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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요커] 아마존의 대쉬 버튼이 내게 연상시키는 악몽

세제나 종이타월같이 많이 사용하는 가정용품을 버튼 하나로 주문할 수 있게 만든 아마존의 “대쉬 버튼(Dash Button)”은 농담이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은 그런 줄 알았죠. 우선 이 제품은 만우절날 발표되었습니다. 그리고 온 집안에 플라스틱 원클릭 쇼핑버튼을 붙인다는 아이디어는 그저 아마존이 가정에 필요한 모든 물건을 판매하고 있다는 사실에 바탕해 사람들을 웃게 만드려는 것이라 생각했죠.

홍보용 비디오에도 그런 요소가 있었습니다. 이 비디오는 같은 행동의 반복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끝없이 로션을 짜고, 커피메이커를 작동시키고, 전자레인지로 마카로니를 데우며, 세탁기를 돌립니다. 그리고 여인이 캡슐 커피가 다 떨어졌다는 것을 발견한 순간 이 반복은 멈춥니다. 그녀는 몸을 앞으로 숙이고 한 숨을 내쉽니다. 오늘 하루도 힘든 날이 되겠구나. 그러나 다음 순간, 대쉬 버튼에 힘입어 반복은 계속되고 친숙한 아마존 택배가 우편함에 도작하며 커피, 로션, 마카로니는 채워집니다. 광고는 말합니다. “물건 때문에 삶의 리듬을 잃지 마세요.”

사실 이 광고는 소비에 대한 찬탄이라기 보다는 비난으로 읽힙니다. 매일 매일 같은 물건이 사용되고 버려집니다. 이 광고의 감독은 마치 여자 주인공의 삶이 얼마나 슬프고 덧없는지를 보여주려는 것 같습니다. 집안에 달려 있는 아마존의 버튼 또한 거대한 스키너의 상자안에 갇힌 쥐가 되어 지칠 때 까지 쾌락 버튼을 누르는 우리를 연상시킵니다. 그러나 아마존은 이러한 삶이 곧 진짜 삶의 리듬이라고, 그리고 어떤 방해도 그저 불편함을 끼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녀가 보여주듯 절망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나는 이들이 말하는 삶이 진정한 디스토피아라는 생각이 듭니다. 곧 단지 우리 삶을 끊임없는 쇼핑의 연속으로 보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는 한 순간도 쇼핑을 멈출 수 없게 된다는 그 점에서 말이지요.

그러나 누가 알까요. 나는 아이가 없습니다. 수천개의 기저귀를 산 적도 없고 계속해서 기저귀를 사야하는 것도 아니죠. 하기스 버튼이 있고, 버튼을 누르는 것 만으로 드론이 기저귀를 가져다 준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죠. 아마존은 커피를 제외하면 대쉬 버튼으로 중독성 있는 제품을 주문하게 만들지는 않고 있습니다. 치토스 버튼이나 오레오 버튼, 소설가 노스가르트(Knausgaard) 버튼은 없다는 이야기죠. 그리고 아무리 버튼을 많이 눌러도 한 번에 하나만 주문하게 됩니다. 강아지나 5살난 꼬마가 종이타월 천개를 주문하지 않도록 조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대쉬는 트윗을 보낼 수 있는 냉장고나 에너지를 절약해 지구를 구하는 가정용 온도조절장치가 등장한 오늘날의 스마트 홈에 잘 맞는 제품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효율의 문제가 아니라 비효율이 곧 악으로 간주되는 세상이 되었다는 신호입니다. 우리가 자신의 선호(choices)를 다루는 방법이 곧 우리의 가치를 측정하는 방법이 됩니다. 누구나 스마트홈에 살고 싶어 할 겁니다. 마지막 남은 자몽쥬스 한 모금을 마셨다고 부인과 싸우고 싶은 이는 없을겁니다. 이제 화장지 휴지가 떨어지는 일은 바보들만 겪게 되겠죠.

그러나 무언가가 다 떨어지는 일에 어떤 가치가 있다면 어떨까요? 마지막 쓰레기 봉투를 꺼내면서 당신은 온갖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 “이 브랜드 제품을 계속 써야할까?”, “나는 왜 이렇게 쓰레기를 많이 버리는 걸까?” 마트를 방문하거나 적어도 아마존 웹사이트에서 무언가를 클릭하는 일은 우리의 소비 본능을, 단지 경제적인 이유에서만이 아니라 도덕적인 이유로도 한 번 더 되돌아보게 만듭니다. 계속 이 물건을 사겠다고 결심하게 된다 하더라도, 적어도 그 순간은 결정의, 선택의 순간입니다. 누구나 치약을 사용하며, 현명한 소비자는 코스코에서 10개 들이 치약을 사는 사람입니다. 쇼핑은 짧은 순간이라도 우리에게 죄책감을 줍니다. 그러나 그 작은 버튼을 누르는 일에는 그저 즐거움만이 있을겁니다.

곧 이 버튼을 누를 일도 사라질겁니다. 아마존은 스스로 재고를 주문하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기사처럼 “월풀은 세탁기와 건조기가 소모품의 사용량을 체크한 후 자동으로 새 세제와 건조기용 방향제를 주문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정수기는 필터를 스스로 주문하고 프린터 역시 잉크를 스스로 주문하게 될 것입니다. 이는 거대한 자동화 시스템이자 완벽하게 조정된 꿈의 가정생활이 되겠죠. 그러나 내 속의 비판론자는 커피메이커가 언젠가 HAL 9000 이 되어 자신이 판단하기에 적절한 종류의 커피를 내게 내려주는 날을 상상하게 만듭니다. 또는 인류가 다 멸망한 먼 미래의 지구에서 지하실에 버려진 한 고장난 세탁기가 끝없이 세제를 주문하고 있는 모습도 그리게 되는군요.

(뉴요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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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itahol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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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러나 무언가가 다 떨어지는 일에 어떤 가치가 있다면 어떨까요?" :

    아마존 대쉬를 써도 무언가 다 떨어지는 일은 여전히 발생하고 사람은 이를 여전히 인지 가능합니다. 자동 주문 시스템이 개발 되어도 사람이 눈치도 못채게 몰래 서랍에 물건을 채워놓지 않는 이상, 여전히 "무언가 다 떨어지는 일"은 여전히 인간의 인지 범위 안에 있습니다.

    인생이 챗바퀴를 돌리는 것과 유사하고 소비행위가 그 챗바퀴를 돌리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는 건 동의합니다. 하지만 아마존 대쉬가 그 챗바퀴를 돌리는데 기여를 하고 있다라는 건 약간 과장된 해석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사람들이 수많은 상품들을 비교하며 "더 좋은 것"을 찾느라 뺏기는 시간과 에너지를 줄여주는 측면에서 보았을 때 소비의 챗바퀴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질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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