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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만 하나요?

어렸을 때부터 우린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 올바른 사람이라는 교육을 받으며 자랐습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속담이나 “일찍 일어나면 건강해지고, 부유해지고, 똑똑해진다”는 격언은 우리 문화에 깊이 박힌 도덕 규범을 보여줍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사람은 정직하고 부지런한 사람이며,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사람은 퇴폐적이고 게으른 사람이라는 게 사회 통념입니다.

하지만 이런 통념에 의문을 제기하는 학자들이 있습니다. 인간 내부의 생체 시계를 연구하는 학문을 시간생물학(chronobiology)이라고 부릅니다. 이 시간생물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사람마다 각자 고유한 수면 패턴이 있고 하루 중 가장 효율적인 업무 시간이 제각기 다르다고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아침에 가장 집중이 잘 되지만, 어떤 사람들은 저녁이 되어서야 본격적으로 일할 의욕이 생깁니다.

시간생물학자는 두 부류의 극단적인 유형을 예를 들어 설명합니다. A 유형 사람은 주중은 물론 주말에도 아침 일찍 기상합니다. B 유형 사람은 주중에 “사회적 시차증”을 겪으며 피로를 쌓아두다가 주말에 길게 잠을 자며 풀어버립니다. “사회적 시차증(social jet lag)”이란 독일 시간생물학자 틸 로넨베르그가 그의 저서 ‘내부의 시계’를 통해 널리 알린 개념으로 사회 생활을 하느라 불규칙하게 잠을 자는 바람에 생체 시계가 지시하는 데로 살지 못하는 시차 부적응 현상을 뜻합니다. (아래 동영상을 참고하세요.)

생쳬 시계가 함의하는 바는 심오합니다. 첫째,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가 업무 시간이라는 고정관념은 해가 지면 잠들어야 했던 농경시대의 낡은 유산으로 현대 사회와 맞지 않습니다. 둘째, 모든 사람이 다 같은 시각에 업무를 시작해야 한다는 규칙은, 아침에 최고의 역량을 발휘하기 힘든 어떤 사람에게는 불공정한 것입니다. 세째, (긍정적인 측면에서) 우리가 시간표를 잘만 조정하면 생산성을 더 높이는 것이 가능합니다.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규범은 어린이에게 특히 해롭습니다. 나이가 어릴 수록 B 유형 발생빈도가 높기 때문입니다.(아래 표 참조) 최근 켄터키 대학 연구진은 등교 시간이 제각기 다른 초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등교 시간이 빠른 학생일 수록 학업 성과가 낮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마찬가지로 하이델베르그 대학 크리스토프 랜들러 연구팀은 수험생이 저녁에 오후나 저녁에 시험을 칠 때 성적이 더 좋은 경향이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덴마크는 초등학교 수업 시작 시간을 시험삼아 바꿔 본 결과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습니다. 예를 들어 한 학교는 고학년(7학년~9학년) 학생에게 시간표를 자율에 맡겨 짜도록 했습니다. 그래서 어떤 학생은 8시부터 10시까지 수업을 듣고 중간에 쉬었다가 2시부터 4시 수업을 듣는 식으로 시간표를 짤 수 있습니다. 이렇게 각자의 신체 리듬에 맞게 수업을 들은 후 1년이 지난 뒤 이 학교 학생 평균 성적은 6.1점에서 6.7점으로 올랐습니다. (12점 만점 기준) 또 어떤 중학교는 수업 시작 시간을 8시30분에서 10시로 늦췄습니다. 교사들은 수업 시간 변경 이후 학생들이 더 수업에 집중했고 더 의욕이 높아졌다고 답했습니다.

덴마크의 직장생활 상담가인 카밀라 크링은 수면 시간 조정으로 이득을 보는 것은 학생뿐만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직장생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크링 씨는 수업 시간표를 학생 자율로 짜도록 허용한 프레데릭스버그 학교 학부모들과 심층 면담을 했습니다. “아침 8시로 등교시간이 고정되어 있었던 때는 학부모는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는 문제로 힘겨워했습니다. 직장 출근 때문에 아이 등교를 도와주지 못하면 죄책감을 느껴야 했습니다. 등교시간이 9시로 바뀌자 출근시간과 등교시간의 충돌이 해소됐습니다.” 나아가, 등교 시간 조정은 교통 체증 문제를 해결하는 효과도 있었습니다.

크링 박사는 요즘 제약회사 아브비에 사 직원들의 생체 리듬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직원의 생체 시계 리듬에 맞게 부서 배치를 하는 것은 의미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A 유형의 직원은 아시아 지역 관련 업무를 맡길 수 있습니다. 아시아 지역 협력 회사들의 업무시간과 겹쳐 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B 유형의 사람은 미국 시장 업무를 맡기면 됩니다.

크링 박사는 강조합니다. “우리 몸의 생체 리듬을 따르느냐 아니냐가 인생의 행복과 삶의 질을 좌우합니다.”

원문출처: fastcoexist.com

신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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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업들 전체적으로 2교대(?)로 나눠서 출근시간, 퇴근시간 잘 조정하면 지옥철 같은 현상 막을수도 있을거 같은데...
    획일적으로 그냥 다 9 to 5 =ㅇ=;;;; 비효율의 극치.

    • 교통상황만 보면 그렇지만 업무 효율 면에서는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같은 시간대에 일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옆부서에서 뭔가 알아와야 하는데 담당자가 다른 교대조라면? 그럼 두 교대조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중복되는 일을 하게 해서 업무공백을 없애면 되지 않느냐라고 하실 수 있는데 그런 상황이라면 경영진은 그냥 한 교대조를 통째로 해고하고 나머지 한 교대조만 써먹겠죠. 그런데 2교대 때만큼의 업무량은 안 나오니까 맨날 쪼아서 야근하게 하고. 결국 현상황으로 회귀.

      • 뭐 Eminem 노래에 9 to 5 로 자주나와서;;;ㅋ

        All the pain inside amplified by the fact
        That I can't get by with my 9 to 5
        And I can't provide the right type of life for my family
        Cause man, these goddam food stamps don't buy diap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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