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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남자아이들의 학교 성적이 여자아이들에 비해 떨어질까?

“남자아이들에게 공부를 잘하는 건 쿨하고 멋진 일이 아니거든요.” 스쿠버다이빙 클럽이 있는 연 4천만원 짜리 사립학교나 점심식사 보조를 받는 가난한 지역이나 한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십대 소년들의 성적이 소녀들에 비해 열등히 떨어지는 것이죠.

몇십년전만해도 이런 현상은 상상할 수도 없었습니다. 1960년대만 해도 남성은 여성보다 많은 교육을 받았고 대학을 졸업할 확률도 높았습니다. 그러나 선진국에서 문제는 이제 반대로 나타납니다. 소녀들의 과학 교육을 걱정하던 정책 입안자들은 이제 불량한 소년들에게 해리포터라도 읽어보는게 어떠냐고 사정합니다. 성 간극은 하나가 좁혀지면 또 다른 하나가 벌어지곤 합니다. 3월 5일 OECD 가 남자와 여자아이들 발달 단계를 연구한 결과 수학만 약간 앞서나가고 과학은 비슷하나 읽고 쓰기는 남자아이들이 크게 뒤쳐진다고 발표했습니다. 연구가 행해진 64개국 모두에서 여자아이들이 남자아이들을 앞섰고, 발달 간격은 1년까지 차이가 났습니다.

OECD 는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능력으로 읽기와 쓰기 능력을 뽑았습니다. 앞으로의 교육 과정이 이로 인해 결정나기 때문이지요. 남자아이들과 여자아이들 읽기 실력이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이 교실 바깥에서 무얼 하고 있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15살 소녀가 일주일에 5시간 반을 숙제하는 데 보내는 데 비해 남자아이는 그 시간 동안 비디오게임을 하고 인터넷을 합니다. 여자아이들의 75% 가 취미로 책을 읽는 반면 남자아이는 취미로 책을 읽는 사람이 절반도 안됩니다. 인터넷이 확산되면서 독서량이 줄어드는 어디나 마찬가지지만 남자아이들은 특히 빨리 독서를 포기합니다.

남자아이들은 학교에서도 쉽게 떨어져나갔습니다. 남자아이들은 학교가 시간낭비라고 생각할 확률이 여자아이들보다 두배나 높았습니다. 여자아이들에게 과학 교육을 시키자는 캠페인을 펼쳤던 것처럼 이제는 남자아이들에게 남성성과 학교를 무시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캠페인을 펼쳐야한다고 OECD 는 제안합니다. “남자아이들에게는 다른 종류의 사회적 압박이 있지요.” “남자아이들은 어느 정도의 불량한 행동을 하기를 사회로부터 요구받습니다.

교사들은 성실하지 않은 아이들을 견뎌내기 어려워합니다. 그때문에 더 낮은 점수를 받기도 하죠. OECD 는 남자아이들이 실제 시험 결과보다 교사 평가에서 더 낮은 점수를 받는다는 점도 밝혀냈습니다. 교사들은 예의바르고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며 성실한 학생들을 좋아합니다. 이는 여자아이들일 경우가 많죠. 남자아이들은 다루기가 어렵기 때문에 더 낮은 점수를 받고, 낙제할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또하나 70% 이상이 여성인 교사 사회에서 여성이 여성을 더 좋아하는 것도 한 몫합니다. 남성들만 존재하는 직장에서 남자 신입사원을 선호하고 끌어주는 것처럼요.

남자아이들이 더 잘 할 수 있는 경우를 만들어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칠레, 콜롬비아, 멕시코, 페루 등에서는 여자아이들이 뒷전이라 수학이나 과학에서 남자아이들이 월등한 실력을 드러냅니다. 그러나 아이슬랜드, 노르웨이, 스웨덴 같은 곳의 남녀의 수학실력은 거의 비슷하고 읽고 쓰기만 여성이 월등히 앞서나갑니다.

여자아이들의 교육을 앞서나가는 현상은 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지속됩니다. 몇 십년전만해도 대학, 특히 공대나 자연대는 남자아이들이 대다수였죠. 2015 년 현재 여학생은 대학교 학생수의 56% 를 차지하여 남학생수를 밀어냈습니다. 1985년 46% 였고, 2025년에는 58% 가 될 예정이죠. 미국에서 유명한 사립 대학일 수록 남녀비율은 조정됩니다. 이제 남자들은 여자대학생보다 실력이 조금 부족해도 진학이 쉽습니다. 고등교육에서 여학생이 많아 지는 건 너무 천천히 일어난 현상이라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죠.

여대생은 남학생보다 졸업할 가능성이 높고, 학점 평균도 높습니다. 그러나 여성은 교육, 건강, 인문학 을 공부하는 방면 남학생은 과학, 심리학, 경영과 법을 공부하죠. 수학계에는 아직도 여성히 적고 과학계는 조금씩 나타나는 추세입니다.

사회는 여성이 더 적극적으로 사회에 참여하도록 장려합니다. 피임약, 출산율 감소, 고령임신 등은 여성이 커리어를 가꾸기 쉽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여성이 일터에 등장하면서 남녀차별이 문제가 두드러졌고, 여성은 왜 공부를 해야하는지 늮게 되었습니다. 이혼률 증가는 여성이 더이상 의존적일 필요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요즘 여성들은 남성들만큼이나 야심찹니다.

그럼 여성이 이제 사회를 주도하는 성이 될까요? 한나 로신의 “남성의 종말과 여성의 등장” 이라는 책에 따르면 여성은 교육 뿐 아니라 직업적으로나 사회적으로도 남성을 앞서가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남성과 사회적으로 자신보다 나은 남성을 만나지 못해 결혼하지 못하는 여성들입니다.

개인으로 보았을 때는 여성이 더 뛰어나더라도 사회 전체로 보았을 때는 여성이 남성 연봉의 75% 밖에 받지 못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여성이 교육, 인문학 등 공학이나 컴퓨터 과학처럼 연봉이 높은 전공을 택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여성은 남성에 비해 연봉에 자유롭고 경제적 우위에 의한 의사결정을 내리지 않지요. 그리고 사회 지도층을 보았을 때는 여전히 여성 리더 수가 현저히 부족합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여성이 대학에서나 직장에서나 너무 적다고 우려해왔습니다. 그러나 공급선은 이미 채워진 셈입니다. 하버드 대학의 클라우디아 골딘 교수는 여성문제의 마지막 단원은 구조적 개혁을 통한 직장에서 동등한 대우와 더 좋은 직업을 가질 기회라고 말합니다. 특히 높은 연봉을 받는 직업에서는 동등하게 시작한 남성과 여성이 10~15년을 지나면서 격차가 벌어지는데, 남성은 육아 등에 한눈팔지 않고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일에 투자하기 때문이지요.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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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esangju

샌프란시스코에서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하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과 열린 인터넷이 인류의 진보를 도우리라 믿는 전형적인 실리콘밸리 테크 낙천주의자 너드입니다. 주로 테크/미디어/경영/경제 글을 올립니다만 제3세계, 문화생활, 식음료 관련 글을 쓸 때 더 신나하곤 합니다. 트위터 @heesangju에서 쓸데없는 잡담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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