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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류 언론들의 번역 시도(1/2)

지난 5월 뉴욕타임즈의 네일 살롱 기사는 네일 산업계의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무환경을 심층 취재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 기사가 주목 받은 이유가 단지 그 보도의 내용 때문만은 아닙니다. 모든 언론들은 뉴욕 타임즈가 사상 처음으로 자사의 웹사이트에 한국어, 중국어, 스페인어 번역을 제공한 사실을 또한 알렸습니다.

미국 주류 언론들이 다국어판을 내놓은 것은 꽤 오래 전입니다. 뉴욕타임즈는 2012년에 중국어판을 발간하기도 했습니다. 앱이나 특별판으로 내놓은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시도들은 대체로 본사와는 독립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주류 언론과는 구별되는 다국어 전문 미디어들이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뉴욕타임즈의 특집기사는 처음으로 번역 기사가 자사의 메인 영문 사이트에 그대로 올라갔습니다. 이는 다른 미디어들 역시 택하고 있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영어와 러시아어가 공존하는 도시인 모스크바에서 가디언의 “가디언 모스크바 주간(Guardian Moscow week)”에도 영문 기사와 러시아어 기사가 같이 올라가 있습니다. 이 방식은 해외지사나 독립된 외국어판 없이도 외국어를 사용하는 독자를 메인 사이트로 불러들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럿거스 대학의 언론학자 비키 카츠는 말합니다. “주류 언론들이 비영어권 독자들이 새로운 성장 영역이라는 것을 눈치채면서 이런 방식을 택하는 경향이 최근 늘어나고 있습니다.”

영어권 언론에게 번역은 점점 더 다문화적이 되어가는 미국 내의 비영어권 독자들에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네일 살롱 기사는 뉴욕타임즈의 인기기사 목록에 올랐습니다. 특히 한국의 많은 독자들이 뉴욕타임즈 웹사이트를 처음으로 방문했습니다. 뉴욕타임즈 메트로 판의 부편집장인 엘리자베스 굿리지는 “뜨거운 반응에 놀랐으며, 모든 수치가 우리를 기쁘게 했다”고 말했습니다.

뉴욕타임즈에 이는 시작일 뿐입니다.  국제판의 부 편집장 리디아 폴그린은 말합니다. “뉴욕타임즈가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이 미국 밖에 있다는 사실에 점점 더 많은 이들이 동의하고 있습니다.” 한동안 뉴욕타임즈는 해외판을 해외의 파트너들로 하여금 배급하게 했으나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는 독자들에게 직접 닿을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우리는 다른 언어의 사용자들이 충분히 관심을 가질 특정 기사에 대해서는 늘 번역을 제공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하루에도 여러 편의 번역을 제공하려 합니다. 또, 그 기사들에 대한 반응을 볼 것입니다. 아직 모든 것은 시험단계이지만 이를 통해 뉴욕타임즈에게 있어서 번역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중국과 멕시코에만 새로운 독자들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뉴욕타임즈가 네일 살롱 기사를 여러 언어로 번역한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의 이민사회가 이 기사를 읽기를 바랐기 때문입니다. (뉴욕타임즈는 이 기사의 번역판이 미국 내에서 얼마나 읽혔는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최근 미국 내 인구조사는 가정에서 영어가 아닌 언어를 사용하는 비율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음을 보여줍니다. 미국 내 소수민족(ethnic) 언론 시장도 커지고 있습니다. 2009년의 연구는 미국 내에서 자신이 속한 민족의 언론을 읽는 이들이 6천만 명에 달한다는 것을 보였고, 뉴 아메리카 미디어에 등록된 소수민족 언론사의 수는 3,000개에 달하고 있습니다. 이중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쓰여지는 언론은 2,000개에 가깝습니다.

언론사들이 보여주는 기사의 번역에 대한 관심은 이들이 비영어권 사용자를 단지 이야기의 주인공으로만이 아니라 이야기의 독자로 고려하게 되었다는 증거일 수도 있습니다. 영국 퀸 메리 대학의 언론언어학자인 콜린 코터는 그것이 사실이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미국이 단일 언어 국가라는 인식이 있습니다. 그러나 언론인들은 미국의 언어사가 얼마나 복잡한지를, 그리고 – 비록 그것이 쉬운 일은 아니라 하더라도 – 다른 언어로 기사를 만드는 수많은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다행스러운 점은, 기사를 다른 언어로 번역함으로써 미국 내의 그 언어 독자와 그 언어를 사용하는 나라의 독자를 모두 잡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먼저, 제대로된 번역을 해야 합니다. 네일 살롱 기사의 경우 중국어와 스페인어 번역에 대해서는 자신들의 외국 지사와 미국내 원어민을 이용해 기사, 사진 설명, 제목, SNS 소개글 등을 번역하고 검수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어 번역은 처음이었고, 더 어려웠습니다. “이를 위한 기존의 시스템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충분한 인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번역은 생각보다 더 어려운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지난 5월, 인터셉트지는 작년에 실종된 43명의 멕시코 학생들에 대한 탐사보도(뉴스페퍼민트 관련기사)를 일부 스페인어로 번역해 함께 실었습니다. 인터셉터의 기사가 다른 나라의 언론인들에 의해 번역된 적은 있었지만, 자신들이 직접 번역을 시도한 것은 처음이라고 편집장 벳시 리드는 말합니다.

“그 기사는 매우 복잡한 내용을 다루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가 직접 이를 번역하고 싶었습니다. 또 그 기사가 미국보다 멕시코에서 더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 효과를 메인 웹사이트에서 보려 했지요.”

2부로

(컬럼비아 저널리즘 리뷰)

원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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