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학교에 휴대전화를 갖고 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부모 마음은 복잡합니다. 특히 아이가 공부는 안 하고 전화기만 붙잡고 있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부모라면 런던 정경대학(London School of Economics)의 벨란드(Louis-Philippe Beland), 머피(Richard Murphy) 두 교수가 내놓은 최근 연구에 귀가 솔깃할 겁니다. 연구의 요지는 교내에서 휴대전화를 못 쓰게 했더니 조사 대상이었던 16세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6.4% 올랐다는 건데, 이를 수업일자로 환산하면 1년 교과과정에 닷새를 추가한 것과 같다는 겁니다. 즉,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는 것만으로 학생들을 일주일에 한 시간 더, 일년으로 환산하면 (주말 포함) 일주일 더 가르친 효과가 있다는 것이죠.
현재 영국 10대들 가운데 90%가 휴대전화를 갖고 있습니다. 각 학교 교장선생님을 비롯한 교육자들은 휴대전화 사용을 대체로 엄격하게 금지해왔습니다. 2001년 설문조사를 보면, (당시에는 휴대전화를 쓰는 학생들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휴대전화 사용을 교칙으로 금지하고 있는 학교는 없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2007년 들어 50%로 늘었고, 2012년에는 설문에 참가한 학교의 98%가 어떤 형태로든 학생들이 교내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거나 제한하고 있었습니다. 아예 휴대전화를 못 갖고 오는 학교도 있었고, 아침에 등교하면서 휴대전화를 냈다가 수업이 끝난 뒤 돌려받을 수 있는 곳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일부 학교가 휴대전화 사용을 조금씩 허용하고 있기도 합니다. 휴대전화를 쓰도록 하는 게 학생들 사이의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조언을 받아들인 드블라지오(Bill de Blasio) 뉴욕 시장은 최근 10년 된 휴대전화 교내 사용 금지 조항을 철폐했습니다. 하지만 벨란드와 머피 교수라면 아마 뉴욕시의 결정이 불평등 해소에 도움이 안 된다고 잘라 말할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했을 때 학업성취도가 가장 많이 오르는 학생들은 기존에 성적이 낮은 학생들이거나 무상급식 대상자를 비롯해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은 집안의 아이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미 공부를 곧잘 하는 우등생들은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했다고 성적이 오르지 않았습니다. 드블라지오 시장이 불평등을 해소하고 싶다면, 휴대전화를 쓸 수 있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이번 연구는 런던과 레스터, 맨체스터에 있는 학교들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한 전후 성적을 비교해 진행했으며, 성별, 무상급식 대상자 여부를 토대로 한 학생들의 경제적 수준, 기존 성적 등의 변수를 모두 통제한 뒤 진행했습니다. 기술 발전이 더 효과적인 교육을 가능하게 한 건 분명하지만, 동시에 여전히 새로운 기기가 공부를 방해할 위험도 충분한 겁니다. (Guard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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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의 압박을 벗어나게 되어 공부에 좀 더 집중하게 되는건가요? 역시나 좋은 내용,.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