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 장교를 양성하는 사관학교의 명성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더 포인트, 더 롱 그레이 리안, 아나폴리스, 카뎃츠 등 사관학교를 부르는 별명을 보면 마치 엄숙한 주문을 외우는 듯 합니다. 사관학교 졸업생은 미국 위인 열전의 한 몫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율리시스 그랜트 장군이나 지미 카터 전 대통령, 소설가 제임스 살터와 로버트 하인라인 등이 사관학교 출신입니다. 1962년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은 웨스트 포인트(육군사관학교) 생도에게 “여러분은 국가 방위 체계망 전체를 결합하는 누룩같은 존재”라고 연설하며 사관학교에 대한 전형적인 애정을 표현했습니다.
육군사관학교, 해군사관학교, 공군사관학교, 해양경비학교 등은 사병을 통솔할 미래의 장교를 교육하고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하지만 이 학교들은 자신의 교육 수준을 스스로 재단할 수 있는 성스런 기관이 아닙니다. 사관학교가 막대한 정부 예산을 쓰면서도 성과는 낮은 곳이라는 사실은 사관학교의 오랜 전통에 가려져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사관학교는 평균 아래의 학생을 뽑아 평균적인 장교로 만드는 정실주의의 장입니다. 학비를 대는 납세자가 더는 인내할 수 없을 만큼 방탕한 곳이며 구시대의 유물이 되고 있습니다. 이제 사관학교의 문을 닫을 때입니다.
가장 명백하고 설득력있는 논거는 재정적인 부분입니다. 공식적으로 육군사관학교 졸업생 한 명을 배출하는 데 드는 돈은 20만5천 달러(약 2억 2천만 원)입니다. 하지만 2003년 회계감사원 연구는 30만 달러로 추산했습니다. 해군사관학교와 공군사관학교의 경우는 각각 32만2천 달러와 27만5천 달러로 추산됩니다. 이중 최소치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사관학교 졸업생 1명을 배출하는데 드는 예산은 예비 장교를 훈련하는 다른 민간 교육 기관 졸업생 1명에 드는 비용의 4배에 달합니다.
비용이 많이 드는 이유는 사관학교 수업료가 무료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사관학교 생도들은 서류상 이미 군인이기 때문에, 학비를 면제받을 수 있습니다. 해군사관학교 교수인 브루스 플레밍은 <살롱>에 기고한 글에서 생도들은 “정부가 후원하고 보장하는 인생의 황금 티켓”을 받았다고 설명합니다. “학자금 대출도 없고, 졸업과 동시에 높은 연봉이 약속되며, 고용이 보장되고, 각종 의료 혜택 등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물론 조국을 위해 목숨을 거는 일은 풍족한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저는 군대에 있으며, 주거 문제나 의료 문제를 걱정하지 않은 덕분에 군인 본연의 임무에만 충실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4년 동안 모든 비용을 면제받는 특권을 누리는 사관학교 출신은 군 전체 장교의 20%에 불과합니다. 나머지는 ROTC나 장교후보학교 졸업생들입니다. 이들은 “황금 티켓”을 받을 자격이 없을까요?
아닙니다. 비사관학교 출신이 사관학교 출신보다 더 수가 많기 때문이 아니라, 비사관학교 출신의 능력이 사관학교 출신과 동등하기 때문에 이들은 같은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비사관학교를 다닌 장교가 사관학교 졸업생보다 리더로서의 자질이 떨어진다는 그 어떤 증거도 없습니다. 퓰리처 상을 받은 국방 전문 기자 톰 릭스는 이렇게 요약했습니다. “20년동안 미국 군대를 취재하면서 내린 결론은, 사관학교 출신이라고 해서 다른 학교 출신보다 더 두드러진 면은 없다는 것이다.” 아마도 근래 가장 명성높은 군인 지도자라 할 수 있는 콜린 파월도 육군사관학교가 아니라 ROTC 출신입니다.
지난 수십 년간 ROTC 출신 진급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이런 능력의 동등함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30년 전엔 3성장군 대부분이 육군사관학교 출신이었습니다. 하지만 (통계를 볼 수 있는 가장 최근 년도인) 1997년 현재 1/3만이 육사출신이었습니다. 2003년 해군 자료를 보면 평균적으로 해군사관학교 졸업생과 ROTC 출신 사이에 진급 격차는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물론 이런 통계가 완벽하고 확정적인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ROTC 장교가 다른 동료에 비해 뒤처질 게 없다는 점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군 최고 지휘기관인 합동참모본부 소속 장교의 절반 가량은 사관학교 졸업생이 아닙니다.
비용면에서, 지금 미군은 경비를 약간 절감해도 큰 타격은 없는 상황입니다. 무기 역사에 가장 비싼 낭비로 기록될 F-35 전투기는 벌써 납세자에게 4천억 달러에 가까운 부담을 안기고도 아직 실전 배치되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의회는 육군이 원하지도 않고 쓸데도 없다고 말했던 M1아브람스 탱크에 1억2천만 달러 예산을 배정했습니다. <더 데일리 비스트>는 2016년 예산을 빗대 무기 업자에게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불렀습니다. <정부 감시 기구>에 따르면, 2016년 예산에는 국방부가 요청한 적도 없는 수십억 달러의 비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합니다.
전 국방장관 로버트 게이츠는 작년 여름 <연방 혁신 회의> 연설에서 “지금 우리가 필요로 하는 지도자는 통념에 도전하고, 낡은 그릇을 깨고, 안되는 일을 중단하고 새로운 일을 여는 사람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맞습니다. 사관학교 개혁이 그 기회가 될 것입니다.
사관학교를 옹호하는 사람이 드는 논거 중 하나는 엄정한 선발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사관학교 생도가 진짜 엘리트인지는 의문입니다. 사관학교에 입학하려면 의회 의원, 부통령, 각 군 지휘관과 고위 장성 등으로부터 지명을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지명 절차는 모호하게 진행되고 명확한 기준이 없어서 필연적으로 정치 후원 문제를 일으킵니다. 사관학교 관련 법률은 그저 총 입학정원이 몇 명인지, 누가 지명을 받을 자격이 있고 누가 지명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만 명시하고 있을 뿐입니다. <USA투데이>는 탐사 기사를 통해 사관학교 입학과정에 정실주의가 종종 개입하고 있으며 명문가, 유력가 집안 출신일 수록 지명을 잘 받는다고 보도했습니다.
플레밍 교수는 해군사관학교 생도 가운데 자질이 떨어지는 학생들이 종종 있다며 어떤 과정을 통해 이 학생들이 다른 지원자를 제치고 입학하게 됐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사병으로 군 생활을 시작했던 저는 육군사관학교 출신 소대장과 ROTC 출신 소대장을 모두 경험해 봤습니다. 그 중 최고는 UC산타바바라 대학교를 졸업한 장교로 용기와 지략이 탁월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필요한 상황이 되면 융통성을 발휘할 줄 알았습니다. 또 사병과 어울리는 방법을 알고 있었습니다.
사관학교는 역사가 깊은 교육기관입니다. 하지만 용기와 지략을 가진 군인은 특정 학교에서만 배출되지 않을 것입니다. 미국은 나의 전 소대장과 같은 훌륭한 장교를 더 많이 필요로 합니다. 우리는 사관학교에 투입되는 재정적 사회적 부담없이도 그런 장교를 찾을 수 있습니다.
원문출처: 워싱턴포스트
원저자: 스콧 뷰캠프(퇴역군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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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나..바로 얼마전에 친구랑 군경 계급얘기 하다 제가 장교 학교가 불필요하다고 해서 한참 재미나게 떠들었는데, 저와 일치하는 생각의 글을 보게되는군요. 위키글을 근거로 사관학교의 기원을 보니 프랑스는 귀족 자제로부터 장교를 배출하는 장교 임용 제도였고, 일본은 고학력자를 군으로 채용하는 제도였습니다. 결국 사관학교란 병법을 아는 지휘자 양성소였는데 역시나 정치적 활용을 피할 수가 없었던 게지요. 전 사병출신인데 제가 본 육군병장 중에는, 교육기회가 좀 더 주어졌다면 대위급 실력을 발휘할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경험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신입 하사나 소위는 막 자대 배치받은 이등병과 정말로 똑같습니다.
비상식적인 지휘자 혹은 지도자들을 끌어내릴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게 우리가 꿈꾸는 세상의 하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