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모처에 자리잡은 한 병원 수술실. 외과 의사 조지 카무스(가명)는 먼저 환자의 다리를 살펴 봤습니다. 정강이뼈가 부러졌고, 상처가 곪아가고 있었습니다. 카무스는 레바논 최고 외과의사 중 한명이며 복합골절은 그의 전문분야입니다. 다리를 진찰한 후 카무스는 환자의 얼굴을 봤습니다. 턱수염과 콧수염이 얼굴을 가득 덮은 이 남자는 젊은 청년이었습니다. 자신 앞에 누운 이 환자는 ISIS(이슬람국가) 부상병입니다.
이 남자는 시리아 내전을 피해 레바논으로 온 난민이 아닙니다. 시리아에 있는 ISIS 측 야전 병원이 부상자로 넘쳐나자, 이웃 레바논으로 후송된 ISIS 전투원 부상자입니다. 레바논은 시리아 난민을 그 어느 나라보다 많이 받아들이고 있지만, 공식적인 난민촌은 없습니다. 시리아 난민은 레바논 각지로 흩어집니다. 상황은 혼돈 그 자체입니다. 진짜 난민을 우선적으로 도와야 하지만, 누가 난민이고 누가 ISIS 부상병인지 구별하기 힘듦니다. 그 말은 레바논 안에 비밀스런 움직임이 많다는 뜻입니다.
시리아 전투 현장에서 레바논 병원 응급실로 후송되는 과정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구호 조직에 의해 이뤄집니다. ISIS 는 이 조직과 일종의 건강보험과 비슷한 계약을 맺고 병원비를 대고 있습니다. 미리 지정된 병원에 부상자를 맡기는 데, 치료비는 일반 병원보다 비쌉니다. 이 수상한 조직의 본부가 어디인지, 누가 운영하는 조직인지는 수수께끼입니다. 어수선한 레바논의 혼란 속에서 이들은 쉽게 종적을 숨깁니다. 하지만 이 조직을 움직이는 자금이 걸프 주변국에서 나온다는 징후는 감지됩니다.
의사 카무스는 아침에 실시한 1만6천 유로에 달하는 정강이뼈 수술비용의 출처를 자기가 안다고 믿습니다. “그 돈은 카타르로부터 나와요”라고 카무스는 말했습니다.
수술은 몇 시간이나 걸렸습니다. 수술이 끝난 후 이 ISIS 환자는 며칠간 더 병원에서 지내며 요양하게 됩니다. 카무스가 보기에 그 환자는 다시 걸을 수는 있겠지만, 절뚝거리는 것은 피할 수 없습니다. 그가 도울 수 있는 최선의 결과는 이 어린 사내가 남은 인생을 휠체어에서 보내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부상 군인은 대개 20살에서 22살 정도이며 가끔 10대 소년도 있습니다.
ISIS는 국제적으로 테러 단체로 불려지고 있으며 세계 각국 정부를 상대로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포로 참수 등 잔인한 행동으로 세계인을 놀라게 했습니다. 이런 자들을 치료하는 게 과연 옳을까요?
“저는 의사입니다. 의사는 환자를 돕는 것이 일입니다.” 카무스는 담담히 말합니다.
“당신의 도움 때문에 전쟁이 더 연장되더라도 말입니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죠. 수술을 받고 퇴원한 환자들은 다시 전투 현장에 복귀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의사로서, 카무스는 환자들의 고통과 상처를 먼저 생각합니다. 이 환자가 겪는 고통을 신경쓰는 게 급선무이지, 이 환자들이 그 전에 다른 이에게 어떤 고통을 줬느냐까지 고민할 사치는 없습니다.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ISIS 군인을 치료했는지 기억하지 못합니다. “ISIS 부상병을 치료하는 병원이 여기만 있는 게 아닙니다.”
이 병원 원장은 검은 머리에 날카로운 눈을 한 여성이었습니다. 그녀의 전화기 두 대는 쉴새없이 울렸습니다. 원장 모나 샬럽(가명)은 큰 창문이 있는 원장실 의자에 앉아서 전화에 응대하느라 바빴습니다. 넓고 깨끗한 책상에서 원장은 돈 계산을 합니다. 병원비를 낸 환자만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언제나 선불이죠.” 샬럽은 웃으며 말했습니다. 그녀는 ISIS 부상병을 치료한 다는 것이 도덕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ISIS 부상병 치료비는 다른 환자와 마찬가지로 현금으로 받습니다. 해당 단체의 대리인이 봉투에 돈을 넣어 줍니다.
그 돈이 어디서 나오는 건지 아냐고 물었습니다. “카타르부터 사우디아라비아까지”라고 샬럽은 답했습니다.
중동의 천연가스 부국 카타르는 ISIS 를 재정적으로 돕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입증된 적은 없습니다. 카타르는 레바논 정부군 운영비를 분담하고 시아파 헤즈볼라를 위한 건물도 세워줬습니다. 만약 카타르가 ISIS를 돕는 게 사실이라면, 수십억 달러의 천연 가스 수익이 양쪽 군대의 전쟁 비용으로 동시에 쓰이는 셈입니다.
“의료 행위는 정치와 무관합니다.” 원장 모나 샬럽은 말했습니다. “우리는 환자의 정치관이나 세계관을 보고 치료를 해주는 게 아닙니다.” 그녀는 마치 자랑스럽다는 듯이 병원을 구경시켜 줬습니다. 현대식 수술실을 갖춘 병원이었고 레바논에서 보기 드문 엘리베이터도 있었습니다. 그녀는 ISIS 부상병들이 누워있는 방을 가리켰습니다. 병실 문은 살짝 열려 있었고 안에는 수염을 기른 남자들이 누워있었습니다. “다른 병실에는 시아파 헤즈볼라 군 부상병들이 있지요”라고 원장은 무심히 말했습니다.
레바논 시아파 군대가 시리아 내전에 개입해 ISIS와 맞서 싸우고 있습니다. “우리는 양쪽 부상병들이 한 방에 같이 있지 않게 합니다.” 원장은 마치 웃음을 감추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습니다. 전쟁터에서 서로 총구리를 맞댄 군인들이 이 병원에서 같은 의사에게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모든 부상병은 이곳에서 평등합니다.
ISIS와 헤즈볼라는 중동의 여러 군사 조직 가운데 가장 테러리스트에 가깝다는 평을 듣는 조직입니다. 왜 샬럽 원장은 이 무장 세력을 병원에 들인 걸까요. 샬럽은 “돈이죠.”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만약 이 병원의 정확한 위치가 공개된다면, 어떤 자들은 이 곳을 공격하려 들지도 모릅니다. 병원 폭파를 감행할 단체는 충분히 있습니다.
원장은 폭탄 공격이라든지, 부상병 끼리의 다툼 같은 위험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는 듯 했습니다.
“환자들은 어린 애들이에요.” 그저 상처받은 환자일 뿐이라는 겁니다. “(ISIS 부상병들은) 다른 환자들보다 오히려 조용해요.”
다른 외과 환자들은 종종 고통스런 비명을 지르곤 합니다. 하지만 ISIS 전투원들은 통증을 안으로 삼킵니다. “아마도 이 곳에 오기 전에 진통제를 이미 맞았기 때문일 수도 있어요. 처음 여기로 실려왔을 때는 눈에 생기가 없었죠. 치료를 받고 나서 며칠 지나 회복이 되면 우리에게 감사해 합니다.”
때때로 부상병의 상처가 너무 심해서 팔이나 다리를 절단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잘려진 부위는 부상병이 원하는 장소에 묻히게 됩니다. 이슬람 전통에서 수술 등으로 잘려나간 몸의 일부는 장래에 자신이 사후 매장될 같은 장소에 묻어야 합니다. 그래야 사후 세계에서 다시 합쳐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리 절단 환자의 경우 ISIS 부상병은 추가적인 서비스를 받게 됩니다. 구호 조직에서 간호인을 보내 수술실 앞에서 대기하게 합니다. 다리가 절단된 부상병을 도와 옷을 입히고 집까지 돌려보냅니다. 간호인은 부상병을 택시에 태워 시리아로 보냅니다. ISIS는 부상병에 대한 복지 관리를 꽤 잘하고 있었습니다.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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