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회원국 중 약 4천5백만 명의 국민이 실직 상태라고 합니다. 이들 중 1천6백만 명은 일 년 이상 무직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적절치 못한 직무능력이나 지나치게 후한 복지 제도가 대규모 실업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되곤 합니다. 하지만 실업의 원인이 과연 이것뿐일까요? 경제학자들은 실업을 이해하는 데는 지리적인 요소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다시 말해, 당신이 사는 곳이 고용 상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말이죠.
1965년 하버드 대학의 경제학자 존 케인(John Kain)은 고용 시장에서 적용되는 공간적 불일치 가설(Spatial-mismatch hypothesis)을 제시했습니다. 케인은 미국 전체의 실업률이 5% 미만인 시기에도 도시 중심부의 슬럼가에 거주하는 흑인들의 실업률은 40%가 넘게 나타나는 특이 현상에 주목했습니다. 그는 도시 중심부에서 실업률이 극도로 높게 나타나는 현상은 양질의 직업들이 도시 외곽으로 빠져나가는 데 반해 도심지에 거주하는 저소득 계층들이 이를 따라 이주하는데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인종차별로 말미암아 새로운 주거지를 쉽게 구하지 못하기 때문이라 주장했습니다. 더욱이 케인은 소위 ‘못사는 동네’에 거주하는 지원자들을 꺼리는 고용주의 편향된 시각도 이러한 현상을 악화시키는데 일조했을 것이라 설명했습니다. 결국, 대중교통체계가 잘 갖춰지지 않거나 출퇴근용으로 자차를 보유하고 있지 못한 도심지 거주자들은 상대적으로 도시 외곽에 있는 양질의 일자리를 얻기가 더욱 어려웠다는 것이죠.
케인의 공간적 불일치 가설은 지난 50년간 많은 경제학자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를 증명할만한 객관적인 자료수집의 어려움 탓에 이 가설은 그동안 매력적인 가설로만 남아야 했습니다. 고용에 실패했기 때문에 도심지 슬럼가에 거주하게 되었는지, 도심지 슬럼가에 거주했기 때문에 고용에 실패했는지 그 인과 관계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전미 경제조사회(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에 게재된 한 논문은 이와 같은 맹점을 극복할만한 자료를 수집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연구진은 실직자들의 지리적 분포와 고용 기회 사이에 나타난 상관관계에서 원인과 결과를 구분하기 위해 근로자의 실직 상태와 거주지의 시간적 추이를 살폈습니다. 예를 들면, 노동자들이 실직한 후 어디로 거주지를 옮겼고, 그 거주지에 따라 재취업률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등을 오랜 기간 살펴본 것이죠.
그 결과, 케인의 공간적 불일치 가설이 증명되었습니다.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의 거주지에 따라 새로운 일자리에 대한 접근성에서 큰 차이가 벌어졌고, 이러한 접근성의 제약 때문에 일자리와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취업을 아예 포기하는 상황이 빈번히 발생했던 것입니다. 도심지 슬럼가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도 이들이 취업할만한 일자리가 대중교통이 불편한 도시 외곽 지역에 주로 위치했기 때문으로 드러났습니다.
결국, 이는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서 정부가 어떤 접근을 취해야 할지를 잘 보여줍니다. 실업을 막기 위해서는 많은 일자리를 새롭게 창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는 지리적 분포 또한 같이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죠. 정부는 용도 구역제를 재정비하고, 대중교통체계를 더 효과적으로 가다듬을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에서 대중교통으로 90분 내에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있는 일자리 수는 고용 가능한 총 일자리 수 중 평균적으로 오직 30% 정도만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정부는 잘 기억해야 합니다.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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