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미국과 쿠바 정부는 아바나와 워싱턴에 양국의 대사관을 오는 20일까지 다시 열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50년 넘도록 꽁꽁 얼어붙어 있던 양국 관계는 해빙기를 넘어 이제 본격적으로 정상화에 들어서는 모습입니다. 미국 플로리다주 해변에서 쿠바와 가장 가까운 곳은 거리가 150km도 채 되지 않습니다. 농축산업부터 크루즈 관광업, 부동산 개발업에 이르기까지 미국 기업들은 국교 정상화 이후 ‘쿠바 특수’를 누리기 위해 단단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바나 대학의 해양생물학자인 안굴로(Jorge Angulo) 박사는 다른 많은 쿠바인처럼 미국의 쿠바에 대한 금수 조치가 해제돼 경제가 활성화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미국 관광객들이 쏟아져 들어오고, 쿠바의 인프라에 대한 미국의 투자가 급증하면 산호초, 맹그로브 숲, 국립공원과 유기농 농장들에 이르기까지 쿠바의 잘 보존된 자연 생태계가 파괴되지는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고 말합니다.
지난 15년 동안 경제 사정이 조금씩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아바나의 건물들은 낡았고 차량은 대부분 오래된 쉐보레 아니면 소련 브랜드인 라다입니다. 이는 동시에 쿠바의 해변들은 관광객들로 몸살을 앓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죠. 미국의 경제 제재와 쿠바의 국가사회주의 정책이 맞물려 쿠바는 카리브해의 이웃 나라들이 자연 자원을 개발하고 관광객을 유치한 대가로 치러야 했던 환경 파괴로부터 지금껏 자유로웠습니다. 해변 침식, 산림 파괴, 강의 수질 오염, 죽어가는 산호초 모두 남의 나라 이야기였습니다. 쿠바 남부에는 후카로(Jucaro)라는 마을이 있습니다. 카리브해의 다른 나라였다면 대형 리조트에 해수욕장이 펼쳐져 있을 법하지만, 후카로에서 볼 수 있는 건 오래된 고기잡이배들 뿐입니다.
지난 1992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UN 환경개발 회의에서 피델 카스트로(Fidel Castro) 전 국가평의회 의장이 지구를 위협하는 환경 파괴를 강하게 비판한 뒤 쿠바 정부는 환경 보호 관련 법령을 정비하고 규제를 강화해 왔습니다. 규제들 가운데 일부는 유명무실하기도 하지만, 전체 연안 해역의 25%는 자연 상태 그대로 보존한다는 목표 아래 체계적으로 관리가 이뤄지는 등 잘 지켜진 부분도 많습니다.
쿠바가 ‘녹색 성장’에 눈을 돌린 건 이데올로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실질적인 필요에 의한 선택이기도 했습니다. 1991년 소련이 붕괴한 뒤 미국과는 여전히 적대적 관계에 있던 쿠바 정부에게는 자급자족이라는 과제가 주어집니다. 각종 중장비를 비롯한 농기계, 화학 비료, 살충제 등을 마련할 수가 없던 쿠바 정부는 소규모 자영농들의 조합 형태로 운영하는 유기농법을 적극적으로 도입합니다. 소련이 건재하던 시절 사탕수수와 설탕을 대량 생산해 수출하던 관행에서 탈피한 겁니다. 경운기 대신 소가 밭을 일구고, 아직도 시골에 가면 직접 쟁기질을 하는 농부들을 볼 수 있습니다. 쿠바 정부는 또한 해양 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해서도 노력을 기울였는데, 이는 영세한 규모지만 무시할 수 없는 경제 활동인 어업을 지원하는 동시에 (미국을 제외한) 서구, 유럽의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한 것이기도 했습니다.
미국 자본, 미국 관광객에 대한 빗장이 풀리고 나면 자연 생태계를 보호해야 하는 쿠바 정부는 말 그대로 전에 없던 도전에 직면하는 셈입니다. 물론 경제 제재가 풀린다고 하루아침에 모든 게 바뀌지는 않을 겁니다. 미국 의회가 금수 조치 해제에 찬성해야 하는데, 당장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까지는 이 안건이 다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쿠바 쪽에서도 관광객을 유치하려면 세제를 비롯한 관련 규제를 손봐야 합니다. 쿠바 정부 관료들은 미국과의 관계가 개선되고 미국 자본과 관광객이 들어와도 생태 도시 아바나와 쿠바의 자연환경을 지금처럼 깨끗하게 보존해 나갈 수 있을 거라고 말합니다. 유럽 각국과 캐나다, 호주 등 여러 나라 관광객들을 유치한 경험을 토대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겁니다.
“환경 보호는 쿠바 헌법에 명시된 가치입니다. 당신들(미국인들)이 쿠바에 오는 게 전혀 걱정되지 않아요.”
워싱턴에 있는 쿠바 이익대표부의 로드리게스(José Ramón Cabañas Rodríguez) 부장의 말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관광지가 개발되고 투자가 활성화되면 환경이 어느 정도 파괴되는 건 감수해야 할 텐데, 이때 쿠바 정부의 태도가 관건이라고 말합니다. 환경보호 관련법들이 전부 다 엄격하게 지켜졌던 것도 아니므로 소비를 진작시키고 이윤을 늘려 경제를 활성화하는 걸 무시할 수 없는 쿠바 정부도 시종일관 환경보호만 외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환경보호기금(Environmental Defense Fund)에서 쿠바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위틀(Dan Whittle)은 내년 열릴 쿠바 공산당 7차 전당대회가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쿠바 정부 내에서, 공산당 내에서도 경제 개방과 개발의 속도에 대한 견해차가 있습니다. 쿠바 정부는 또 투자자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골프장이나 호텔 신축 허가를 내주는 절차를 몇 년 동안 끌어서는 안 된다는 걸 (쿠바 정부도)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쿠바는 환경 파괴를 무릅쓰고 경제 성장에만 몰두했던 중국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고자 합니다. 무분별한 난개발, 성장 지상주의에 휩쓸리지 않겠다는 것이죠. 쿠바 과학자들과 교류에 참여한 적이 있는 미국 상원의원 화이트하우스(Sheldon Whitehouse)는 쿠바가 투자와 이윤에 목말라 모든 걸 내팽개치고 개발 사업을 유치하는 데 발 벗고 나서지는 않으리라고 전망했습니다. (뉴욕타임스)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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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감사합니다. 원문기사보다 잘 요약된 뉴스페퍼민트의 기사가 가끔은 너무 유용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