다. 수많은 이민자들이 몰려드는 샌디에고, 샌안토니오, 피닉스도 평화로운 도시로 꼽힙니다.
이런 양상은 수형자 비율에서도 드러납니다. 미국에서 태어난 백인이 감옥에 갈 확률은 이민자의 두 배에 달합니다. 미국에서 태어난 흑인이 투옥될 확률은 훨씬 더 높고요.
물론 이민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민자의 아들과 손자들 사이에서 수형자 비율이 크게 높아진다는 사실을 지적할 겁니다. 통계를 살펴보면, 멕시코계 이민자의 아들이나 손자가 감옥에 갈 확률은 미국에서 태어난 백인(히스패닉계 제외)의 두 배 정도고, 미국에서 태어난 흑인의 절반 정도입니다. 이민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이나 낯선 환경에 동화되는 일의 어려움을 생각할 때 분명 주목해야 할 수치이지만, 이 역시 이민자들 때문에 폭력 범죄가 늘어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에는 한참 부족합니다. 트럼프는 멕시코 사람들 중에서도 질 낮은 사람들이 미국으로 온다고 말했지만, 이는 사실과 거리가 멉니다. 이민자의 대부분은 아주 선량한 사람들이고, 강력 범죄의 절대 다수는 미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 저지릅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더 나은 삶을 찾아 인생을 걸고 낯선 땅으로 온 사람들이 착실하게 살려고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사소한 법만 어겨도 추방당할 수 있으니 더 조심할 수밖에 없고요. 본지 특파원이 휴스턴에서 살 때, 그는 늘 조경업체의 트럭들이 교통 흐름을 방해한다고 느꼈다고 합니다. 알고보니 조경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멕시코 출신 이민자들이 많았고, 이들이 과속 딱지를 뗄까봐 규정 속도를 엄격하게 준수하기 때문이었습니다. 트럼프가 이민 정책에 대해 이야기할 때 교통 체증을 야기하는 이민자들의 고지식한 준법 정신에 대해 불평했다면 오히려 설득력이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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