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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경영 기업의 강점과 한계

워렌 버핏은 “운 좋은 정자를 물려받은 이들의 클럽”(Lucky Sperm Club) 이라고 재벌 2세를 비판합니다. 그러나 대대적으로 내려오는 가족 기업은 중요한 기업의 형태입니다. 얼마 전 유럽에서는 뱅코 산탄데르와 피델리티 투자 그룹의 아마 보틴과 아비길리 존슨이 회장 자리를 물려받았죠. 월마트, 마스, 삼성에서 BMW 에 이르기까지 번성하는 가족 경영 기업의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유지가 어려우리라는 몇십년전 전문가들의 기대와 달리 되려 성장하고 있지요.

매년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기업을 선정하는 포츈 500에 따르면 2014년 가족 경영 기업은 전체기업의 19%입니다. 2005년의 15%에서 꾸준히 성장하고 있지요. 성장율도 2008년 이후 매년 7% 로 시장 평균인 6.2% 보다 높았습니다. 맥킨지 컨설팅은 이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측합니다.

가족경영 기업이 부상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개발도상국의 성장 때문입니다. 2005년 이후 브라질, 중국, 러시아, 한국, 대만 등 개발 도상국 기업이 크게 성장했고 이들 국가에서는 가족 대대로 내려오는 오너 경영이 일반적이기 대문이죠. 맥킨지 컨설팅은 2025년이 되면 10억 달러 이상 (1조원) 매출을 내는 기업이 15,000개가 될 것이며 이 중 37% 가 개발도상국 출신의 가족기업일 것이라 예상합니다. 2010년에는 8,000개 기업 중 15% 만이 이렇게 큰 매출을 내고 있었죠. 동남아시아, 라틴아메리카, 인도, 중동에서는 가족 기업이 전체기업의 각각 85%, 75%, 67%, 65% 를 차지할 정도 입니다. 중국이나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는 국영기업이 많아 가족기업은 40% 이하에 불과하죠.

그러나 개발 도상국 기업을 차치하더라도 선진국의 가족기업도 좋은 실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족 경영이 지속적으로 효과를 보여줄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는 지분이 희석되도 창업자 가족이 경영권을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을 방법을 찾았기 때문입니다. 경영권 행사 권한이 다른 주식을 발행한다던가 순환 투자를 통해 의사결정권을 보존한다던가 하는 식이죠. 특히 최근 테크 기업이 떠오르면서 복잡한 형태의 지분 구조가 등장했습니다. 산탄데르 방크의 경우 창업자 가족의 지분 보유가 2%에 불과했는데도 현 회장의 딸에게 세습이 가능할 정도 였습니다.

창업자가족이 보유한 기업은 크게 네가지 이점이 있습니다. 첫째, 능력있는 창업자가 회사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죠. 월마트의 샘 왈튼의 경우 탁월한 사업가였고, 투자자를 만족시키는데 시간을 낭비할 필요없이 오너의 뚝심을 발휘해 사업을 밀어붙일 수 있었습니다. 원래 창업자가 바뀐 후에도, 자식들이 창업자의 경영 철학을 지켜서 운영하는 경우가 많죠.

또 하나 중요한 건 장기적인 시각을 가지고 기업을 운영한다는 겁니다. 전문경영인이 운영하는 기업은 재무재표에 투자자들이 만족할 만한 단기 수익을 보여주어야한다는 압박에 시달립니다. 몇년내로 실적을 보여주지 못하면 바로 해고되기 때문이지요.

가족기업은 부채 비율 또한 작습니다. 부채 비율이 높으면 경기가 어려울 때 파산할 위험이 높아지지요. 가족 보유 기업은 ㅕ시장 상황이 좋을 때 공격적인 경영을 펼치지 않을지는 모르나 시장이 어려워져도 탄탄한 재무구조를 자랑합니다.

마지막으로, 노동조합과의 관계도 더 좋습니다. 노동자는 회사를 보유한 오너의 선언은 그래도 믿어볼 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전문 경영인이 어려운 시기가 지나면 임금 수준을 올려주겠다고 말하는 건 말뿐인 약속이라는 걸 모두 알고 있지요. 이 장점은 노사관계가 중요한 산업, 국가에서 특히 큰 영향력을 발휘합니다.

홍보할 때도 가족이 보유한 기업이 비지니스 맨들이 운영하는 기업보다 대중의 호감을 삽니다. 가족적인 이미지를 광고 등에 적극 활용하는 기업도 있지요.

워렌 버핏 또한 “운좋은 정자를 물려받은 이들의 클럽”이라고 재벌 2세 사회적 문제를 지적하나 퍼핏 그룹도 큰 아들 하워드 버핏이 기업을 물려받을 예정입니다. 기업의 가치관을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버핏 그룹은 가족 오너 기업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합니다. 장기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기업에 투자하는 그들의 가치관과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지요. 중고차 매매 체인 Van Tuyl Croup부터 프랑스 패션 브랜드 LVMH, Kering 에 이르기까지 모두 가족기업입니다.

문제는 가 족문제가 사업에 영향을 끼칠 때입니다. 사촌끼리 경영권을 두고 싸우다가 한쪽이 다른 한쪽을 해고한다던가, 세습 과정에서 형제들이 합의해 이르지 못해 기업을 둘로 나누어버리는 식이죠. 가족기업의 16% 만이 세습 문제를 서류에 명확히 명시해놓습니다.(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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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esangju

샌프란시스코에서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하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과 열린 인터넷이 인류의 진보를 도우리라 믿는 전형적인 실리콘밸리 테크 낙천주의자 너드입니다. 주로 테크/미디어/경영/경제 글을 올립니다만 제3세계, 문화생활, 식음료 관련 글을 쓸 때 더 신나하곤 합니다. 트위터 @heesangju에서 쓸데없는 잡담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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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번째 문단에 오타가 있습니다. "가족 보유 기업은 ㅕ시장 상황이 좋을 때 공격적인 경영을 펼치지 않을지는 모르나 시장이 어려워져도 탄탄한 재무구조를 자랑합니다." 확인 부탁드릴게요. 기사 감사히 잘 읽고 있습니다.

  • 더 있네요. "워렌 버핏 또한 “운좋은 정자를 물려받은 이들의 클럽”이라고 재벌 2세 사회적 문제를 지적하나 퍼핏 그룹도 큰 아들 하워드 버핏이 기업을 물려받을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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