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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 배우들이 말하는 화제의 영화 인터스텔라

<다크 나이트> 3부작으로 고담시의 깊은 곳을 파헤치고, <인셉션>에선 잠재의식의 여러 단계를 가로질렀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다음 탐험지로 고른 곳은 우주입니다. 최신작 <인터스텔라>에서 우주 비행사들은 웜홀, 블랙홀과 은하계 너머 행성을 찾기 위해 지구를 벗어납니다. 동시에 영화는 순식간에 황폐해져가는 지구에 관해서도 이야기합니다.

아카데미 수상자 매튜 맥커너히가 인류 미래 보전의 임무를 지닌 농부이자 파일럿 ‘쿠퍼’역을 맡았습니다. <레미제라블>로 오스카를 받았고 놀란 감독의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서 공동 주연을 맡은 적 있는 앤 해서웨이는 동료 탐험가 ‘브랜드’를 연기했습니다. <제로 다크 서티>로 아카데미 여우 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제시카 차스테인은 천체물리학자이자 쿠퍼의 딸인 ‘머피’로 출연했습니다. 파라마운트 영화사가 제작비 1억 6천만 달러를 들인 영화 <인터스텔라>는 11월5일 개봉합니다.

주연을 맡은 차스테인, 해서웨이, 맥커너히 세 사람이 영화에 출연하게 된 계기와 영화에 대한 각자의 평을 말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그들은 서로를 능숙한 베테랑 우주인이라기보다는 아직 임무에 적응중인 초심자로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배우들은 장난을 주고 받으며, 놀란 감독과 영화에 해석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다음은 담화에서 발췌한 것들입니다.

질문: 어렸을 때 언젠가 우주비행사가 될 거라 꿈을 꿔본 적이 있나요?

매튜 맥커너히: 아뇨. 전 땅에서 일어나는 일만으로도 충분했어요. <콘택트>(1997년에 제작된 외계 문명을 찾는 영화)에 출연하기 전까진 그랬죠. <콘택트>는 “이 이야기는 동쪽, 서쪽, 우리 앞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위를 볼 수도 있다. 저 너머 세상의 한계는 뭘까?”하고 궁금하게 만들었죠.

제시카 차스테인: 어렸을 때 스타워즈의 레아 공주를 정말 좋아했어요. 그녀의 과감하고 주도적인 면이 좋았어요. 하지만 달에 간다고 광고해대는 우주선에 타는 사람이 되는 것에는 관심은 없었죠. 저는 ‘지구에 남아서 옥수수를 씹으며 구경하는 그런 사람이 될 거야’라고 생각했어요.

앤 해서웨이: 초등학교 5학년 때, 오빠에게 우주 비행사가 되고 싶다고 이야기한 적 있어요. 그러자 오빠는 “글쎄, 우주 비행사가 되려면 수학 성적부터 올려야 할 걸”이라고 답하더군요. 그 때 제 수학 성적이 52점이었거든요. 제가 과학, 특히 물리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건 한참 뒤였어요. 이 영화에 출연해서 행복했어요. 왜냐면, 수학을 못해도 우주비행사가 될 수 있었거든요.

질문: 놀란 감독은 뭐라고 말하며 출연을 권하던가요?

차스테인: 저는 북아일랜드에서 <미스 줄리>를 찍고 있었습니다. 춥고 비가 오던 어느 우울한 날, 크리스(크리스토퍼 놀란)가 전화를 해서는 제게 관심이 있다고 하더군요. 얼마 뒤 누군가가 L.A.부터 더블린까지 날아와서 대본을 줬어요. 그 대본 도입부는 머리 아픈 이야기(물리학)로 시작하더군요.

해서웨이: 놀란 감독의 집 서재에서 대본을 읽었어요. 읽기는 했는데, 무슨 말인지 대충 알듯 하면서도 완전히 이해하진 못했죠. 그 때 크리스는 내게 대본을 더 읽도록 세 시간을 줬고, 그래서 처음으로 돌아가 한 번 더 읽었어요.

맥커너히: 3시간만에 두 번 읽었다고? 난 다섯 시간 반 걸렸는데. (웃음) 당시 전 뉴올리언즈에서 <트루 디텍티브>를 촬영 중이었습니다. 제 매니저가 와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새 프로젝트를 하는데 너랑 여러 사람을 고려하고 있어”라고 전하더군요. 그래서 크리스네 집으로 당장 가서 세 시간 가량 앉아있었지요. 주로 아버지가 된다는 것과 우리 아이들에 관해서 얘기했어요.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해어졌죠. 차로 돌아오면서 여러 생각을 했던 걸 기억해요 “그래. 그게 뭔지 알겠는데. 그런데 그건 뭐였지?”라고요.

질문: 결국에는 배역을 따내셨군요?

맥커너히: 크리스의 이전 영화를 보면 참 좋은 면이 있어요. 서사의 영역과 크기에 있어 다른 감독보다 제가 더 잘 받아들일 수 있는 면이 있어요. 그런 서사 속에서도 친밀함이 보이고요. 영화의 주제는 매우 인간적이고 가족, 아버지, 딸에 관한 아주 단순한 질문을 던져요. 극히 지독한 상황 속에서 “만약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 감독으로서, 놀란은 값비싼 세트 디자인과 정교한 특수 효과와 씨름했는데요. 배우들과는 어떠한 식으로 일했었나요?

차스테인: 그는 촬영 과정 내내 배우들에게 어떤 여지(room)을 남겨뒀어요. 예를 들어 케이시 애플렉과 함께 촬영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케이시는 즉흥 연기를 좋아하는 편이고, 크리스는 전적으로 그런 것에 열려 있었어요. 마이클 케인과 일할 때는, 한 라인씩 나아가듯 진행하는데요. 그래도, 영화에서 대장은 크리스처럼 느껴질거에요. 그는 자기 영화에 대해서 잘 알고, 모두가 각자의 방식을 찾도록 도와주죠.

해서웨이: <다크나이트 라이즈> 출연 여부를 결정하는 카메라 테스트 때, 캣우먼 복장을 처음 입어봤어요. 아무리해도 제가 원하는 모습이 나오지 않았고, 전혀 도움 안되는 수백만 가지 딴 생각이 머리속을 스쳐 지나갔죠. 그때 크리스가 다가와 “물어보고 싶은데요. 당신은 어떤 진행 방식(process)을 가지고 있나요?”라고 묻더군요. 그 전까지 전 영화계에서 딱히 나쁘다고도 말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만족스럽다고도 말할 수 없는 경력을 가지고 있었는데, 나만의 진행방식(process)을 가져도 된다는 걸 잊고 지내왔어요. 그래서 저는 답했죠. “아시다시피, 저는 준비가 안된 것 같아요. 다시 돌아와도 될까요?” 그때 제가 캣우먼 배역을 맡을 거라는 걸 알게 됐어요.

맥커너히: 제가 크리스와 가장 좋았던 때는, 새 세트장으로 옮겨 촬영하기 전에 “여기서 우주선은 웜홀로 들어갔고, 지금은 블랙홀로 들어갔고…” 하는 식으로 영화 속 세상의 우주 법칙을 확인할 때였어요. 중력이 뭐지? 시간(time)이 뭐지? 1시간이 23년에 해당한다구? 중력이 30% 더해져? 놀란 감독은 “나도 잘 모르겠어. 내가 지루해 질 때쯤이면 그게 무슨 소린지 연구해볼게.”라고 답하더군요.

질문: 이 영화의 총 제작자이자 이론물리학자인 킵 스론씨와 함께 일했는데요. 무엇을 얻으셨나요?

맥커너히: 그가 유머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던 게 굉장했죠. 그는 친절하고 샹냥한 사람이었어요. 전형적인 수학자, 틀에 박힌 과학자 같은 면은 없었어요.

해서웨이: 그 사람이 저를 바보처럼 여길까봐 걱정했어요. 전혀 그렇지 않았죠. 그의 접근방식은 항상 이래요. “그리고…”(And…)

맥커너히: 그게 천체물리학을 통해 배운 거에요. 뭐든 제가 그에게 물어보면, 그는 “글쎄요. 그건 이거거나 저거거나 이런게 없어요. 둘 다죠”라고 답해요. 그래서 제가 “그럼 우주의 끝은 어디있나요?”라고 물었더니, 그는 “그게 바로 요점이죠. 끝은 없어요. 천체물리학에서는 답이 없다는 것이 다른 질문으로 이어지지 않죠”라고 하더군요. “매우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셨군요!”라고 말해줬어요.

질문: <인터스텔라>속 미래 세상에선 과학과 기술이 높은 가치를 지니지 못하고, 인류는 개척정신을 잃어버린 것으로 나타납니다. 이런 설정이 영화 밖 현실과 관련이 있을까요?

맥커너히: 그 설정은 오늘날 우리 모습과 매우 연관 있다고 봅니다. 지금 NASA를 보면 문자그대로 이해할 수 있죠. 이 영화는 인류에게 과제를 던지는 동시에 믿음도 던집니다. “그래. 저기 밖에 뭔가 있다. 그걸 외계인이라 부르든, 신이라 부르든, ‘힘의 원천(the Prime Move)’라고 부르든 같은 질문이 돌아옵니다. 누가 그 곳까지 갈 책임이 있을까. 바로 당신이다.”

차스테인: 인간은 이미 지구에 많은 끔찍한 것들을 저질러버렸고, 다시 돌이킬 수도 없게 됐잖아요. 물론, 저는 우주 탐험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인류가 지구에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를 외면하지 않기를 바래요. 다른 별들이 대단한 것처럼, 저는 지구라는 행성을 좋아해요. 우리가 이 땅에 계속 머물러 있게 할 수 있는 것들에 더 관심이 있어요.

질문: <인터스텔라>를 겪은 경험이 부모가 되는 것과 자녀가 되는 것의 의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게 만들었나요?

맥커너히: 전 본능적으로, 아들 레비(Levi) 때문에 이 영화에 출연하게 됐습니다. 아들은 우주선에 푹 빠져있어요. “저기 달이 있단다. 우린 달에 간적이 있지.” 그러면 그 아이는 “어떻게?”라고 되묻습니다. 거기서 시작해서 태양계 등을 설명하는 것은 저에게 새로운 상상에 불붙게 하죠.

차스테인: 크리스는 항상 가족에게 둘려 싸여있어요. 제가 크리스의 딸을 만난 덕분에, 제 캐릭터는 기대하지 않은 방향으로 열리게 됐어요. 저는 아버지와의 관계가 원활하지 못했지만, 실은 마음만 먹었다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것이었죠. 이 영화의 원래 별칭은 “플로라의 편지”였어요. 어느날 크리스의 딸에게 이름이 뭐냐고 물었더니 “플로라”라고 답하더군요. 그때 알아차렸죠. 이 영화가 그의 딸에게 보내는 편지라는걸.

질문: 요즘 공상과학 영화 추세가, 한동안 유행했던 외계인 침공에서 벗어나 탐험 이야기나 인간적인 이야기로 향하고 있다고 느끼시나요?

맥커너히: 크리스는 전형적인 공상과학 영화의 틀을 넘어섰다고 생각해요. 진부한 공상과학 영화는 일반적으로 인류 종말이나 파멸을 다루죠. 만약 그런 대본이 왔다면 여기 배우들은 출연을 거절했을 거에요. 크리스는 위트넘치는 영국식 냉소를 가지고 있지만, 실은 온전히 낙관론자에요. 저 밖에 있는 것이 유령이든 뭐든 간에, 그들은 좋은 것이고, 우리가 그들을 이용해 다음 단계로 나아 갈수도 있죠. 긍정적인 방향으로.

질문: 여기 계신분들 중에 부탁하면 망원경을 작동 시키실 수 있는 분이 있으신가요?
차스테인: 제작진이 망원경을 줬는데. 다들 받았어요?
해서웨이: 받았어요. 하지만 작동은 못 시켜요.
차스테인: 저도 작동 못 해요. 그냥 창턱에 놔 두고 있네요. 언젠가는 이걸 써 볼 날이 올텐데. 변태스러운 뉴욕 망원경처럼 생겼네요.

원문출처: 뉴욕타임스

신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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