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살라피스트에 맞서는 훌리건’이라는 단체의 집회에 처음부터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닙니다. 이들은 10월 26일 쾰른 중심가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절차에 따라 신고를 마쳤죠. 그러나 이 집회 소식이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져나갔고, 결국 이 날 쾰른역 근처에는 무려 4800여 명이 모여들었습니다. 주로 건드리면 싸울 준비가 되어있는 남성들이었죠. ‘카테고리 C(축구 경기장에서 축구는 보지 않고 싸움만 일삼는 무리를 지칭하는 독일 경찰의 은어)’ 라는 이름의 극우 밴드가 무대에 오르자, 히틀러식 경례를 하는 네오나치들이 물 만난 고기처럼 날뛰기 시작했고 맥주병이 날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이 날의 집회는 폭력적인 훌리건과 경찰 병력 1300명 간의 길거리 싸움이 되었습니다. 부상당한 경찰이 50여 명에 달했죠.
1920년대 바이마르 공화국의 거리 싸움을 연상케하는 이 날의 사진들은 많은 독일인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일부에서는 이런 종류의 집회를 금지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왔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독일은 쓰라린 역사의 경험을 통해 집회의 자유가 얼마나 성스러운 것인지를 철저하게 내면화한 국가죠. 폭력적인 무리가 섞여들어와 집회가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당국이 집회 자체를 금지시킬 수 있는 것일까요?
이는 단순히 철학적인 질문이 아닙니다. 당장 이 날 쾰른 중심가에서 난동을 일으킨 단체들이 11월에 베를린과 함부르크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당국에 신고를 해둔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에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날인 11월 9일, 베를린의 제국의회의사당 앞에 네오나치들이 모일거라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극우 시위대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좌파와 무슬림 커뮤니티에서도 이들에 맞서 완력을 과시하겠다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으니까요.
독일에서 집회를 승인하는 것은 16개 주 내무장관들의 권한입니다. 이번 사태는 독일 사회에 큰 고민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한 쪽에서는 극단주의자들이 독일의 민주주의를 조롱하는 상황을 손 놓고 보고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다른 한 쪽에서는 집회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과민 반응이며 표현의 자유를 제한해서는 안된다고 맞서고 있죠. 또 다른 한켠에서는 지구 반대편의 갈등, 중동의 갈등이 점차 독일의 길거리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상황 자체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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