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기업의 상징과도 같은 맥도날드 이사회를 시카고 재계 출신 인물들이 사실상 장악해왔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전현직 이사 10명이 실패로 끝난 2016년 시카고 올림픽 개최 추진위원회에 몸담고 있었고, 4명이 시카고 상업위원회(civic committee of Commercial Club of Chicago) 소속입니다. (1편에서 언급한) 매케나(Andrew McKenna)는 시카고의 두 메이저리그 야구팀인 화이트삭스(White Sox)와 컵스(Cubs), 그리고 미식축구 팀인 베어스(Bears)의 이사를 지낸 인물로, 한마디로 시카고 정재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거물입니다. 넉 달 후면 86세가 되는 맥케나가 맥도날드 이사 자리를 계속 유지하면서, 73세에 은퇴해야 한다는 맥도날드 사내 규정은 소리 소문도 없이 자취를 감췄습니다. 1998년부터 이사였던 매시(Walter Massey)가 77세, 1989년부터 이사였던 스톤(Roger Stone)이 79세입니다.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 넬 미노우(Nell Minow)는 거대한 공룡이 되어버린 맥도날드 이사회의 개혁이 시급하다고 말합니다. “주요 이사들에게 지나치게 높은 연봉을 지급하고, 이사회와 경영진이 제대로 된 전략을 세우지 못했는데도 맥도날드 이사회는 지금껏 어떠한 견제도 받지 않았어요. 이 고인 물을 흐르게 하려면 가장 먼저 가장 큰 주주 집단인 직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이사회를 물갈이해야 합니다. 새로운 이사들은 현재 정세와 기업 동향을 잘 꿰뚫고 있고, 미래에 닥칠 난관을 헤쳐나갈 능력이 있는 인물이어야 하겠죠. 이러한 이사회 물갈이는 과거에는 정말 흔치 않았던 일이지만, 엔론 사태 이후로, 닷컴 거품이 꺼진 뒤로는 종종 일어난 일입니다. 놀랍게도 맥도날드에서는 여태껏 일어난 적이 없지만요.”
미노우는 특히 평균 17년에 육박하는 (지배구조위원회 소속) 이사들의 임기가 가장 우려스럽다고 말했습니다. 보통 12년을 넘으면 비상임이사들과도 사실상 ‘같은 편’이라는 인식이 강해지고, 쓴소리를 해줄 인물보다는 비슷한 이해관계를 가진 인물을 이사로 앉힐 가능성이 월등히 높아집니다. 즉, 시카고를 연줄로 하는 거물들이 사실상 이사회를 좌지우지해왔다는 건 (기업에 필요한 적정 수준의 감시와 견제를 해줄 적임자인) 새로운 인물을 충원할 수 있는 가능성이 사실상 애초에 봉쇄됐다는 뜻이나 다름없습니다. 철밥통 이사회는 맥도날드가 매출이나 이윤에서 승승장구하던 시절에는 별 문제가 되지 않았을 수 있지만, 요즘처럼 매출을 비롯해 실적에 경고등이 켜진 상황에선 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미노우는 또한 이사회의 평균 연령도 최소한 20년 정도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맥도날드의 바커 대변인은 특정 연줄을 기반으로 한 지나치게 친밀한 집단의 구성원들이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다는 가디언의 문제제기가 본질을 흐리고 있다(quite puzzling)고 반박했습니다. “맥도날드의 이사들은 모두 각각의 분야에 전문성과 경험, 식견을 갖춘 인물들로 재계에서 찾을 수 있는 최고의 후보들을 영입했고, 이들은 매년 철저한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바커 대변인은 지난해와 올해 새로운 이사를 충원할 때도 외부 기관으로부터 조언을 받아 객관적으로 후보를 추려 진행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최근 충원된 이사 가운데 한 명인 구글의 임원 조르지아디스(Margo Georgiadis)도 시카고 재계 출신입니다.
또 다른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인 엘레노어 블록샴(Eleanor Bloxham)도 맥도날드 같은 대기업에서 이사회를 특정 세력들로 채우는 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합니다.
“이사회에 다양성이 없다는 건 한마디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능력이 전무하다는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소비자들의 선호가 달라져서 무언가 변화를 추구해야 할 때, 전 세계적으로 맥도날드 브랜드를 대표해 혁신적인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오랫동안 얼굴을 봐온 ‘친구’가 되어버린 이사들은 서로 얼굴 붉히는 일을 가급적 피하려고만 할 겁니다. 맥도날드 이사회가 아니더라도 다른 기업 이사회나 같은 지역 재계 만찬 같은 자리에서 수시로 얼굴을 맞댈 사람인데, 굳이 다른 의견 내비치면서 날을 세우고 싶을까요? 새 CEO가 이번 기회에 이 문제를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적어도 10년 전에는 이미 극복했어야 할 문제를 안고 여기까지 온 셈입니다. 더는 미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번 주주총회에서 이 문제가 어떻게든 의제로 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대주주들 가운데는 이번 기회에 이사 임명권을 이사회가 아닌 주주에게 부여하는 규정을 신설하는 문제를 토론에 부치겠다고 밝힌 이들도 있습니다. (Guard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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