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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논쟁: 쌀이냐 밀이냐

흰 쌀밥을 주식으로 삼는 아시아인, 특히 중국인에게 쌀은 역사적으로 인구 증가와 문명발달을 안겨준 소중한 작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최소 1만2천년 전부터 중국에서 경작된 쌀은 동아시아 문화를 상징하는 것으로 중국인은 자부심을 느낍니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쌀 음식을 “정크 푸드”에 비유하며 쌀이 몸에 해롭다고 주장하는 서양 연구진의 논문에 중국인이 격분하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하버드 대학 공공보건학과 홈페이지의 영양소 섭취를 위한 가이드를 보면 쌀밥은 멀리 해야할 음식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밥이 다른 음식에 비해 영양 효율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20년 전 미국 보건부가 쌀밥을 주요 식단 중 하나로 포함시켰던 것과는 다른 시각입니다.

중국 영양학자 류 나 박사는 쌀 음식과 밀 음식의 영양가 논쟁에서 중요한 점은 정제 과정이라고 말힙니다. 전통적인 쌀 음식, 예를 들어 밥의 경우 정제 과정에서 몸에 유익한 성분이 씻겨 나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전체 섭취량에 비해 영양소 섭취가 낮아 “정크 푸드”라는 오명을 듣게 됩니다.

영양학자들은 보리밥이 흰 쌀밥보다 영양학적으로 우수하다고 여깁니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중국에선 보리밥을 먹는 것은 가난의 상징이었습니다.

밀로 된 음식이 비타민 섭취에서 쌀 음식보다 낫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밀가루에 포함된 비타민 B1과 B2 성분이 같은 무게의 정제된 쌀보다 두 배 정도 더 많습니다. 최근 영약학자들은 비타민 B1과 B2 섭취가 부족해 지면 쉽게 피로해진다는 점을 발견했는데, 이 비타민들은 몸에 축적되지 않고 빠져나가기 때문에 꾸준히 섭취하는게 중요합니다.

쌀을 주식으로 삼을 경우 베리베리 병으로 불리는 몇몇 질병에 대한 면역력이 떨어진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또 단백질의 경우 쌀에 7.3%가 들어있지만 밀에는 10.2%가 들어 있습니다.

장 차오 씨는 쌀 음식 안먹기를 주장하는 중국인 중 한명입니다. 그는 밥을 주로 먹는 남방계 사람이 식문화가 다른 북방계 사람보다 신체적으로 왜소하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그는 미국인 인종생물학자 유진 앤더슨이 쓴 <중국의 음식>를 인용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음식 문화 연구가 홍 예 씨는 각 문화권에서 주식으로 삼는 음식은 그 문화권에 최적화된 산물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북방 민족이 잡곡을 먹고 남방 민족이 쌀밥을 먹는 것은 환경에 따라 적응한 것 뿐입니다.” 쌀이 중국 인구 증가를 견인한 원동력이었음을 부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또 인종마다 음식을 분해하는 효소에 차이가 있어서 어떤 음식이 보편적으로 영양소 섭취율이 높은지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홍씨는 밀을 주식으로 삼는 민족의 신체가 큰 것은 밀을 섭취했기 때문이 아니라 밀이 주로 자라는 기후의 환경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상관 관계일뿐 인과관계가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한편 최근 쌀 음식을 먹느냐 밀 음식을 먹느냐가 인간의 심리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가 나와 눈길을 끕니다. 지난 5월 <사이언스>에 실린 “쌀 이론”이라는 이름의 연구에 따르면, 쌀을 섭취하는 경향과 공동체를 중시하는 심리 경향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고 합니다. 즉 밀가루를 좋아하는 경향을 가진 사람일 수록 더 개인주의적인 경향을 보인다는 겁니다.

원문출처: 월드 크런치

신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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