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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타 인간극장 – 뒤바뀐 쌍둥이의 삶 (4)

옮긴이: 27년 전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Bogotá)의 한 병원에서 실수로 일란성 쌍둥이 신생아 두 명이 뒤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일란성 쌍둥이가 아니라 이란성 쌍둥이 두 쌍으로 서로 다른 삶을 살았습니다. 두 쌍둥이, 네 청년은 24살이 되었을 때 우연히 서로를 알게 되어 한자리에 모입니다. 이들의 이야기를 이번 주 총 여덟 편에 걸쳐 소개합니다. 이 기사는 지난주 뉴욕타임스에서 줄곧 이메일로 가장 많이 공유된 기사 1위 자리를 지켰습니다.

3부 보기

하나 같은 둘

사실 일란성 쌍둥이는 진화론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이란성 쌍둥이들은 유전자가 달라 똑같은 위험에 처했을 때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일란성 쌍둥이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일란성 쌍둥이는 우리가 가진 근본적인 질문 가운데 하나를 푸는 데 소중한 자료를 제공해줍니다. 그 질문은 인간에게 발현되는 특성 가운데 어디까지가 유전자의 영향을 받은 부분이고, 어디부터는 자라난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냐는 것입니다.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이 질문에 답을 내놓기 위해 연구를 거듭했습니다. 이 연구에 최적화된 실험 대상이 바로 쌍둥이였습니다.

보통 유전자의 50% 이상이 일치하는 이란성 쌍둥이와 유전자 100%가 일치하는 일란성 쌍둥이에 대한 연구는 19세기 문헌에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영국의 과학자인 갈튼 경(Sir Francis Galton)은 19세기 말 처음으로 “똑같이 생긴 쌍둥이”와 “다르게 생긴 쌍둥이”를 비교했습니다. (당시에는 일란성, 이란성 쌍둥이를 구분할 만큼 유전학 지식이 충분하지 못했습니다) <종의 기원>을 쓴 찰스 다윈과 사촌지간이기도 한 갈튼 경은 쌍둥이에 관한 연구 뿐 아니라 우생학이란 용어를 처음 쓴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그는 자신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똑똑하고 건강한 사람이 자식을 더 많이 낳도록 유도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모두에게 이득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죠.

갈튼 경의 제자인 독일의 피부과 의사 지멘스(Hermann Werner Siemens)는 1920년대에 쌍둥이들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는데, 그의 선구적인 연구 기법 가운데는 오늘날까지도 그대로 쓰이는 게 많습니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큰 문제가 있는 주장에 동조한 대가로 지멘스의 연구 전체는 오랫동안 매도되고 금기시됐습니다. 바로 히틀러와 나치 정권의 인종 간 우열 논리를 지지한 것이죠. 나치의 과학자들은 우성, 열성 유전자를 비롯해 여러 특질을 결정짓는 유전자를 찾는 과정에서 인종 사이에 우열을 과학적으로 가려내려는 위험한 시도를 거듭했습니다.

논란 속에서도 쌍둥이에 대한 연구는 계속됐습니다. 지난 50년 동안 관련 연구를 추적한 메타 분석을 보면 과학자들은 쌍둥이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총 17,000여 가지의 특징을 비교, 연구해 왔습니다. 총기 소유 여부, 정치 성향, 투표율, 동성애, 직업 만족도, 커피 소비량과 불면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유전자와 성장 환경이 각각 어떤 영향을 얼마나 미치는지 비교한 겁니다. 지금까지 연구 결과를 보면 거의 예외 없이 일란성 쌍둥이가 이란성 쌍둥이보다 거의 모든 성향에서 비슷한 특징을 나타냅니다. 과학 연구인데도 결론이 너무 예외 없이 확정적이라 일부 과학자들은 연구 방법 자체에 근본적인 결함이 있다고 주장할 정도입니다.

“사실상 모든 것이 유전자를 통해 전달됩니다. 유전적으로 더 가까울수록, 즉 유전자가 더 많이 일치할수록 그 두 사람은 관심사나 성향이 비슷합니다. 이는 성격이든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이든 어떤 것에도 적용이 되는 이야기입니다. 헌팅턴 무도병과 같은 유전자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영역이 아니더라도 유전자는 많은 걸 결정하는 셈입니다.”

버지니아대학의 행동유전학자 투르크하이머(Eric Turkheimer) 교수의 말입니다.

당사자들은 기구한 사연을 안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연구자들의 관심을 가장 많이 끄는 사례는 당연히 다른 환경에서 자라난 쌍둥이들입니다. (일란성 쌍둥이라면) 아예 같은 유전자를 갖고 태어났는데, 둘 사이에 차이가 나타난다면 그것은 모두 후천적으로 겪은 환경 탓이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1979년 미국 오하이오에서는 똑같이 짐(Jim)이라는 이름을 가진 쌍둥이가 39살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대면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미네소타대학의 부샤드(Thomas Bouchard Jr.) 교수는 이 쌍둥이를 연구했습니다. 이들은 생김새가 꼭 닮은 것 말고도 정말 39년 동안 서로를 모르고 산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비슷한 게 많았습니다. 휴가 때마다 플로리다주에 있는 같은 해변을 찾았고, 이름이 같은 여자와 각각 결혼했다가 똑같이 이혼했습니다. 이혼한 뒤 각자 재혼을 했는데, 이번에도 아내의 이름이 같았습니다. 같은 브랜드의 담배를 피우는 것도, 취미 삼아 미니어처 가구를 만드는 것도 같았습니다. 목소리와 억양뿐 아니라 성격까지 정말 비슷했던 둘을 보면, 자라난 환경은 정말 아무런 영향을 못 미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미 태어날 때 유전자에 따라 모든 인생이 정해진 걸까요?

부샤드 교수는 80쌍의 쌍둥이를 더 연구했습니다. 일란성, 이란성, 같이 자란 쌍둥이, 따로 떨어져 자란 쌍둥이 등 다양한 조합이었습니다. 연구 결과 부샤드는 일란성 쌍둥이가 성격은 물론 논쟁의 여지가 있는 학업 성적에서도 이란성 쌍둥이보다 훨씬 비슷했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같이 자랐든 따로 자랐든 상관없었습니다. 한 가지 예상치 못했던 발견이 있다면, 한 사람의 성격은 부모나 자신을 키워준 사람을 닮는 게 아니라 유전자, 또는 해외 유학이나 절친한 친구처럼 독특한 경험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순전히 연구 목적에서만 본다면, 쌍둥이 연구의 큰 걸림돌은 앞서 언급한 짐이란 이름의 쌍둥이들처럼 명백한 사례를 좀처럼 찾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스스로 연구진들에게 연구를 의뢰하거나, 연구진의 눈에 띄어 연구에 협조하게 되거나 어느 경우에든 (쌍둥이 중에서도) 정말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똑같이 생겼고, 배우자의 이름이 똑같은 데다가 취미까지 같은 쌍둥이를 찾는 게 어디 쉬운 일이겠습니까? 극단적으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일란성 쌍둥이의 사례를 여러 개 묶어 진행한 연구는 거의 없습니다. 그런 사례를 찾는 게 거의 불가능하니까요.

부샤드 교수와 1982년부터 1991년까지 함께 연구한 캘리포니아주립대 풀러톤 캠퍼스의 세갈(Nancy Segal) 교수는 말합니다.

“어떤 연구든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죠. 하지만 제가 아는 한 선천적 요인(유전자)과 후천적 요인(자라난 환경)을 구분하는 데 있어 떨어져 자란 쌍둥이를 연구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연구 방법은 없습니다.”

세갈 교수는 2003년부터 중국의 쌍둥이들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역시 조합은 일란성, 이란성, 같이 자란 쌍둥이, 따로 떨어져 자란 쌍둥이 등 다양합니다. 세갈 교수가 쓴 책에는 과학적 연구 결과와 통계뿐 아니라 사람들의 관심을 끌 만한 이야기, 사례들이 등장합니다. 서로의 존재를 모른 채 자란 일란성 쌍둥이가 연구를 계기로 처음 만나게 됐는데, 첫날 약속이나 한 것처럼 똑같이 반지 일곱 개를 손에 끼고 왔다거나, 역시 따로 떨어져 자란 쌍둥이 자매가 코를 눌러 납작하게 누르고 “코가 짜부라졌다”고 부르는 장난을 똑같이 치더라는 부류의 이야기입니다.

지난해 10월, 콜롬비아의 심리학자 몬토야(Yesika Montoya)는 페이스북에서 우연히 “제 7요일(Séptimo Día)”이라는 프로그램 영상을 클릭합니다. 호르헤, 까를로스, 윌리암, 윌베르의 이야기를 다룬 휴먼 다큐 프로그램이었습니다. 프로그램에서 이들 넷이 유전자 검사를 통해 실은 일란성 쌍둥이 두 쌍이 맞았다는 걸 확인하는 장면이 방영되기도 했습니다. 몬토야는 즉시 이들에게 연락을 취해 연구를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고 참여해줄 수 있냐고 물었고, 이들로부터 동의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이들을 세갈 교수에게 소개해줬습니다. 아무리 사연이 기구하다고 해도 이들도 엄밀하게 말하면 또 다른 두 쌍의 쌍둥이에 불과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세갈 교수는 이 네 청년의 조합이 수많은 연구에 적용될 수 있겠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마치 러시아 전통 인형인 마트료시카 같아요. 까도 까도 새로운 조합이 가능하고, 이들의 경험을 듣고 관찰하는 것만으로 새로운 연구 주제가 계속 나올 것 같았어요. 마치 실험 속 실험을 하는 느낌이랄까요?”

쌍둥이들은 연구에 협조하면 꽤 많은 시간을 희생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3월 어느 일주일 동안 사실상 합숙 모드에 돌입해 이들을 전격 해부하는 일정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1:1 인터뷰, 둘씩 짝을 지어 진행하는 여러 가지 실험, 그리고 가정환경과 학교 다닐 때의 성적, 현재 일자리와 벌이에 대한 끝이 보이지 않는 설문 조사도 해야 했습니다. 세갈 교수는 네 명의 이야기와 연구 결과를 책으로 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쌍둥이들은 연구에 협조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윌리암이 한 가지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세갈과 몬토야가 자기(와 윌베르)가 자란 산탄데르 고향 집을 꼭 방문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윌리암은 두 연구자가 산탄데르에 가보지 않고서 자기와 윌베르가 자라온 환경을 몇 가지 설문조사를 통해 이해했다고 쓴다면 그건 엉터리 연구가 될 거라고 확신했습니다. 다만 윌리암은 수도 보고타에서 산탄데르까지 가는 길이 얼마나 험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지를 좀처럼 명확히 말하려 들지 않았습니다. 그걸 알면 세갈도, 몬토야도 절대 산탄데르에 가지 않겠다고 할까 봐 두려웠던 거죠. 윌리암은 그래서 여기서 얼마를 어떻게 가면 산탄데르에 닿겠냐는 물음이 나올 때마다 말을 계속 얼버무렸습니다.

“차로 한 네다섯 시간 가면 돼요.”

그리고는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덧붙입니다.

“그런데 집까지는 포장된 도로가 없고, 아마 차에서 내려서 마지막엔 조금 걸으셔야 할 거예요.”

얼마를 걸어야 하냐는 물음에는 그저 멀지는 않을 거란 말만 되풀이하다가 갑자기 주의사항을 하나 더 덧붙입니다.

“(걸을 때) 길이 좀 질퍽질퍽할 거예요. 진흙 길이니까…”

얼마나 질퍽거리냐는 물음에 또 한 번 난처한 표정을 짓더니, 해결책을 내놓습니다.

“아예 걷지 않고 말을 타고 가시면 안 될까요? 그럼 진흙 걱정을 안 해도 되는데.”

뉴욕시 브롱크스에서 나고 자란 60대 여교수가 얼마나 가야 할지도 모르는 콜롬비아의 시골 흙길을 말을 타고 간다? 세갈 교수는 손사래를 쳤습니다.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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