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사람들은 좋은 집에 살고 높은 임금을 주는 직장에서 일합니다.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서 공원과 아름다운 건물들을 통과해 출근합니다. 수도 코펜하겐은 지구 상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들 중 하나로 뽑히곤 합니다. 하지만 이런 덴마크에서도 모든 사람이 행복한 것은 아닙니다.
대학생 수만 명이 정부의 새 정책에 항의하며 의회가 위치해 있는 크리스안보르 궁전 앞에서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번 시위는 1960년대 정치 불안으로 촉발된 시민 저항 이후 가장 큰 저항 운동입니다. 이 시위는 코펜하겐 뿐만 아니라 주변의 도시로 번지고 있습니다.
어떤 정책이 이들을 분노하게 했을까요? 그것은 대학을 정해진 연한 안에 졸업하도록 강제하는 것입니다.
네덜란드와 독일, 헝가리, 미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덴마크도 고등 교육에 드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학생들이 예정된 기간 안에 졸업하도록 강요하고 있습니다. 사실 교육 전문가들도 이 정책에 대해 찬반이 엇갈립니다.
유럽 대학연합 부총장인 라우리츠 니엘슨은 “이 정책에 대한 찬반 토론 이면에는 교육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과연 교육의 질을 낮추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숨어 있다”고 말합니다. 사회적 관점으로 보면, 대학 졸업생이 인력 시장에 빨리 투입되면 더 오랫동안 경제에 공헌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반된 입장이 대립하고 있습니다.
덴마크 대학 학비는 무료이며, 대학생은 매달 우리돈 약 110만 원의 생활비를 정부로부터 지급받습니다. 약 90%의 덴마크 대학생은 학부와 대학원 통합 과정을 이수하며, 여기에 소요되는 시간은 평균 6년입니다. 하지만 현재 정부는 이 과정을 5년 안에 마쳐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덴마크 교육부의 부서장인 소렌 네더가르드는 많은 학생들이 대학에 있는 동안 수업을 많이 듣지 않고 남는 시간을 놀거나 여행에 쓰는데, 정부는 더 이상 이런 학생들을 지원할 수 없다는 겁니다.
네더가르드에 의하면, 대학생들은 졸업해야 할 시기보다 1년에서 1년 반 이상 늦춰 졸업하기 때문에 이러한 제도의 정비가 이루어졌고, 정부는 기본적으로 대학 교육에 쏟을 시간이 이렇게 길 필요가 없으며, 5년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학생들에게 지급되는 장학금을 삭감하거나 학생들이 졸업하는 데 걸리는 기간을 줄이거나 둘 중 하나의 정책을 추구해야 하는 기로에 섰으며, 학생들이 학교에 있는 기간을 줄임으로써 생기는 경제적 이익은 우리돈으로 약 2천 9백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이러한 계산은 학생들이 경제적 활동을 빨리 시작하는 것까지 고려한 추산입니다. 사실 덴마크는 유럽의 다른 나라들보다 고용률이 높으며, 대학 졸업생에게 충분한 일자리 기회가 있습니다.
“교육 진보 개선안(Study Progress Reform)”이라 이름 붙은 정부의 정책을 통해 대부분의 대학들은 학생들의 교육기간을 평균 4개월 가량 단축시켜야 하는 책임을 지게 되었습니다. 재학 기간이 가장 긴 것으로 드러난 코펜하겐 대학교는 평균 학생 교육기간을 약 8개월 단축시켜야 합니다. 만약 이러한 지침을 어길 경우 학교는 정부보조금을 지원받지 못하게 됩니다.
이제 학생이 수강신청을 망설인다면 학교가 책임지고 수강신청을 해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정기적인 시험을 통해 학생들의 성취도가 측정됩니다.
이 정책이 처음 발의된 것은 지난 2013년이었습니다. 이후 여러 차례에 걸친 저항운동이 있었고, 학생들은 합법적인 선에서 이 규정을 피해가는 편법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아프다는 이유로 시험을 치르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전국학생연합 의장 야스민 다발리는 이 정책은 벌써 실패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녀를 비롯한 비판자들은 이번 교육 개혁안이 학생들에게 전공을 선택할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으며, 미래 취업에 필요한 중요한 사고와 기술을 배울 시간도 제한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대학생들이 외국에서 공부할 기회와, 이들이 관심 있어하는 인턴십이나 직업을 경험할 기회를 결과적으로 빼앗았다는 겁니다. 새로운 사업 구상처럼 의미 있는 일을 하기 위해 휴학을 할 기회도 없어질 것입니다. 다발리는 “학교는 학생들에게 얼마나 좋은 교육을 제공하느냐에 집중하는 대신 얼마나 빨리 졸업시키느냐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사실 이번 갈등은 대학교육의 목적이 어디에 있느냐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고 코펜하겐대학교의 부학장 애니 소버그는 말합니다. “우리 학교는 역사와 전통이 깊습니다. 대학은 단지 학위만 따는 곳이 아니라, 실제로 학문을 배우는 곳입니다. 물론 저희도 몇몇 학생들이 적은 학점만 수강한다는 것을 알고, 이 학생들이 더 많은 학점을 수강하도록 만들고 싶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지식을 찾고 공부하는 것이 학생들에게 허락되어야만 합니다.”
한편 덴마크 대학교수협회 부회장 카밀라 그레거센은 “대학은 소시지 공장이 아니다”라고 간단하게 일갈했습니다.
대학생이 정해진 시간 내 졸업하도록 강요하는 정책에 대한 반대 여론은 이러한 정책이 논의되는 다른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사실 점점 더 많은 나라들에서 이와 비슷한 정책들이 공통적으로 생겨나고 있습니다.
시민단체 ‘컴플리트컬리지어메리카’에 따르면, 미국에서 2년제 대학을 정시에 졸업하는 학생은 약 5% 정도이며, 4년제 대학의 경우는 19%입니다, 명문대와 주요 공립대학의 36% 학생만이 4년 안에 졸업합니다. 만약 학교에서 머무는 기간이 더 길어진다면 2년제 대학 학생의 경우 1년에 약 5만 1천 달러를, 4년제 대학 학생은 연간 약 6만 8천 달러를 더 소비하게 됩니다. 이 시민단체에 의하면, 이렇게 낭비되는 시간과 비용을 종합할 때, 미국은 연간 약 115억 달러의 비용을 대학 교육과 학자금을 위해 추가 지출하고 있습니다.
이 시민단체 회장인 스텐 존스는 “모든 대학생이 4년 안에 졸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에서 과반수 이상의 학생들이 4년 안에 졸업을 하지 못하는 것을 비추어보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이미 미국 몇몇 대학교에서 졸업에 필요한 학점을 줄이고 있고, 몇몇 주는 학기당 학점을 많이 신청하는 학생에게 우선 장학금을 지급하도록 제도를 수정했습니다. 하지만 덴마크의 경우 비평가들은 이런 제도적 장치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뉴욕주립대학교 직원협회 대표인 프레드 코왈은 이런 정책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학생이 제대로 대우받지 못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런 정책은 교육에 대한 철학적 질문으로 돌아가게 만듭니다: 대학 교육의 목적은 무엇인가? 노동력을 제공하기 위해 학생들을 훈련시키는 것인가, 아니면 세계 시민을 만들기 위해 교육시키는 것인가? 이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아야 하는가? 이러한 것들이 어려운 질문입니다. 우려되는 점은 학생이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도 졸업을 강요당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미국 대학강사협회 회장인 마리아 아이스토는, 정시 졸업이라는 주제 자체가 교육에 중점을 둔 것이라기보다 효율성에 중점을 둔 이슈라고 비판합니다. 대학교육이란 큰 배와 같아서 이 배를 빨리 움직이고 싶다고 해서 그렇게 할 수 없는 것이며, 정책결정자들이 경제적 관점만 취할 경우 이런 측면을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는 겁니다. 정시 졸업 요구 때문에 교수들은 학생을 빨리 가르치라는 압박을 받습니다. 이런 일이 전 세계 공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흥미롭긴 하지만 놀라운 것은 아니라고 그녀는 말합니다.
하지만 인디애나대학교 대학교육위원을 지낸 스텐 존스는 교육의 속도를 높이는 것이 교육의 질을 낮추는 것이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고 말합니다. “사실 대학교육의 질을 측정하는 방법도 없는데, 어떻게 교육의 속도가 교육의 질이 연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겠어요? 전공을 선택하지 못해 주는 학문적 탐험의 시간에 관해서 말하자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전문대나 지역의 공립 대학교에 가게 되는데, 이렇게 이것저것 학문을 탐험하는 것은 재정적으로 어려울 수 있는 이들에게 돈과 시간의 낭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학생들은 결국 졸업장을 취득하지 못하겠지요.”
덴마크 학생연합 의장인 다발리는 대학생이 졸업하기 전에 사용하는 시간을 빈둥거리면서 소비한다는 생각에 의문을 표합니다. “저는 대학생들이 남는 시간에 그저 플레이스테이션으로 게임이나 하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이런 관념은 정말 터무니 없는 믿음에서 온 것이죠. 우리는 이미 세계에서 가장 좋은 교육 제도를 갖추고 있습니다. 근데 왜 바꾸려 하는 것일까요?”
원문출처: 디아틀란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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