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사의 오류(Gambler’s fallacy)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습니다. 당장 우리도 종종 이 오류에 빠지니까요. 프로야구팬인 당신이 비더레전드를 할 때도 아마 도박사의 오류에 빠졌을 확률이 높습니다. 어떤 선수의 타율이 3할 2푼인데, 그 선수가 벌써 오늘 세 타석 연속 범타로 물러났습니다. 네 번째 타석에 들어서는 그 선수를 향해 여러분은 아마 속으로 이렇게 응원할 겁니다. ‘3할 2푼 치는 선수니까 하루에 안타 하나는 쳐야지. 이번 타석에선 반드시 쳐줄거야!’ 물론 통계가 스포츠의 모든 걸 설명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통계적으로는 그 선수의 앞선 타석 결과와 상관 없이 네 번째 타석에서 안타를 칠 확률도 3할 2푼이라고 보는 게 맞습니다.
당신은 이번에는 대학의 신입생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서류 심사를 맡았습니다. 200명의 지원자 가운데 50여 명을 추려내야 하는데, 어쩌다 보니 당신이 후보 학생 세 명의 서류를 연속으로 합격으로 분류했습니다. 그 다음에 열어보게 되는 학생의 지원서류가 그 학생의 능력과는 무관하게 ‘직전에 세 명이나 합격시켰으니 이번에는 좀 더 엄격해야’ 한다는 무의식이 작동한다면 당신은 또 한 번 도박사의 오류에 빠지는 셈입니다. 충분하지 않은 모집단을 관찰한 것만 갖고 성급히 일반화를 하려 들 때 사람들은 도박사의 오류에 빠집니다. 동전을 천 번 던지면 아마도 앞뒷면이 나오는 경우가 500번에 아주 가까울 겁니다. 그렇지만 다섯 번만 던져놓고 보면 다섯 번 다 앞면 또는 뒷면이 나올 수도 있죠. 그럴 수도 있습니다. 고작 다섯 번밖에 안 던졌으니까요. 그런데 우리는 흠칫 놀랍니다. “오늘은 앞면(또는 뒷면)만 나오는 날인가보다!” 그 순간 도박사의 오류에 빠지는 거죠.
도박사의 오류가 실제 우리 삶 속에서 얼마나 발생하며 얼마만큼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요? 최근 경제학자 세 명이 발표한 연구 결과를 보면 실제 우리 삶이 도박사의 오류에 적잖은 영향을 받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들은 (정치적) 망명 여부를 판단하는 판사, 은행의 대출 심사원, 그리고 야구 심판들이 실제 내린 결정을 분석했습니다.
먼저 망명 신청을 받아들일지 여부를 판단하는 판사들. 이들이 직전 판결에서 망명을 허용했을 경우 (거절했을 때보다) 그 다음 신청자에게 망명을 허용할 확률이 1.5% 낮았습니다. 앞서 신청을 두 번 연속 허용한 경우에는 2.1%나 낮았습니다. 즉, 실제 망명 자격을 갖췄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앞선 판결의 영향을 받는다는 뜻입니다. 망명 여부를 판단하는 일을 한 경력이 10년이 안 된 젊은 판사들에게서 도박사의 오류가 더 많이 발생했습니다. 10년 이상 경력을 쌓은 판사들은 상대적으로 앞선 판결로부터 영향을 덜 받았습니다.
대출 심사를 하는 은행원들은 어떨까요? 마찬가지로 앞선 신청서에 대출 승인을 해준 경우 다음번 신청서의 대출을 거절할 확률이 5~8%나 높아졌습니다. 마지막으로 메이저리그 심판(구심)들이 2008 ~ 2012년까지 다섯 시즌 동안 내린 스트라이크/볼 판정 150만 건을 분석했습니다. 야구의 경우 실제 공이 홈플레이트를 통과할 때 스트라이크존을 지났는지 여부를 알 수 있습니다. 즉, 심판의 판정이 오심이었는지 아닌지도 알 수 있다는 뜻입니다. 공의 실제 궤적과 관계없이 심판의 판정만 죽 나열해 살펴봤더니, 마찬가지로 도박사의 오류가 나타났습니다. 구심들은 바로 직전 공에 스트라이크 판정을 했을 경우 다음 공에 스트라이크를 부를 확률이 0.9% 낮았습니다. 앞선 공 두 개에 연속 스트라이크를 잡아줬을 경우 이 비율은 1.3%로 더 낮아졌습니다. 그리고 타자가 방망이를 휘둘러 판정이 명확한 경우를 제외하고 구심의 판정이 스트라이크/볼 여부를 가르는 경우로 사례를 좁혔더니 직전 판정에 영향을 받는 성향은 더욱 뚜렷해졌습니다. 숫자가 크지 않기에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한 팀이 시즌을 치르는 동안 적어도 100번 넘게 (단지 도박사의 오류 때문에) 오심 판정을 받는다는 뜻이 됩니다.
세 가지 사례를 종합해 도박사의 오류가 미치는 영향력을 측정했습니다. 5%라는 높은 수치가 나왔습니다. 스무 번 가운데 한 번은 도박사의 오류에 기인한, 누군가에게는 공정하지 않은 판정이 내려진다는 뜻입니다. (Bloomberg 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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