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자주: 미국 보수 성향 국제 전문지 <내셔널 인터레스트> 1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최근 한국 언론에 일부 문장이 인용보도 된 바 있습니다. 원제는 ‘혼돈의 지휘관들(Commanders of Chaos)’입니다.)
미국 군 장성이 모두 위대하다면 참 좋겠지요. 조지 워싱턴, 율리시스 그랜트, 조지 패튼 같은 장군이 베트남전이나 이라크전 때 있었다면 전쟁의 결과가 어땠을까요.
아, 이걸 확률의 법칙이라고 해야 할지 우주의 업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어떤 나라든 좋은 장군이 있으면 나쁜 장군이 있는 법이고 미국도 예외가 아닙니다.나쁜 장군이란 무엇을 말하는 걸까요? 그건 나쁜 음식이 뭐냐고 묻는 것과 비슷합니다. 어떤 이는 전투에서 패배란 용서할 수 없는 거라고 말합니다. 어떤 이는 비록 승리하지 못했더라도 어떤 임무를 완수했다면 성공이라고 말합니다.
그 어떤 견해를 따르든, 몇몇 역사적인 전투에서 패배한 장군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여기 미국 역사상 최악의 장군 5명을 소개합니다.
1. 호레이쇼 게이츠:
위대한 장군은 위대한 재능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종종 이기주의와 야심도 함께하죠. 하지만 전쟁 와중에 상관을 중상모략하는 것은 야심이라고 말하기엔 너무 멀리 간 것입니다. 전 영국군 장교 출신인 게이츠는 대륙군(미국군) 사령관을 맡았던 1777년 새러토가에서 영국군을 물리치는 대승을 거둬 유명해졌습니다.
많은 역사학자가 사라토가 승리의 공로를 베네딕트 아놀드 장군과 다른 장교들에게 돌립니다. 하지만 게이츠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고 자신이 총사령관 조지 워싱턴보다 더 뛰어난 지휘관이라고 믿게 됐습니다. 자신이 상관보다 더 잘났다고 믿는 사람은 흔히 있습니다. 하지만 게이츠는 하마터면 미국 독립 전쟁을 망칠뻔 했습니다.
독립 전쟁의 어두운 시기, 조지 워싱턴 부대가 뉴욕에서 후퇴하고 영국군이 기세등등해지자 미국 정치인과 군 수뇌부는 조지 워싱턴에 불만을 품고 총사령관을 게이츠로 교체하려 했습니다.
이 계획은 남부로 군대를 끌고 내려간 게이츠가 크게 패하면서 무산됐습니다. 게이츠의 어리석은 작전 능력과 부족한 결단력으로 인해 1780년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캠던 전투에서 미국군은 소수의 영국군과 왕당파 부대에 궤멸당했습니다.
조지 워싱턴도 캠던 전투 패배에 타격을 입었습니다. 하지만 워싱턴은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미국군에 희망과 용기를 불러일으킴으로써 그 최악의 시기를 헤쳐나갔습니다. 그것이 오늘날 1달러 지폐에 워싱턴 얼굴이 새겨진 이유입니다. 만약 그 때 총사령관이 호레이쇼 게이츠였다면 지금쯤 우리는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살 때 (달러 대신) 실링과 펜스를 쓰고 있겠죠.
2. 조지 매클렐런:
미국 내전(역자주: 흔히 남북전쟁이라고 부르지만 미국 내전(Civil war)이라고 고쳐 부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은 브랙스톤 브래그나 앰브로스 번사이드와 같은 나쁜 장군을 양산하는 공장이었습니다. 그 나쁜 장군 가운데서 최악은 매클렐런이었습니다. 한 때 “젊은 나폴레옹”이라고 불릴 정도로 링컨 대통령과 북부군은 그에게서 위대한 것을 기대했습니다. 매클렐런은 웨스트포인트 사관학교에서 교육받은 공병으로 북군을 재건하고 조직하는데 뛰어난 능력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천성적으로 지나치게 소심했습니다. 링컨 대통령이 적극적인 행동을 간청했는데도 포토맥에 있던 그의 부대는 이동하기를 주저했습니다. 그는 남부군이 압도적인 수적 우위에 있다고 믿었습니다. 논리적으로 생각해보면 풍부한 자원의 도움을 받고 있는 쪽은 북군이었는데 말이죠.
북부는 병력과 물자를 충분히 매클렐런 군대에 지원할 준비가 되어있었습니다. 하지만 뉴욕과 시카고의 공장이 생산해낼 수 없는 것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시간이었습니다. 링컨은 잘 알고 있었던 것이지만, 북군이 패배하게 되는 유일한 시나리오는 북부가 전쟁에 너무 지쳐버려서 남부의 독립을 그냥 승인해주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너무 급하게 진격하면 큰 희생을 초래할 수 있고 남부의 로버트 E.리 장군이 이끄는 북버지니아 부대에 패할 위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공격을 하지 않으면 미 연방은 둘로 쪼개지게 됩니다.
매클렐런의 후임 총사령관 율리시스 S.그랜트 장군은 이 점을 이해했습니다. 그는 이를 악물고 남부군을 끊임없이 공격해 몰아붙였고 결국 남부가 항복하게 만들었습니다. 조지 매클렐런은 대통령과 총사령관을 뒤에서 흉보는 더글러스 맥아더 유형의 장군이었습니다. 반면 그랜트 장군은 정치는 정치인에 맡기고 자기가 해야 할 일을 했습니다.
3. 로이드 프레덴덜:
1943년 독일군이 튀니지 캐세린 전투에서 프레덴덜의 군대를 격파했을 때, 프레덴덜 장군의 계급은 단지 소장(少將)이었습니다. 미국에 천만다행이었던 점은 그가 사령관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노련하고 능숙한 롬멜 장군의 독일군에 비해 미군은 통탄할 정도로 경험이 부족한 면이 있었습니다. 미군은 병력과 물자도 부족했고 공군 지원도 받지 못했습니다. (미국 장군이 적군의 포격 속에서 전투를 해야만 했던 게 언제가 마지막이었을까요?)
하지만 프레덴덜은 공병대에게 최전선에서 수백 마일이나 떨어진 곳에 거대한 벙커를 건설하라고 지시하는 우를 범했습니다. 또 부대에 지시를 내릴 때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자기만의 암호를 남발해 혼란을 부추겼습니다. 예를 들어 이런 식입니다.
가능한 한 빨리 명령을 수행해라. 즉, 걸어다니는 소년들, 터지는 총, 베이커의 옷과 베이커의 옷을 거꾸로 한 옷과 친구. 지금 너희가 있는 곳의 바로 북쪽의 M에게. 그리고 M의 왼쪽에 5개의 사각형 격자의 D와 함께 시작하는 곳에서 J로 시작하는 이름을 가진 프랑스 신사에게 보고해라
캐세린 전투 패배는 후유증을 낳았습니다. 그건 유럽 전선에서 미군이 맛본 치욕적인 신고식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영국군 사령관들이 2차대전 내내 미군을 경험 없는 아마추어 군대로 낮춰보게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4. 더글러스 맥아더:
맥아더를 미국 역사상 최악의 장군 반열에 놓는 데엔 논란의 여지가 있겠습니다. 하지만 마치 빵이 효모를 부르는 것처럼 맥아더 스스로 논란을 초래한 면이 있습니다.
남태평양 작전이나 인천 상륙 작전이 증명하듯 그가 유능한 전사라는 점은 명백합니다. 하지만 그는 1941년 필리핀 사령관이던 시절 결정적인 판단 착오를 했습니다. 진주만을 공습한 일본군이 다음 목표로 필리핀을 향할 것이 확실했는데도 맥아더는 필리핀 주둔 공군을 산개시키지 않았고 그 바람에 미국은 공군력을 상실했습니다. 그 공군은 태평양 함대를 잃은 미국이 일본 비행장을 공습해 일본군의 공세를 저지할 유일한 전력이었습니다.
한국에서 세운 최고의 업적 뒤에도 나쁜 지휘 능력이 있었습니다. 인천상륙작전으로 북한군의 공세를 분쇄한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38선 이북으로 성급하게 진격한 것은 전략적인 면에서 큰 실책이었습니다. 38선 이북 전역에 부대를 각개 진격시키는 것은 반격에 취약한 전술이었습니다. 또 중국 국경까지 도달하는 바람에 마오쩌둥에게 위협 신호를 줬습니다. 중국은 국경에 있는 미군의 존재를 침공의 전주곡이라고 여겼습니다.
아마도 중국군은 어찌됐든 결국 참전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유엔군에 엄청난 희생을 안긴 중국의 30만 “자원병” 동원을 부추기는 데 맥아더의 잘못된 전략이 기여한 것은 분명합니다. 만약 평양의 자연 방어선에서 대기하고 있었다면, 유엔군은 한반도 대부분을 통제하는 것이 가능했을 것입니다. 유엔군이 남쪽으로 후퇴하게 된 것은 2차대전의 압도적인 승리 이후 미군이 치른 굴욕적인 후퇴였습니다.
마지막으로 맥아더의 불복종을 들 수 있습니다. 그는 중국을 폭격하자고 주장했습니다. 마치 한반도 해방이 5억5천만 중국인을 위험에 빠뜨리고 러시아와의 전쟁 가능성을 초래할만한 가치가 있다는 듯이 말이죠. 이 주장의 의도가 무엇이든간에 그런 결정은 전선의 장군이 몫이 아니라 미국 정치권의 몫이었습니다. 그가 공공연하게 트루만 대통령에게 항명하자, 트루만은 정당하게 그를 해임했습니다.
5. 토미 프랭크스:
2003년 초 이라크 전쟁은 미국의 정치권과 군대의 무덤이 되고 있었습니다. 이라크 정권을 바꾸고 새 국가를 건설하겠다는 미국의 실패한 모험 뒤에는 오해와 오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라크 침공을 지휘한 프랭크스 장군은 나쁜 상황을 더 악화시켰습니다.
군사 평론가는 프랭크스 장군과 도날드 럼스펠드 국방장관 같은 고위 관료가 지나치게 적은 병력으로 구성된 공습계획을 짰다고 비판합니다. 아마도 사담 후세인 정권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허약한 세력이므로 딱히 대규모 병력을 동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하지만 이라크 정도의 크기를 가진 나라를 안정화하는 데는 더 큰 군사력이 필요했습니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요? 사담 후세인을 몰아낼 궁리만 했지 사담 후세인이 없는 이라크에 어떤 일이 벌어질 지에 대해서는 치밀한 준비를 못했음이 드러났습니다. 원하든 원하지않든, 미군은 이라크 정부를 대신하게 됐습니다. 이제 미군이 빠지면 누가 이라크를 안정화시킬까요? 미국과 중동, 세계 전체가 지금 그 실책의 대가를 치르고 있습니다.
나쁜 장군에 관한 글을 마무리하며, 트루먼 대통령이 맥아더를 해임할 때 남긴 명언을 되새겨봅니다:
“나는 맥아더가 대통령의 권한을 존중하지 않았기 때문에 해임한 것이지 그가 바보 자식(dumb son of a bitch)이라고 해서 해임한 것이 아니다. 맥아더가 바보인 것은 맞지만, 장군이 바보인 것이 불법은 아니다. 만약 그게 불법이라면 전체 장군들의 1/2에서 3/4은 감옥에 있어야 할 것이다.”
원문출처: 디 내셔널 인터레스트
(역자주: <디 내셔널 인터레스트>를 출간하는 미국이익센터(Center for the National Interest)는 신보수주의 계열 싱크탱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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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한반도 해방이 5억5천만 중국인을 위험에 빠뜨리고 러시아와의 전쟁 가능성을 초래할만한 가치가 있다는 듯이 말이죠" 씁쓸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