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긴이: 이 글은 하버드대학 경제학과 교수 샌딜 뮬레이네이썬(Sandhil Mullainathan) 교수가 뉴욕타임즈에 기고한 글입니다.
매년 이맘때 하버드대학 교정은 달콤쌉싸름한 느낌을 주는 시기입니다. 대학 졸업반인 4학년 학생들이 직장을 찾는 시기이고 이들의 선택은 저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가장 똑똑한 학생들 중 많은 이들은 암을 연구하거나 다음 세대를 가르치고 영감을 줄 수 있는 직업, 혹은 공공 분야의 일자리를 선택하지 않습니다. 대신 많은 학생들이 트레이더, 브로커, 그리고 뱅커와 같이 금융 분야의 직장을 잡습니다. 2014년 하버드 학부 졸업생들을 보면 다섯 명 중 한 명은 금융 관련 직업을 선택했습니다. 경제학을 전공한 학생들 사이에서는 두 명 중 한 명이 금융권으로 향했습니다. 저는 이를 두고서 고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것이 정말 우리가 가장 똑똑한 학생들의 재능을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일까요?
물론 이는 젊은이들의 자신의 열망과 꿈을 좇아서 결정한 개인적인 선택으로 제가 왈가왈부할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만약 제가 가장 아끼는 학생이 저에게 찾아와서 “투자은행으로부터 일자리 제의를 받았고 수락할 거예요.”라고 말한다면 저는 제가 어떻게 느낄지 알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제 학생의 선택에 축하를 보내겠지만 여전히 이것이 과연 사회 전체를 위해서 최선의 선택인지에 대해서는 확신하지 못할 겁니다.
경제학자로서 저는 이 문제를 다음과 같이 봅니다. 모든 직업은 개인들이 누리는 월급과 같은 사적인 혜택과 한 사회 전체가 누리는 사회적 혜택을 만들어냅니다. 만약 제가 온라인 거래 사이트에 제가 찍은 사진을 판매하는 계좌를 연다면 사적인 혜택은 제가 사진을 팔아서 얻게 된 소득이 될 것이고 사회적 혜택은 제가 찍은 사진이 저의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혜택이 되겠지요. 어떤 직업군에 속한 사람들은 엄청난 사회적 혜택을 발생시키기도 합니다. 발명가들을 생각해보세요. 반도체가 없었다면 많은 전자기기가 없었을 테고, 우리가 오늘날 쓰는 컴퓨터의 많은 부품도 반도체의 발명 덕분에 가능했던 것이죠. 하지만 근대 반도체 생산에 기본이 된 연구 결과를 제공한 공로로 1956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물리학자 세 명은 반도체 발명이 만들어낸 부의 일부분도 누리지 않았습니다. 특허는 그 발명이 있기까지 있었던 모든 과정을 보상하지는 않는데, 지식이라는 것은 공공재이고 다른 사람들이 생산해놓은 기존 지식에 기반해서 생산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단지 발명가나 선생님, 혹은 비영리 단체에서 일하는 사람들만이 개인적 가치보다 큰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담 스미스 이후로 우리가 알고 있는 경제적 지식은 바로 노동의 분화 덕분에 시장 경제에서 우리 각자가 자기 일을 하면 이것 역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발명가가 큰 사회적 가치를 더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 개개인들도 가치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시장 경제의 유용한 측면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잘하는 것을 함으로써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경제학자 케빈 멀피(Kevin Murphy), 로버트 비쉬니(Robert Vishny), 그리고 안드레이 쉴라이퍼(Andrei Schleifer)는 영향력 있는 논문을 통해서 재능있는 사람들이 경제학자들이 부르는 “지대추구 행위자(rent seekers)”가 될 때 그 사회는 정체되고 발전하지 못한다고 주장합니다. 사회적 부를 새로이 창출하는 대신, 지대추구 행위자들은 부를 어느 한 분야에서 다른 분야로 옮기는 일을 할 뿐입니다.
어떤 직업을 가졌는지를 두고 그 사람이 지대추구 행위자인지 아닌지를 단정적으로 분간해낼 수는 없습니다. 회사간의 계약 조건을 명시한 계약문을 작성하는 데 도움을 주는 변호사는 실제로 상업 행위를 촉진시켜서 부를 창출하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법률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국가에서 소송 전문 변호사는 불필요한 소송을 부추겨서 지대추구 행위를 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금융은 복잡한 분야입니다. 금융권에 있는 사람들이 돈을 버는 흔한 방법인 차익거래(arbitrage)를 생각해보세요. 한 주당 15달러의 가치를 가지지만 현재 10달러에 거래되고 있는 주식을 찾아서 산 뒤 기다립니다. 당신은 경험이 많은 트레이더들이 이익을 착취하는 주식 시장이 그저 큰 카지노와 같다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차익거래는 가치를 창출할 수도 있고 주식 시장이 사회가 운영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습니다. 주식 시장은 어떤 기업이 자본 투자를 받을지, 어떤 기업이 팽창해야 하는지를 자원 배분을 통해서 결정합니다. 가격이 가치와 상응하지 않는 주식은 투자가 잘못 이뤄지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런 면에서 차익거래를 하는 사람들은 가격과 가치가 상응하도록 돕습니다.
하지만 차익거래는 특정 조건이 만족될 때만 가치를 가집니다. 차익 거래는 골드러시와 같은 측면을 가지고 있는데, 누가 금광을 먼저 발견하는가의 경쟁입니다. 금광을 발견하는 것은 가치가 있지만 다른 누군가가 금광을 발견하기 전에 금광을 찾는 것은 대체로 지대추구 행위입니다. 최근 세 명의 경제학자는 2005년과 2011년 사이 시카고 상품거래소와 뉴욕 주식 시장에서 차익 거래에 걸리는 시간을 분석했습니다. 2005년 0.097초 걸리던 것이 2011년에는 0.007초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짧은 시간에 가격을 수정하는 것이 사회적 혜택을 가져올 가능성은 매우 적습니다. 어떤 제대로 된 투자가 1000분의 1초 안에 이뤄지나요? 단기적 차익거래는 많은 이득을 가져다주지만, 대부분 지대추구 행위로 보입니다. 이런 식의 지대추구 행위는 금융의 다른 분야에도 만연해 있습니다.
자, 그렇다면 제 학생들이 금융 분야에서 자신의 커리어를 시작한다는 소식에 제가 어떻게 느껴야 할까요? 저는 제 학생들이 단순히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길이 자신 앞에 열려있다는 점을 깨닫기를 소망합니다. (뉴욕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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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때 가치를 소비하는 일 말고 가치를 생산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소망을 품은 적이 있었죠. 금융업보다는 제조업!이라는 단순한 생각이긴 했지만요. 지대추구 rent seeker라는 말이 있군요. 그 하버드생들 엄청나게 벌고 엄청나게 쓰는 엘리트들이 되겠죠.
가치평가자로서 역할을 해주죠. 실시간으로, 뛰어난 두뇌와 첨단기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