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당시 37세였던 공화당 의원 캐씨 맥모리스 로저스는 10년 만에 의원 임기 중 출산한 여성으로 기록되었습니다. 그리고 2010년과 2013년에 연달아 둘째와 셋째를 출산해, 의원직을 수행하면서 아이를 하나 이상 낳은 유일한 여성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미국 의회에서 여성 의원이 출산하는 것은 아직 드문 일이지만, 최근 미국의 사회 변화상을 살펴보면 맥모리스 로저스 의원의 경우는 하나의 전형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출산율이 전체적으로는 떨어지는 가운데서도, 교육 수준이 높은 여성들은 오히려 과거에 비해 아이를 더 많이 낳고 있으니까요.
지난 20년 간 40대 중반 여성들을 조사한 퓨리서치센터의 새로운 보고서에 따르면, 그 나이가 되도록 아이를 한 명도 낳지않은 여성의 비율은 줄어들고 있으며 감소율은 교육 수준이 높은 여성들 사이에서 두드러지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994년에는 40-44세의 박사학위 소지자 가운데 35%가 아이를 낳지 않았지만, 작년에 이 수치는 20%로 떨어졌습니다. 마찬가지로 1994년에는 석사학위 소지 여성의 절반만이 두 명 이상의 아이를 낳았지만, 작년에는 이 비율이 60%가 되었죠.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아이를 낳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은 여전하지만, 그 경향이 점차 누그러지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2007년 경기 침체 이후 출산율이 사상 최대로 낮아졌지만, 감소세는 10대와 20대에서만 뚜렷하지, 30대 여성들의 출산율은 오히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나이가 많고 학력이 높은 여성이 결혼할 가능성도 높았기 때문에, 미혼모에게서 태어나는 아이의 수도 줄어들었습니다.
왜 교육을 많이 받은 나이 많은 여성들이 아이를 더 많이 낳게 된 것일까요? 물론 미국 사회의 교육 수준이 전체적으로 높아졌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불임 치료 기술도 빠르게 발전해서, 예전에는 아이를 낳을 수 없었던 여성이 아이를 낳게 된 것도 있습니다.
그러나 메릴랜드대학의 인구학자 필립 코엔은 이것만으로 현재의 상황을 전부 설명할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결혼의 본질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 변화의 요인이라는 것이죠. 예전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결혼을 했고 제도가 불평등을 내포하고 있었다면, 최근 수십 년 사이 결혼은 개인의 선택이 되었고 더 평등해졌습니다. 학력 높은 여성들이 자신과 비슷한 남성들과 관계를 맺게 되면서, 부모가 함께 일을 하고 자녀를 양육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입니다. 교육을 받고 커리어를 가지는 것이 더 이상 아이를 갖는 데 장애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죠.
1965년에는 어머니가 양육에 들이는 시간이 아버지보다 7배 많았습니다. 그러나 2012년에는 고작(!) 두 배로 그 차이가 줄어들었습니다. 남편이 얼마나 양육에 참여하는가가 여성에게는 둘째 출산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니, 일하는 여성들이 아이를 더 많이 낳게 된 것도 이런 차원에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또 비슷하게 커리어를 중시하면서 아이도 갖는 여성들의 수가 많아지면서, 이들은 고용주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미국에는 전국적으로 적용되는 유급 육아 휴직 제도가 없지만, 여러 회사에서 자체적으로 육아 휴직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난한 여성에게 현실은 가혹합니다. 블루칼라 남성의 경제력이 점점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죠. 수입이 적은 여성이라면, “먹일 입 하나가 늘어나는데 내가 굳이 결혼을 해야하나”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저소득 여성들의 일터에서는 고용주가 출산 휴가나 육아 휴직을 보장해줄 가능성도 낮습니다. 2007년 경기 침체가 왔을 때, 출산을 미루기 시작한 것은 바로 이 여성들입니다. 아이를 낳는 것이 점점 사치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일지도 모릅니다.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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