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데이팅을 분석하는 통계학자로서 저는 다른 사람들의 사랑을 분석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왔습니다. 그러나 이 방법론을 나 자신에게도 적용해볼 수 있지않을까 생각해보았죠. 학자로서의 호기심도 있었지만, 남자친구가 그립기도 했습니다. 3년 동안 대학을 같이 다닌 후 옥스퍼드로 1년간 유학을 왔거든요. 제게는 데이터를 들여다 보는 게 사진 앨범을 들어보는 것과 비슷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데이터를 들여다볼까요? 우리는 문자나 사진을 많이 보내는 스타일은 아닙니다. 대신 하루에 네 통 정도 이메일을 주고받아 그동안 쌓인 메일이 5,500통에 달합니다. 제가 이메일을 통계적으로 분석하고 싶다고 남자친구에게 말하자 남자친구는 달가워하지 않았습니다.
“내 허락을 받아야하는 거 아닐까.”
“내가 이메일을 읽는데 네 허락을 받지 않잖아. 컴퓨터로 읽는 건 왜 달라?”
“이상한 패턴을 찾아내서 나랑 헤어질 것 같아.”
“데이터가 헤어지는 게 낫다는 걸 증명해서 그렇게 되면 서로에게 좋은 거고, 아님 내가 수준 낮은 통계학자인거지 뭐. 지금 내가 수준 낮은 통계학자라는 거야?”
그렇게 “실험참가자의 동의”를 얻었습니다.
기숙사 방으로 돌아와 노트북 앞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일단 제가 영국으로 떠난 후에 이메일이 늘어났다는 건 놀랍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남자친구보다 제가 훨씬 더 많은 이메일을 보냈다는 걸 깨닫고 흠칫 했죠. 일단 프로그램을 닫고, 차 한 잔을 마신 후에,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해 데이터에 따르면 내가 더 너를 그리워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남자친구는 사실이 아니라며 본인은 이메일보다 전화하는 걸 선호할 뿐이라고 대답했죠. 전화를 끊고 데이터로 돌아가 사실 관계를 확인해보았습니다. 과연, 그는 저보다 “전화해”, “전화”라는 단어를 더 많이 썼죠.
자, 연애를 끝장내는 걸 한 번 피한 후 다시 이메일의 길이를 분석해보았습니다. 세 번의 피크가 있었는데 봄 방학, 여름 방학, 겨울 방학 때였죠. 연애 초반의 애정을 담뿍 담은 이메일이었습니다. 이메일의 내용도 시간이 지나가면서 바뀌었습니다. 예를 들어, 연애 초반에는 ‘약속’이란 단어를 더 자주 썼습니다. 신임을 쌓기 위해 서로에게 준 달콤하지만 사소한 맹세 같은거 말이죠. “널 죽이지 않겠다고 약속할게.” “요트 클럽에 가게 하지 않겠다고 약속할게.” 한편, 별명이나 애칭은 연애가 한창 진행된 후에야 쓰기 시작했죠–약속이 애완동물 이름으로 대체된거에요.
우리의 성격도 드러났습니다. 성 고정관념과 달리, 제가 더 공격적이었습니다. 욕의 95%는 제가 했습니다. 남자친구가 “잘 모르겠어” 나 “미안해”라는 말을 할 확률이 저보다 60% 높았죠. 저는 암울한 이야기를 하는 성격이라 “고통”, “암”, “자살” 같은 말도 곧잘 보였습니다. “남자들”이란 표현으로 남자들을 일반화 시키기도 했습니다. 취미도 나타났죠. 그는 그리스어, 라틴, 이탈리어어, 영어 4개국어를 구사하고 저는 통계학자입니다. 뉴잉글랜드 출신의 그는 “dandy”라는 표현을, 남자들처럼 이야기하는 저는 “bro(브로)”라는 표현을 자주 썼습니다.
이제 차일 위험을 줄이기 위해 우리 연애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 공유는 생략하겠습니다. 그러나 이 분석을 하면서 느낌 점 두개가 있습니다.
첫째, 통계는 우리의 기대치를 뛰어넘을 만큼 강력하다는 겁니다. 저는 통계적 분석을 굉장히 좋아하지만 이번에 분석하는 것은 제 연애였습니다. 왜 남자친구는 나보다 더 자주 사과할까? 우리 이메일은 왜 점점 짧아지고 있지? 내가 애완동물보다 약속들을 더 선호하면 어떡할 건데? OKCupid의 창업자는 사람들의 연애를 분석하는 게 인간의 어두움을 보고 그를 기운빠지게 만든다고 말하곤 했죠.
원래는 각자 자신의 연애를 분석할 수 있는 앱을 만들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연애의 불편한 사실들을 마주하는 게 좋은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력적인 동료 직원들이랑 일하는 중에 보낸 이메일에는 애정이 부족하다면 어떡하죠? 더 이상 유혹하는 메일을 보내지 않는다던가, 술을 마시는 금요일이나 토요일 오후 10시 넘어서만 애정 표현을 한다면요? 전 남친/여친과는 플라토와 프로스트를 논했는데, 지금은 저녁으로 뭘 먹을지만 이야기한다면요? 사실이라면 비록 불편한 사실이라도 아는 게 낫다고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사랑을 그렇게 객관적으로 재단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연애는 이상하죠. 그 순간 너무나 아름답고 사랑스러웠던 것도 차갑게 분석하면 이상하게만 느껴집니다. 사실을 들이미는 것보다 느껴지는 게 맞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랑을 받지 못한다고 느낀 적이 없는데, 상대방이 “사랑해”라는 말을 나보다 20% 적게 한다는 걸 알게 되서 얻는 게 무언가요?
둘째, 통계의 한계 또한 깨닫게 됩니다. 제 연애의 전부가 이메일에 담겨있는 게 아닙니다. 디지털로 남지 않은 소중한 흔적들이 많지요. 이메일은 지난 우리의 4년의 아주 작은 부분에 불과합니다. 제 알고리즘이 제 이메일 속에 퍼져있는 감정들을 모두 잡아내지도 못하죠. 이 글을 쓰면서도 저는 남자친구를 보고 싶다는 생각뿐인데 남은 건 엑셀 그래프 뿐입니다. 전문가인 제가 저의 개인적인 관계를 분석할 때도 이런데, 다른 수만 명의 관계를 분석할 때 놓치는 건 이루 말할 수도 없을 겁니다. (The Atlantic)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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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를 테면 연애 초반에는 사소하지만 귀여운 “약속”이 많았습니다(For example, we used the word 'promise' more frequently early in our relationship, often to make the sort of charming but trivial pledges that build trust)":
"예를 들어, 연애 초반에는 '약속'이란 단어를 더 자주 썼습니다. 신임을 쌓기 위해 서로에게 준 달콤하지만 사소한 맹세 같은거 말이죠."
2) "연애 후반에는 애칭이 늘어났고 애완동물 이름이 자주 등장했죠(On the other hand, we began to use nicknames and endearments only later in our relationship—promises replaced by pet names)":
"한편, 별명이나 애칭은 연애가 한창 진행된 후에야 쓰기 시작했죠--약속이 애완동물 이름으로 대체된거에요."
***남친과의 관계가 어떻게 발전해왔는지를 보여주는 부분이라 "신임(trust)"이 번역이 되면 더 좋을거 같습니다. 기사 후반부의 "내가 애완동물보다 약속들을 더 선호하면 어떡할 건데?(What if I still want promises, not just pet names? )도 더 잘 이해가 될거 같고요.
***이건 저자(Emma Pierson)가 내린 결론에 대한 댓글입니다만, 혹시 이 분은 직업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요?
답글을 이제야 보았습니다. 도움주신 부분 반영했습니다. 글이 훨씬 생기가 넘치네요. 감사합니다.
*** 저자에게 직업을 바꾸라는 부분에 대해, 저는 은근히 즐기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만 보는 사람마다 다를지도 모르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