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나는 처음으로 청중 앞에서 발표를 했습니다. 발표를 기다리면서 나는 신기한 일을 겪었습니다. 나는 정장을 입고 손바닥을 위로 하고 숨을 크게 내쉬며 두려움을 없애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내 TED 발표의 첫 줄(2013년 말, 샌디에고 고등학교 2학년 올리브는 자신의 트위터를 열었을 때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을 다시 외워보았을 때, 나는 마치 내 머릿속에 구글 어스가 있는 것처럼 깨끗한 화면으로 나의 강연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산과 계곡, 작은 시냇물이 그 강연의 형태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나는 그저 그 지형을 따라 한 단계 한 단계 진행하기만 하면 되었습니다.
TED의 가장 큰 특징은 수백만원에 달하는 입장권이나 컬트에 가까운 팬들이 아닙니다. 바로 거의 모든 발표자가 자신의 강연을 머릿속에 외운다는 사실입니다. 대부분의 일반적인 강연에서 사람들은 파워포인트, 텔레비전용 프롬프터(자막 장치), 또는 카드 등을 이용해 도움을 받습니다. 그러나 TED에서 만큼은 사람들이 자신의 기억에 의존합니다.
한때 웅변은 중요한 기술이었습니다. 무언가를 외우는 것은 고전을 익히기 위해 꼭 필요한 방법이었습니다. 그러나 더 이상 우리는 학교에서 호머를 외우지 않으며, 이제 학생들에게는 “혁신(innovate)”이 더 중요한 능력이 되었습니다. 어떤 사실을 찾거나 과학 논문을 검색하는 것, 그리고 친구들을 기억하기 위해 이제 우리는 스마트폰의 화면을 누릅니다.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덕분에 우리는 더 이상 어떤 사실들을 직접 기억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런 현실이 TED를 더욱 특이하게 만듭니다. TED는 내용으로는 미래를, 혁신을 말하지만 TED 발표 자체는 발표자가 모든 내용과 손짓을 외워야 했던 시절의 방식으로 이루어 집니다. 그 때문에 TED 발표는 발표자가 모든 것을 새까맣게 잊어버리는 끔찍한 상황에 처할 가능성을 언제나 가지고 있습니다.
나는 무언가를 잘 기억하지 못합니다. 종종 인터넷에 너무 집중한 탓에 거실에서 부엌으로 무언가를 가지러 가다가도 이를 잊어버리곤 합니다. 나는 어떤 전화번호도 기억하지 못합니다. 나는 내 신용카드의 비밀번호를 온라인 구매를 할 때마다 찾아보아야 합니다. (나는 집사람이 비밀번호 뿐만 아니라 신용카드 번호까지 모두 외우고 있는 것을 보기 전까지는 내가 정상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래서 올해의 TED 팝업 매거진 세션에 초청받았을 때 나는 내가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고심 끝에 나는 트위터 팔로워들에게 이 상황에 적당한 기억력 앱이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이들은 친절하게 그러나 단호하게, 발표를 외우기 위해서는 끝없이 그 발표를 반복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해주었습니다.
내게는 일주일의 시간이 있었습니다.
아내는 발표 내용을 적당한 단위로 나눈 뒤 하나씩 외우라고 말했습니다. 나는 아내의 충고를 따라 원고를 나누어 읽기 시작했습니다. 서서 읽거나 앉아서 읽기도 했고 트위터를 확인하면서도 조용히 발표 내용을 읽었습니다. 내 발표를 녹음한 후 운전하거나 달리기를 할 때 들었습니다. 아마 48시간 정도가 지나고 전체 내용을 대략 외울 수 있게 되자 나는 모든 상황에서 이를 시도했습니다. 나는 달리면서 외웠고 자전거를 탈 때에도 외웠습니다. 나는 내 신체가 다른 일로 바쁜 동안에도 정신을 집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나는 플랭크 요가 자세를 취하고 가장 어려운 부분을 외웠습니다.
이런 훈련은 곧 발표 내용을 더 낫게 만드는 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모든 어려운 문장은 쉬운 말로 바꾸거나 지웠습니다. 가장 어려운 부분은 다른 이의 말을 인용하는 부분이었고, 그래서 이들 중 몇 개도 역시 지웠습니다. 내 발표 중에는 컴퓨터가 만든 이상한 문장을 몇 개 읽어야 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여러분들은 발표 중에 이런 내용을 넣는 실수를 하지 않기 바랍니다. 의미가 없는 일련의 단어들을 외우는 일 역시 어려웠습니다.
발표 며칠 전, 나는 원고에 줄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줄을 치지 않은 부분은 내가 아직 외우지 못한 부분이었고 회색은 적당히 외운 부분, 그리고 파란 형광은 완벽하게, 곧 대포의 포격이 있거나 악어로 가득찬 수영장에 빠지게 되더라도 외울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원고의 모든 줄을 형광으로 채우는 데 적잖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리허설을 하는 날 밤, 발표장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었고 나는 발표 전체를 무대 위에서 미리 해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사람들과 맥주를 마셨고 집에 돌아와 거울 앞에서 발표 전체를 다시 연습했습니다.
다음날, 나는 무대위에 올랐습니다. 나는 소파에 앉아 무대위의 나를 올려다보며 내 말을 기다리는 청중들을 보았습니다. 적막이 흘럿습니다.
그 순간, 말들이 내 입에서 터져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청중들은 영리했고 즐겁게 반응했습니다. 나는 자리에 붙박힌 채로 (“너는 꼭 나무 같았어”라고 친구가 나중에 말해주더군요) 어느새 내 발표의 인트로 부분을 절반 이상 지나고 있었습니다. 그 모든 암기연습은 내게 이 발표를 마치 테니스채를 휘두르거나 농구공을 던지는 것과 같이, 그리고 능숙한 춤을 추는 것처럼 느끼게 만들었습니다. 발표는 나의 일부가 되었고 내 뇌의 신경에 물리적으로 박혀 있었습니다.
나는 암기야 말로 정신이 신체를 다스리는 행위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우리는 의식적으로 무언가를 기억하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뇌에 그 정보를 기록하기에 충분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 기억을 직접 만들어야만 합니다.
나는 암기 챔피언인 체스터 산토스를 인터뷰한 적이 있습니다. 그는 테니스 애호가이기도 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암기비밀을 이렇게 밝혔습니다. 자신은 상상 속의 테니스 동호회 회관을 이용하며 무언가를 기억하기 위해 그저 적당한 방의 적당한 장소를 찾기만 하면 된다고 말이지요.
물론 연설을 기억하는 것은 아주 약간 다릅니다. 연설은 그 자체가 하나의 방이 됩니다. 작가들이 말하는 글의 구조는 말 그대로 방을 나누는 구조가 됩니다. 작가들이 말하는 글의 리듬은 단어들을 원하는 순서에 따라 정렬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문장과 문단 사이의 공간을 통해 우리는 호흡을 조절합니다.
정보 처리장치로 가득 찬 오늘날의 세상에서 우리는 우리 마음이 마치 우리 뇌의 생물학적 뉴런들과는 분리된 것으로 생각하곤 합니다. 그러나 어떤 내용을 외우기 위해서는 물리적 연결이 있어야 합니다. 특히 어떤 발표를 위해서는 상당한 수준의 연결들이 필요합니다.
어쩌면 TED 발표가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지 모릅니다. 우리는 그 발표자가 자신의 뇌에서 직접 꺼내는 이야기를 보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아닐 수도 있겠죠.
TED 발표 동안 나는 내 기억을 그저 따라갔습니다. 나는 트리플 럿츠와 트리플 악셀을 선보였고 약간의 춤 동작을 피날레에 앞서 넣었습니다. 만족감이 온 몸을 채웠습니다. 안도감도 찾아왔구요. 그러자, 어찌보면 당연하게도, 마지막 문장에서 실수를 하고 말았네요.
(퓨전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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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속에서 나 = 알렉시스 C. 마드리갈(Alexis C. Madrigal) : 수석 편집자, 저널리스트
어떤 것을 외울때 확실히 리듬있게 외운것들은 지금도 절대까먹지 않지요. 태정태세문단세, 라르고렌토아다지오, 시미라레솔도파, CSiPMnS 등등등 . 그래서 수학공식외우기가 힘든걸지도 몰라요. 리듬감없이 나온 과정 전체를 기억해야 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