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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볼라와 빅데이터

우리가 휴대전화로 전화 통화를 하면 통화정보기록(CDR)이라는 것이 발생합니다. 전화를 건 사람과 받은 사람, 통화 시간, 통화를 처리한 기지국에 대한 기록들이죠. 이 기록은 여러 사람들의 이동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줍니다. 실제로 이 정보를 활용해 통신 회사들은 새로 지을 기지국의 위치를 정하기도 하고, 지방 정부는 어디에 지하철역을 건설할지를 정하기도 합니다.

통신 사업과 도시 계획 외에 이 정보가 활용되는 최신 분야는 역학 분야입니다. 지금까지 전염병 확산 모델 구축은 인구 조사 통계에 주로 의존했지만, 이제는 통화정보기록을 통해 매 순간 업데이트되는 최신 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까요. 학자들은 통화정보기록을 활용해 케냐와 나미비아에서 말라리아 확산 경로를 분석하기도 했고, 2009년 멕시코에서 돼지 독감이 퍼졌을 때는 보건 당국이 통화정보기록을 모니터하기도 했습니다. 2010년 아이티 대지진 후 콜레라가 번지기 시작했을 때도, 어디로 구호 물자를 보내야 할지를 고민하던 구호 단체들에게 통화정보기록이 가장 믿을만한 정보를 제공했죠.

우선 에볼라가 확산되고 있는 서아프리카에서는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인구 자체가 많지 않습니다. 그래도 신뢰도 떨어지는 오래된 인구 조사 기록보다 나은 자료임에는 틀림이 없죠. 문제는 지난 수 개월 간의 대화 시도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의 이동통신사들이 자료 공유를 거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들이 내세우는 첫번째 이유는 프라이버시 문제입니다. 물론 내전의 상처와 부족 간 갈등이 여전히 남아있는 지역이니 타당한 이유입니다. 하지만 통화 정보라는 것은 익명 처리으로 처리해 프라이버시를 해치지 않는 방식으로 수집하고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니, 어느 정도는 우려를 잠재울 수 있습니다. 사실 더 큰 문제는 제도적인 관성이죠. 비교적 새로운 분야인 빅데이터의 가치를 이해하고 활용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젊은 층으로, 서아프리카 사회에서는 아직 이러한 결정을 내릴만한 위치에 있지 않으니까요.

에볼라가 발병한 국가의 정부는 하루 빨리 연구자들이 통화정보기록에 접근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물론 신약 처방과 철저한 예방 조치, 적절한 환자 관리없이 통화정보기록만으로 에볼라를 퇴치할 수는 없죠 하지만 지금 급박한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최대한 많은 정보를 손에 쥐어주어야 할 것입니다.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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