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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포들이 이태원 식당가를 바꾸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자란 시드 김 씨는 이태원에 멕시코 식당을 열었습니다. 한 때 주한미군과 외국인에게 싸구려 물건을 파는 곳이었던 이태원은 지금은 “퓨전”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멋진 식당이 넘쳐나는 문화 거리가 됐습니다. 그 이면에는 외국에 살다 한국에 돌아온 이민자(교포)가 있습니다.

“이 현상을 우리는 교포 르네상스라고 부릅니다”라고 멕시코 식당 주인 김씨는 말합니다. 교포들이 속속 이태원에 식당을 열면서 이태원 문화도 바뀌고 있습니다. 용산 미군기지와 가까이 있는 데다 지저분한 밤문화 때문에 이태원은 술주정과 범죄라는, 지금도 “창녀촌”이라고 부르는 골목을 외국 남성들이 배회하는 그런 어두운 이미지를 갖고 있었습니다.

요즘 이태원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한국인이 즐겨찾는 서울의 명소로 거듭난 것입니다. 한 가수는 “이태원 프리덤”이라는 제목의 노래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스타일리쉬한 분위기에서 멋진 음식을 즐길 수 있는 데이트 장소가 되었습니다.

이태원 식당가엔 교포가 운영하는 곳이 많습니다. 시드 김씨처럼 한국 김치 요리를 멕시코 음식과 접목시킨 식당이 있는가 하면, 알라바마 출신의 김 씨는 바베큐 식당을 열었습니다. 버지니아 출신의 권 씨 형제는 런던 출신의 폴 정씨와 함께 랍스터 바를 열었습니다. 그 밖에 <레프트 코스트 아티즌 버거>, <리버틴 바 앤 키친>, <례 포스트 구오메이> 등이 모두 교포가 운영하는 식당입니다.

“이태원에서 식당을 여는 교포는 이미 미국에서 성공을 거둔 사람들입니다”라고 멕시코 식당 주인 김 씨는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로이 최 씨는 LA에서 포장마차형 타코 요리의 “대부”라고 불립니다. 데이비드 장 씨는 뉴욕에서 유명한 모모푸쿠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입니다.

이태원의 변화는 다 완성된 것이 아닙니다. 아직도 잡동사니 기념품과 짝퉁 명품을 파는 보따리 상인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 거리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걸 부정할 사람은 없습니다. 아마도 한국 경제가 성장하고 한국인이 외국 문화와 접촉하는 빈도가 높아진 것이 이태원 문화 변화의 원인일지도 모릅니다. 그 변화를 이끄는 여러 요소 가운데 시드 김씨와 같은 교포 사업가도 한 몫하고 있습니다.

김 씨는 지난 1996년 학업을 이유로 서울에 돌아왔습니다. 그 동안 영어학원을 포함해 광범위한 사업에 성공했습니다. 2011년 말 “이태원 프리덤”이라는 유행곡과 함께 이태원이 명소로 부상하기 시작했습니다. 김 씨는 유행을 직감하고 이태원에 식당을 열었습니다. 손님이 몰려오자 가게를 확장하고 지점을 3곳 더 열었습니다.

“우리는 양쪽 문화의 가교가 되려고 했습니다.” 어떻게 식당 사업에 성공했냐는 질문에 시드 김 씨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고객 가운데 80%는 외국인과 교포이며 한국인은 20% 정도라고 합니다.

“한국인과 외국인의 취향을 동시에 만족시키기는 상당히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 손님들은 식사가 끝나면 식기를 치워주기를 바랍니다. 깨끗한 자리에서 대화를 계속 나누려는 것입니다. 하지만 한국 손님은 테이블 정리를 하면 빨리 나가라는 뜻으로 오해하며 기분 나빠 할 수 있습니다.

교포들이 요식업 사업에 진출하면서 바뀌고 있는 것은 이태원 거리 뿐만이 아닙니다. 교포들 스스로의 정체성도 바뀌고 있습니다.  교포들은 완전한 미국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한국인도 아닌 어정쩡한 상황에 있었습니다. 종종 혀짧은 한국어 발음 때문에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1996년에 처음 한국에 왔을 때만 해도 교포 사업가가 많지 않아 적응하기가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이제 ‘크리티컬 매스'(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구 수준)를 넘었습니다. 지금은 교포 사업가의 시대입니다.”

원문출처: 워싱턴포스트

신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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