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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직업: 에볼라 시체 처리반의 하루

니일라가 에볼라 의심자의 체온을 재고 있다.

라이베리아 수도 몬로비아에서 만난 26세 청년 콜리에 니일라는 시신을 수습하는 그의 직업이 때로 자신을 미치게 한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는 에볼라 사망자의 집으로 향하는 트럭을 타고 있었습니다. 그 트럭에는 운전사, 짐꾼 4명, 약품을 뿌리는 사람 2명 등 니일라가 ‘형제들’이라고 부르는 동료가 함께 타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에볼라 희생자 시신을 옮기고 시체가 있었던 장소를 염소 용액으로 소독하는 작업을 전문적으로 하는 시체처리반입니다.

지난 몇 주일 동안 이들은 매일 십여 건의 작업을 반복했습니다. 시체 처리는 하얀색 보호복을 입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니일라는 이 보호복이 너무 덥다며 악담을 퍼붓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보호복은 작업자의 땀구멍을 외부와 차단해 에볼라 바이러스가 침입하는 것을 막지만, 햇볕을 막지는 못합니다.

니일라와 동료들은 시신을 모아 특수가방에 넣고 화장터로 옮깁니다. 모든 손동작 하나하나가 능숙하게 이뤄졌습니다. 이것은 매일 열리는 죽음의 안무입니다.

니일라는 얼마 전까지 핸드폰과 컴퓨터를 수리하며 일상을 살았습니다. 지금은 5인조 시체처리반(Dead Body Management, DBM)을 이끌고 있습니다. 니일라는 수척해 보였습니다. 밤이 되면 죽은 이들의 얼굴이 떠올라 그를 괴롭힙니다.

이 나라에서 에볼라는 그 어느 곳보다 격렬하게 번졌습니다. 라이베리아에서 시작된 바이러스가 세계로 번져 지난 몇 달간 4천500명이 사망했습니다. 이 수치는 공식 기록에 남은 환자만 집계한 것이며, 기록되지 않은 희생자는 몇 배 더 많을 수 있습니다. 에볼라가 퍼지는 것을 막으려면 환자 시신을 최대한 빨리 없애는 일이 급선무입니다. 에볼라 희생자 시체만큼 바이러스를 잘 전염시키는 것도 없을 것입니다.

에볼라 시체 처리반이라는 니일라의 새 직업은 그를 외롭게 만들었습니다. 퇴근길에 택시를 잡으려는데 택시 운전사가 소독약 냄새를 맡고는 승차를 거부하곤 합니다. 친구들은 갑자기 그를 멀리 하기 시작했습니다. 니일라의 여자 친구조차 한 팔 거리 밖으로 떨어져 걷습니다. 니일라는 어쩔 수 없다고 말합니다. “에볼라 바이러스가 가족에게 전염될까 걱정됩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이 ‘더러운’ 일을 해야합니다.

토요일 정오, 니일라는 한때 라이베리아 보건복지부 청사였고 지금은 적십자사가 쓰고 있는 건물 마당에서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적십자사는 16개 팀으로 나뉘어 있고 니일라도 그중 하나에 속해있습니다. 한때 하루 60구의 시신을 처리했는데 최근에는 30구로 줄어든 추세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에볼라는 확산일로에 있습니다.

지난 3주 동안 서아프리카에서만 2천 명이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됐습니다. 에볼라 감염 환자들이 도시를 떠나 숨어버리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라이베리아에선 죽은 사람을 화장하지 않고 매장하는 것이 오랜 전통입니다. 에볼라 환자가 정부에 발각되면 죽었을 때 강제로 화장되기 때문에 그걸 피하려고 도망치는 것입니다.

몬로비아 인구는 150만 명으로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입니다. 전염 위험도 큽니다. 지난 7월, 에볼라 감염자가 급증했을 때, 정부는 시 외곽에 에볼라 희생자 집단 매장지를 조성하고 시신을 묻었습니다. 하지만 비가 쏟아지자 토사가 무너져 내리고 시체 일부가 외부에 드러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끔찍한 사진이 신문 지면을 장식했고 정부는 실수를 깨달았습니다. 당국은 에볼라 사망자 시신 매장을 금지했습니다.

니일라의 호출기가 울렸습니다. 시신 한 구가 두(Du) 강둑 근처에서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사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그 말은 에볼라 팀이 출동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시신이 매장되려면 죽은 사람이 에볼라 감염자가 아니었다는 증명서가 필요합니다. 증명서를 떼는 대 1주일이 걸립니다. 혈액 검사를 해서 에볼라 감염 여부를 밝혀애 하지만 몬로비아의 습기 찬 기후에서 시체는 단 하루 만에도 썩어버립니다. 모든 변사체를 일단 에볼라 희생자로 의심할 수 밖에 없습니다.

강둑에 있는 시신 발견 현장에 도착했을 때 구경꾼 수백 명이 모여 웅성거리고 있었습니다. 니일라는 뭘 해야 할지 잘 압니다. 먼저 접근 금지 띠를 두르고 현장을 통제했습니다. 시신은 이미 여러 조각으로 떨어져 나가 있었습니다. 합성 섬유로 만든 시체 보관 가방에 시신을 가지런히 넣고 트럭에 실었습니다.

니일라는 지금 에볼라 발생 현장에서 일종의 영웅이 됐습니다. 아무도 하려고 하지 않는, 꼭 해야만 하는 일을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난 6월부터 8월 사이에는, 니일라와 시체처리반은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을 받기도 했습니다. 감염자는 늘어가는데 정부는 당황해서 어찌할 줄을 몰랐습니다. 국제 원조 기구의 손길도 없었습니다. 환자가 구조를 요청해도 구급차는 오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시간을 끌다 결국 도착하는 것은 의료진이 아니라 시체처리반이었습니다.

“당신들은 살아있는 사람에게는 관심이 없는 거냐! 왜 죽은 후에만 나타나느냐”라며 유족들은 울부짖습니다. 어떤 사람은 니일라에게 돌을 던지기도 하고 칼이나 총을 휘두르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이게 다 무슨 헛수고인가”라며 자괴감에 빠질 때도 있습니다. 라이베리아 정부와 적십자사는 시체처리반 대원들의 심리상태를 관찰하고 대책을 세우려 합니다. 매일 아침 7시 30분, 일과 시작 두 시간 전에 모든 대원은 한자리에 모여서 같이 식사하고 이야기를 하고 경험을 나눕니다.

니일라가 받는 월급은 1천 달러 정도입니다. 전에 컴퓨터 수리공으로 일할 때보다는 나은 편입니다. 하지만 니일라는 “우리 노동의 성격을 고려하면 많다고 할 수 없다”고 합니다. 세계은행(World Bank)은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기니에서 일하는 의사, 간호사, 작업자들을 돕기 위해 긴급 자금 8천2백만 유로를 집행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니일라와 대원들의 월급을 절반 가까이 삭감하려 합니다.

임금 삭감 소식을 들은 니일라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며칠 전에는 에볼라 환자 치료 간호사들이 임금 삭감 계획에 항의하며 거리 시위를 한 적 있었습니다. 정부는 “돈 몇 푼에 환자를 방치했다”라며 간호사를 비난했습니다. 정부는 “임금을 주는 것만큼이나 약품을 사는 것도 중요하다”고 항변했습니다.

니일라도 정부에 항의할 지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파업은 고려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당장 해야 할 일이 급합니다.” 한편, 니일라 팀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통계가 하나 있습니다. 아직은 대원중에 아무도 에볼라에 감염되지 않았습니다.

원문출처:디 벨트, 월드크런치

신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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