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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제도 폐지 추세 속 총살형과 전기의자의 부활 움직임

1996년 미국 유타주에서는 11살 소녀를 강간하고 살해한 존 앨버트 테일러가 총살형을 당했습니다. 당시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관 짐머만씨는 처형장에 입회했습니다. “우리 왼쪽으로 테일러 씨가 있었고, 오른쪽으로는 벽 뒤에 사격대가 자리했습니다. 카운트다운 후에 총이 발사되었고, 동시에 여러 총성이 울렸습니다. 테일러는 주먹을 꽉 쥐었고, 갑자기 가스가 들어찬 것처럼 가슴이 조금 위로 올라갔죠. 꽉 쥐었던 주먹이 풀어지자 의사가 다가가 맥박을 짚었고, 집행은 마무리 됐습니다.”

미국에서 사형제도가 부활한 1976년 이래 미국에서 총살형에 처해진 사람은 단 세 명 뿐입니다. 세 건 모두 유타에서 집행되었죠. 유타 주는 2004년 총살형을 금지했지만, 지난 10일 총살형을 다시 부활시키기에 이릅니다.

미국의 몇몇 주에서 총살형 부활 움직임이 일어나는 이유는 약물주사형 집행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2011년 유럽위원회는 8개 약물에 대해 사형집행용 판매를 금지한 바 있습니다. 이후 미국 기업을 포함한 여러 제조업체에서 기업 이미지와 규제 조치들을 이유로 꼽아 이들 약물의 생산과 판매를 중단합니다. 그 결과 사형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의 32개 주에서는 사형 집행에 필요한 약물 품귀 현상이 일어났고, 작년에는 1994년 이래 사형집행 건수가 최저로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사형집행 주들은 대안 찾기에 나섰습니다. 작년, 약물에 문제가 생겨 사형 집행에 무려 43분이 소요되는 끔찍한 사건을 겪은 오클라호마에서는 주의회가 압도적인 찬성으로 질소 가스 처형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앨러배마 하원에서는 전기의자를 부활시키는 법안을 두고 표결이 이루어졌고, 와이오밍 주도 총살집행형을 부활시켰습니다. 사형집행용 약물 공급 업체를 보호하기 위해, 업체명을 공개하지 않는 주정부도 있습니다.

물론 이런 “대안”들이 모두 널리 사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전기의자형이나 교수형을 유지하는 주가 있기는 하지만, 이런 처형 방식은 사형수의 요청에 따라 아주 제한적으로만 사용되죠. 와이오밍의 총살형 부활 시도 때는 총살 전 사형수에게 진정제를 투여해야 하는지의 문제를 두고 논란이 일어 법안이 무산되었고, 유타는 겨우 표결까지 갔지만 주지사가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기의자 부활법안이 통과되어 발효된 곳은 테네시 주 한 곳 뿐이죠.

구시대의 사형 방식을 되살리려는 움직임은 그다지 효율적이지 않습니다. “잔인하고 비정상적인 형벌”을 금하는 헌법 조항 때문에, 수면 위로 떠오르는 즉시 위헌 논란이 일기 때문입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사형 찬성론자들조차 약물주사형의 여러 대안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우리 주가 다른 미국인들에게, 그리고 세계인들에게 어떻게 비칠지는 상관이 없단 말입니까?” 총살형 논란 때 유타 주의 한 의원이 했던 말입니다. 유타주는 1976년 사형제 부활 이후 가장 먼저 사형을 집행했고, 미국에서 가장 최근 총살형을 집행한 주로 악명이 높습니다.

1996년 총살형에 입회했던 짐머만은 실제로 총살형이 약물주사형에 비해 더 잔인하지도 않다고 말합니다. 즉사했기 때문에 피도 거의 나지 않았다고 말이죠. 어쨌거나 약물 부족이 사형 집행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은 되돌리기 힘든 추세입니다. 여러 주에서 약물이 동나거나, 품질이 의심되어 형 집행을 미루는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사형찬성론자들은 포기하지 않겠지만, 현실은 이들에게 큰 과제를 안겨주고 있습니다.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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