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비롯한 SNS상에서 ‘굶어죽은 개’를 전시한 예술가에 관한 기사가 자주 회자되고 있습니다. 기사의 내용은 남미의 한 예술가가 “병든 유기견을 데려다”가 전시회장 한 구석에 묶어놓고 “죽을 때까지 물과 먹이를 주지 않은 채” 놔뒀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전시회장의 개는 다음날 죽었고 예술가는 이를 ‘굶어 죽은 개’로 명명하며 예술적 의미를 부여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를 다룬 기사는 여러 버전이 있지만 지난 9월 1일 한 일간지에 실린 기사(제목: ‘굶어 죽은 개’를 전시한 예술가 “묶어놓고 물 한 모금 안 줘…”)가 가장 유명합니다. 두 달이 지난 지금도 SNS를 떠돌고 있는 이 기사에는 원문에만 수백 개의 댓글이 달려있습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상에서는 어떻게 일부러 한 생명을 죽이고 그걸 예술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지를 두고 비난이 일었습니다.
이 전시를 둘러싼 사회적 맥락과 예술가의 의도 등은 일단 차치하고라도, 그 전시회는 무려 7년 전에 있었던 일이라는 점은 알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게다가 전시회장에서 개가 굶어죽은 일은 없었습니다.
해당 기사는 그 예술가의 이름을 기예르모 베르가스(Guillermo Vargas)로 적시하고 있습니다. 코스타리카 출신인 그가 2007년 니카라과의 한 전시회에서 깡마른 개를 묶어두고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행위 예술을 한 것은 사실이고, 논란을 부른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개가 굶어죽었다는 이야기는 사실과 다릅니다. 2007년 10월5일 니카라과 일간지 보도에는 해당 갤러리 관장의 해명이 있습니다. 관장 주아니타 베르뮤데즈는 “개는 정기적으로 식사를 했고 죽지 않았다. 그리고 (전시가 끝난) 날 밤에 거리로 사라졌다”라고 말했습니다. 관장은 다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묶여 있었던 시간은 단 세 시간뿐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굶어죽은 개’ 이야기는 어디서 시작된 것일까요? 아마도 코스타리카 신문 ‘라 나치온’의 10월 4일자 기사에서 시작된 듯 합니다. 이 신문이 개가 굶어죽었다고 보도를 하면서 당시(2007년) 기예르모 베르가스는 전 세계인의 공분을 샀습니다. <라 나치온>은 개가 굶어죽었다는 유일한 근거로 니카라과 일간지 <라 프렌자> 편집자의 증언을 내세웠지만, 정작 <라 프렌자>는 10월5일자 기사에서 갤러리 관장의 해명을 담담히 보도하는 데 그쳤습니다.
니카라과 현지 언론 보도 이후 소동은 사그러들었습니다. 해외에서는 도시 전설이 사라지지 않아 7년이 지난 지금 다시 유행했습니다.
비록 개가 굶어죽지는 않았지만 국제 동물 보호단체는 유기견을 잡아서 묶어두고 전시에 이용한 점과, 적절한 치료 없이 도로 놓아준 것에 대해 비난 성명을 냈습니다. 논란의 중심에 섰던 예술가 기예르모 베르가스는 빈곤한 현실을 외면하는 대중의 위선을 폭로하고 싶었다고 작품의 의도를 밝혔습니다. 개의 생존여부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도시전설이 어떻게 탄생하고 유포되는 지를 보여주는 사례로서는 의미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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